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 습도계의 백분율 %
평생 습도계를 보지 않고 살았는데 올해는 습도계를 자주 본다. 그러다 보니 습도(%)가 뭔지 궁금해졌다.
뭔가의 백분율(%)을 나타내는데, 보통 이상적인 습도가 45~55%이고 비 올 때는 60~70% 이상 올라간다. 그런데 공기 부피의 60%가 물이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이상하다. 상식적으로 공간의 60%가 물이라면 더 이상 공기가 아니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찾아 보며 겸사겸사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일단 개념 자체는 너무 쉬워서 백과사전에서 복사 붙여넣기 하는 이상의 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굳이' 더 끄적거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늘은 정말 카테고리 제목에 걸맞는 '잡다한 고찰'인 것 같다.
1.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
습도는 절대습도와 상대습도로 나뉘는데, 절대습도란 건 단위 부피나 단위 무게에 수증기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낸다. 단위는 g/m³이다. 말 그대로 공간 안에 물이 몇 그램 들어 있는가를 보는 것.
우리가 평소에 보는 % 습도는 상대습도다.
수증기는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양을 넘어서 더 모이면 응결되어 물로 맺히게 된다. 특정 온도에서 공기 속의 물이 응결되는 시점(이슬점)을 상대습도 100%라고 말한다. 습도계의 상대습도는 이걸 기준으로 현재 온도에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한계, 즉 응결되기까지 몇 %에 도달해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서 상대습도 70%라고 하면 공기에 수분이 넘쳐서 물로 응결 될 때까지 습도가 30% 남았다는 뜻이다.
이걸 포화수증기량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포화수증기량은 공기 1m³에 수증기가 얼마나 들어갈 수 있냐를 의미하며, 수증기량이 포화 상태가 되면 수분은 수증기로 존재하지 못하고 물로 응결된다. 포화수증기량은 온도에 따라 변한다.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너무 간단해서 포스팅을 하는 의미가 없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살짝 계산도 해 보려고 했으니 좀 더 고찰을 해 보자.
2. 실제로 공기 속에 물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포화수증기압과 포화수증기량은 대기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보통 일상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실내 온도에서 얼마나 되는지를 찾아 봤다.
* 자료 출처 : http://hyperphysics.phy-astr.gsu.edu/hbase/Kinetic/watvap.html
요즘 날씨 같은 30도를 기준으로는 공기 1m³에 수증기가 30.4g이 모이면 그게 공기가 함유할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이다. 그리고 이게 곧 상대습도 100%일 때의 값이다.
이걸 간단히 백분율로 나눠보면 습도 50%는 물 15.2g, 60%는 18.24g, 70%는 21.28g이 공기 1m³에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기온 30도 습도 (비오는 날) 70%일 때 대충 발끝부터 머리 위까지 2m³ 안에는 물이 42.56g이 퍼져 있는 것이다. 참고로 야쿠르트의 용량이 65ml이다.
3. 공간 안에 들어 있는 수증기의 양
이걸 이제 공간으로 확대시켜 보자. 1평은 약 3.3m²이다. 이걸 집 안의 부피로 환산해 보면, 평균적인 아파트의 천장 높이가 2.3m이니, 3.3*2.3 = 7.59m³. 1평 공간의 실내 부피는 7.59 세제곱미터다.
그러니 30도 기온에서 70% 습도이면 7.59*21.28 ≒ 161.52이니, 1평 안에는 161.52g의 물이 들어 있게 된다. 참고로 종이컵의 용량이 192ml이다. 물이 담기면 대충 180ml 정도 들어간다.
※ 필자가 학교 졸업한 지도 너무 오래 되고 산수를 해 본지도 너무 오래 돼서요. 계산이 이상하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이라 스스로에게 믿음이 안 가네요.
이걸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어차피 물은 1g=1ml이니 ml 단위로 쓰겠다.
ml는 소숫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 L는 둘째에서 반올림 한 값이다. 하는 김에 더 일상적인 온도인 25℃도 해 보자.
대략 여름의 5평 방을 기준으로 비올 때는 대략 810ml의 물이 공기에 들어 있고, 비 안 올 때는 580~690ml 정도의 물이 공기 중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로 810ml는 580ml의 약 140% 수준이다. 비 오는 날과 비 오지 않는 날의 불쾌함의 습도 차이가 여기서 나온다.
25도를 유지할 경우 습도 50% 기준으로 약 436ml가 들어 있다.
4. 마치며...
오랜만에 정말 '잡다한 고찰'이었다. 음, 잡다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간 전체의 70%가 물이라는 건 말이 안 되어서 궁금했는데 이 기회에 찾아 봤다.
결론적으로 상대습도라는 건 해당 온도에서의 수증기가 포화되어 응결되는 시점의 몇 % 도달해 있느냐를 나타낸다. 습도 70%일 경우 30% 더 채우면 포화상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30도 날씨에서 비가 안 오는 습도 50%의 5평 방 안에는 약 580g의 수증기가 들어 있고, 비가 오는 습도 70%에선 약 1.4배인 810g의 수증기가 공기 중에 들어 있다.
문득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은, 포화수증기량이 온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온도에 따라서 같은 % 습도라도 공기 속의 수분의 양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이번 봄에 50% 정도가 가장 선호하는 습도라고 생각했는데, 수분의 양으로만 따지면 여름의 50%는 봄의 50%보다 공기 중의 수분의 양이 더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 습도가 제일 좋아'라고 말하는 건, 사실은 날씨마다 계절마다 좋아하는 공기 중의 수증기의 양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인간이 공기 중의 습도를 비율로 느끼는지 절대량으로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꽤 재미있는 방식의 표현과 주제라고 생각한다.
예상해 보건대, 결국 몸이 수분을 빼앗기는 상황이냐 피부에 수분이 쌓이는 상황이냐가 클 것 같다. 물리를 보면 모든 건 평형을 이루기 위해서 움직이니, 상대 비율이 더 큰 요소일 것 같긴 하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절대량이 전혀 의미가 없을 것 같진 않다. 포화수증기량이 온도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하는 것에 비해서, 기화에 필요한 에너지량은 거의 고정되어 있는 것도 있고 말이다.
좀 다른 얘기로,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 여름이 진짜 끔찍할 정도로 습했는데, 지금 찾아 보니 7월~9월은 평균 습도가 80~86% 정도까지도 올라간다. 습한 지역의 경우 에어컨 안 켜면 두꺼운 책이 물 먹어서 우그러드는 게 과연 납득이 간다. 이슬점까지 고작 15~20%를 남겨둔 수치이니...-_-;
특히 습한 날은 밖에 돌아다니면 걷는 것만으로 비 맞은 것처럼 옷이 다 젖는데, 습한 날 최대 습도는 어쩌면 90% 이상도 올라갈지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 동네는 여름은 정말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