스타게이지 파이와 크리스마스
2022년 12월 21일 · 오전 12시 00분
오늘은 크리스마스를 맞아서 영국의 전통 음식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영국 음식을 욕하면서 대표적으로 꼽는 식품이 있는데, 바로 생선의 머리가 꼽혀져 있는 파이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Stargazy_pie 이게 음식으로서 별로 예쁘게 만들어 진 건 아닌데... 아시다시피 음식 디스플레이는 셰프의 실력에 달려 있습니다. 무료 이미지 중엔 예쁜 게 없네요 -_-;
스타게이지 파이(Stargazy Pie)라고 부르는 이 음식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영국 콘월(Cornwall) 주의 마우스홀(Mousehole)이라는 작은 어촌 마을의 전통 축제 음식입니다. 영국 사람도 잘 모르는 음식이죠.
이미지 출처 : 구글맵(https://www.google.com/maps/)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Mousehole 영국의 남서쪽 최하단 끄트머리에 있는 이런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스타게이즈(Stargaze)는 '별을 바라보다'라는 뜻인데, 스타게이지 파이는 이름 그대로 밤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생선 머리의 형상이 재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함께 전해져 내려오지요.
어느 12월의 겨울, 작은 어촌 마우스홀에서의 일이다. 그 해에는 유달리 겨울 폭풍이 심했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인데도 누구도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는 커녕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브를 앞 둔 12월 23일, 슬픔에 잠긴 마을을 등지고 한 용감한 남자가 폭풍우를 향해 배를 띄웠다. 거친 바다에 삼켜지듯 떠난 남자는 사투 끝에 배에 가득 물고기를 싣고 항구로 돌아왔다. 그 양은 마을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날의 용감한 남자를 기념하기 위해 마을에선 매년 12월 23일 축제가 열리게 됐다. 밤하늘의 별을 향해 기원하던 그날 밤의 기억을 담아 물고기 머리를 꽂은 파이를 스타게이지 파이라고 부르게 됐다. 마우스홀에선 랜턴을 들고 파이와 함께 행렬이 이어지는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식으로는 당시에 잡혀 왔다는 7종의 생선이 꼽힙니다.
마우스홀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의 하루 전인 12월 23일에 '톰 바우콕의 이브(Tom Bawcock's Eve)'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폭풍우 치는 밤에 배를 띄운 남자의 이름이죠. 저 생선 파이는 음식의 외형 자체가 전통 민담의 영웅 전설을 담은 특별한 기념 음식입니다. 이 음식과 전통이 시작된 정확한 시기는 불분명한데, 적어도 수백 년 이상 된 전통이란 건 맞다고 합니다. 이야기 상으로는 16세기라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스타게이지 파이는 12월 23일 축제 때 먹는 절기음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솔직히 맛이 별로 없는 동지 팥죽을 먹는 것처럼요. 영국 사람들도 파이의 비주얼에는 솔직하게 기겁을 하는지, "물고기를 파이에 저렇게 넣는다니, 악마조차도 파이에 집어 넣을 동네야"라고 하면서 악마가 보고 도망쳤다는 전설도 있죠. 하지만 맛은 의외로 매우 좋다고 합니다. 저게 비주얼과는 달리 손질은 완전히 끝난 생선이고, 레시피를 보면 잘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머리를 제외하고는 껍질까지 벗기기도 하고요. 꽂은 머리는 기본적으로 데코레이션입니다. 한국 군대 급식처럼 무식하게 내장도 안 뺀 생선을 통채로 넣은 게 아닙니다. 파이의 내용물은 우유나 크림, 양파, 계란에 빵가루나 밀가루가 들어가서 베이스를 만듭니다. 대략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림 파스타랑 비슷하죠. 거기에 레몬즙으로 산뜻함을 추구하고 혹여라도 있을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고요. 베이컨과 라드, 육수 등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대략 익숙한 크림 파스타 소스에 레몬과 계란의 풍미, 눅진한 식감, 그리고 오븐에 구워진 생선의 맛 정도가 추가되지 않을가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셰프들이 잘 만든 스타게이지 파이는 비주얼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게 종종 보입니다. 단지 일반적인 스타게이지 파이의 비주얼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재미있는 배경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전통과 엮인 이유 있는 비주얼의 음식이라서 굳이 폄하할 이유가 없는 음식입니다만, (꼭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앞뒤 안 가리고 외형만 보고 욕을 하는 걸 보면 인간이란 참 남 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생물입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를 앞 둔 12월 23일, 콘월 지역의 축제 음식인, 그리고 대표적으로 알려진 '영국산 혐오 음식'인 스타게이지 파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대로 만든 버전을 한 번쯤 먹어보고 싶네요. 나중에 파이 반죽을 잘 하게 되면 셀프 제작이라도 해 봐야겠습니다. 아직은 타르트나 파이 반죽을 잘 못 만듭니다... 저도 반죽부터 키슈(quiche)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애플파이도... ㅠㅜ
키슈는 대략 파이(타르트 반죽) 속에 담아 오븐에 구워서 만든 치즈와 야채 등이 들어간 서양식 계란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료는 다 사두고서 반죽 만들기에 실패해서 다른 음식을 만들었던 아픈 기억이... 반죽은 상황이 좋을 때만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숙련도가 안 느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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