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홀리 오리지널 10.0 탁주
2023년 04월 29일 · 오전 12시 00분
아주 오랜만에 시음기를 올리네요. 2018년 이후 5년 만이로군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크 홀리(Mark Holy)라는 탁주를 보고서 구입해 보았습니다. 술 이름은 '막걸리'의 언어유희입니다. 제조한 회사명이 '홀리 워터'이기도 하고요.
'Mark Holy'라는 이름과 함께 미국인 일러스트를 그려 놓은 이 술은 사실 한국인이 만든 술입니다. 에일 효모로 만들었고요. 18000원이란 꽤 비싼 가격에 큰 기대 안 하고 흥미 위주로 산 술이었습니다만, 의외로 매우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탁주의 가장 큰 매력은 쌀 입자의 농밀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눅진하고 끈적할 정도의 질감을 좋아하는데, 깔끔한 술을 마시고 싶다면 약주를 마시면 된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 술은 그 농밀함을 충족시켰습니다.
처음 입에 넣으면 눅진할 정도의 입자감과 함께 쌀의 좋은 의미에서의 텁텁한 감촉이 몰려듭니다. 그 후 코를 찌르는 청량감, 아마도 에일 효모에서 기인한 과일 같은 향긋함과 과하진 않지만 꿀 같은 단맛이 오고요. 거기에 밀리지 않는 신맛의 새콤함이 뒤를 받쳐줍니다. 도수가 10도 임에도 알코올 감이 약해서 좋습니다. 곱고 눅진한 쌀 입자가 빚어내는 실크 같은 매끄러움, 기분 좋은 단맛과 신맛이 쌀 맛의 뒤에 오는 게 매력적입니다. 코에 남는 산미의 약한 여운도 좋아요. 맛있어서 순식간에 마시다가 취할 것 같은 술이었습니다. 처음에 정말 음료처럼 연거푸 마시다가 정신이 들었습니다.
따로 찾아본 기사에서는 당화제를 썼다고 하는데 '국(누룩)'이 써 있긴 하네요. 종류별로 다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술은 쌀을 많이 써서 높은 입자감과 단맛을 냈다는 점이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누룩 대신 당화제와 맥주 효모를 썼다는데요. 현재 수준의 누룩이 일관된 맛의 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맥주와 같은 방식으로 술을 만들었다는 인터뷰가 재미있었습니다. 단지 위의 사진의 재료를 보면 누룩을 썼다고 나오기 때문에 제품 종류마다 재료가 다른 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지금은 누룩을 쓰고 있거나요. 이 제품은 마크 홀리 6.0(아마도 6도 짜리 술), 마크 홀리 드라이 등의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10도 오리지널이 가장 제 취향에 맞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다른 것도 한 번 마셔 봐야겠습니다.
오랜만에 술을 마셨는데 오랜만에 정말 맛있었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사온 날에 깜빡하고서 냉장고에 안 넣고 하룻밤 밖에 방치했다는 건데요. 이게 술을 상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만 맛이 좀 변했을 수도 있겠네요. 새 술을 사서 한 번 더 마셔 봐야겠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술까지는 아닙니다만, 누군가에겐 18000원을 감수하고도 마실 만한 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2022년 2022-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