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전문의에 대한 상식
2024년 10월 21일 · 오후 2시 00분
원래 이 글은 올해 초와 중순 쯤 가볍게 올리려고 했는데 시류 상 가볍지 않은 주제가 되어서 미뤄뒀다가 오늘 씁니다. 그냥 삶을 살아가며 참고할 만한, 전문의와 개인 병원에 대한 가벼운 상식 이야기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테고요. 요즘 정세랑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1. 전문의란 무엇인가? 가끔 어떤 분들은 '일반의' 혹은 '의사'와 '전문의'를 착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해: 전문의는 '전문 분야만' 진료할 수 있는 좁은 분야의 의사다. 아마 최근의 사태 때문에 전보다 잘 알려졌겠지만 한번 정리를 해 보면요.
의사국가가 발행한 의사 면허 자격을 가진 모든 사람의 총칭. Medical Doctor.
일반의일반 의사.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고, 의대 6년 과정만 마친 의사.
전문의전문 분야에 특화된 공부와 수련 과정을 추가적으로 5년 동안 수행한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고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한 의사. 전문 분야 이외의 일반의가 공부하는 모든 과정을 이미 마친 상태다. 그렇기에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모든 의학 분야에 대해서도 6년 간의 수련과 지식과 진료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의사'를 현대 과학이 검증한 '서양 의사'라는 분야로 제한을 하면요. 그 안에서의 '의사'는 국가가 발행한 의사 면허를 가진 모든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일반의'란 '일반 분야의 의사' 정도가 되겠는데요. '제네럴리스트' 같은 말이죠. 기본적인 6년 의대 과정만 마치고서 추가적인 공부와 자격을 획득하지 않은 의사를 말합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모두 일반의가 됩니다. '전문의'란 '전문 분야의 의사' 정도이고요. 6년 의대 과정을 졸업하고서 일반의가 된 후, 다시 인턴/레지던트 5년의 과정을 거쳐서 전문의 면허까지 취득한 의사입니다. 의학에 대해 전체적으로 배운 후, 전문 분야(내과/외과/산부인과 등)를 정해서 추가적인 공부와 수련를 쌓게 되죠. 이 과정을 위해 대학 병원에 들어가서 수련합니다. 여기서 가끔 의외의 오해가 발생하는데요. 간혹 어떤 분들은 전문의가 '전문 분야만 진료할 수 있는 수준 낮은 의사'이고, 일반의가 '모든 분야를 섭렵한 수준 높은 의사'라고 아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닙니다. 오해: 전문의는 '전문 분야만' 진료할 수 있는 좁은 분야의 의사다?       → 아니다. 모든 분야를 다 진료할 수 있다. 국가 면허가 그것을 보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문의는 이미 일반의가 된 의사가, 대학병원에서 세부 전공을 고르고 인턴/레지던트 5년의 과정을 거친 후, 전문의 국가 시험에 패스한 의사들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일반의는 전문 분야가 없는 의사입니다.
일반의전문의
교육 기간6년(의대)6년(의대) + 1년(인턴) + 4년(레지던트) → 총 11년
자격증의사 면허의사 면허 + 전문의 면허
전문 분야없음있음
졸업 전의 임상 경험제대로 경험하지 못함. (교육 시스템이 기회를 제대로 제공 못함)있음. (대학 병원에서 진료받는 많은 경우가 레지던트가 진료하는 것)
기타 사항인턴/레지던트 기간에 의학 박사 등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음.
제가 전문의 친화적인 글을 쓰고 있다고 보실 수도 있는데 사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의 발단은 일반의가 전문의를 능가하는 더 좋은 의사라는 인식들을 봐 오다가 쓰는 글이거든요. 하지만 필자의 개인 취향과 별개로, 법적으로 의대 6년를 마치고 의사 국가 시험에 패스한 일반의는 의학의 모든 분야를 다 치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깁니다. 내과, 외과, 피부과 등 모든 진료를 다 할 수 있죠. 모두 합법적이며, 실제로 모든 분야에 대해 일반인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전문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의대 6년의 과정이고요. 참고로 여러분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는 무수한 피부과 중 상당수는 사실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혹은 (피부과가 아닌) 타 전공의 전문의들의 병원입니다. 돈이 되니까 피부과를 하는 거죠.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병원들입니다. 모두 합법적이고 그들도 의대 6년 과정의 전문 지식+알파를 다 갖고 있습니다. 2. 대학 병원 VS 개인 병원 아마 대학 병원에 가 보신 분들은 예약을 잡을 때 "교수님 예약을 원하세요?"라는 식의 질문을 받으시고, 그럴 경우 진료비가 더 비싼 걸 보셨을 겁니다. 이유는 우리가 대학 병원에 갔을 때 일반적으로 만나는 의사들은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너 전문의 진료를 받을래? 아니면 수련 중인 의사의 진료를 받을래?"라고 묻는 질문이 저거죠.
사진은 본 게시글과 큰 상관은 없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자격을 딴 '일반의' 들은 다음에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요. 하나는 취업을 하거나 개업을 해서 사회로 나가는 루트이고요. 다른 하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 대학 병원에 들어가서 수련과 공부를 함께 하는 전문의 루트를 밟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학 병원에서 5년 동안 공부와 지도와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경험을 쌓습니다. 아직 전문의가 되기 전의 수련 과정에 있는 이들을 '전공의'라고 부르죠. 모두 이미 의사 자격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진료의 경우 모두 지도 교수의 지도를 받으면서 진료를 하고요. 이 부분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뉠 수 있는데요. 제 주위 의사들은 다들 "보통 사람이 평소에 병원을 갈 때는 전문의의 개인 병원이 대학 병원보다 더 좋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유는 대학 병원에서 보통 만나는 의사는 전문의가 되기 전의 의사고요. 전문의 개인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는 이미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의일 뿐만 아니라, 집 근처의 개인 병원에 다니면 오랜 기간 자신에 대한 진료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단 이유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역시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학 병원에서 만나는 전공의들은 갓 졸업한 일반의보다는 지식과 경험이 훨씬 뛰어나지만, 아직 전문의가 되지는 못한 수련 중인 의사라는 점이 있는 거고요.
의견 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리고 대학 병원이 훨씬 더 좋은 시설과 장비와 다수의 의사와 교수가 모여 있는 상급 의료 기관이란 점도 맞지만, 살면서 상식적으로는 알아 두면 좋은 부분입니다. 참고로 뉴스에서 종종 듣는 1차 의료기관, 3차 의료기관 같은 용어도 이것과 연관이 있는데요. 보건소나 개인 병원은 전부 '1차 의료 기관'입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료 기관이죠. 그런 개인 병원의 규모가 커질 경우 2차 의료기관이 되고요. 여전히 사설 병원입니다. 이게 훨씬 규모가 커지고 모든 분야를 다 진료할 수 있게 되면 대학 병원으로 대표되는 3차 의료 기관이 되는 것이죠. 3차 의료 기관은 원래 가벼운 병 때문에 가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진료 의뢰서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에 자주 가는 병원은 집 근처의 전문의 개인 병원이 좋다는 의견이 더 사리에 맞는 부분도 있는 거고요. 3. 개인 병원과 병원 이름의 규칙(전문의 vs 일반의) 그동안 살면서 보아온 바로는 거의 잘 모르시는 부분인데요. 전문의 병원은 병원 이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병원의 이름만 보고서 전문의의 병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규칙이 있어요. 법적으로 전문의가 아닌 경우, 병원의 이름에 전문 과목의 이름을 넣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김 내과 의원'이라고는 이름이 있다면 이건 내과 전문의의 병원입니다. 왜냐하면 '김 내과'라는 게 병원의 이름인데, 진료 과목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전문의 입니다. 그럼 일반의는 어떨까요? '김 의원 (진료과목 : 내과)', 이렇게 표기해야 합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개인 병원의 이름 (내과)전문의김 내과 의원 or 김철수 내과 의원
일반의김 의원 (진료과목 : 내과) or 김 의원 내과 or 김철수 의원 내과 ※ 진료과목을 간판에 표기할 때 더 작게 표기해야 함.
이런 식으로 병원 이름을 보고 구분이 가능하죠. 일반의는 병원명의 '의원' 앞에 진료 과목을 끼워넣지 못합니다. 보통 피부과가 가장 돈이 많이 되는 병원이라서 비전공의가 많습니다. 그래서 '○○○ 의원, 진료과목 : 피부과' 처럼 쓴 곳이 많죠. 또 비뇨기과가 과거엔 피부과와 같은 계열에 속했고, 비뇨기과에 찾아가기가 부끄러울 수 있단 이유로 피부과 이름을 걸고 있는 개인 병원들도 있습니다. 후자는 우리나라 개인 병원의 꽤 오랜(?) 전통입니다. 단지 2차 병원처럼 큰 곳이나, 아니면 요즘 트렌드(예: 미인 병원)처럼 병원 이름에 진료과목을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전문의 검색을 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피부과의 경우 '대한 피부과 의사회' 홈페이지에서 근처의 전문의 병원을 검색할 수가 있습니다. ※ 참고로 위에서 든 예시들은 모두 실제 존재하는 병원 이름들과 무관합니다. 그리고 꼭 피부과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4. 결론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이고, 모르시는 분들도 제법 봐 왔기에 써 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 초에 읽은 소설 작가가 저걸 모르고서 글을 썼길래 욱했던 마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일반의가 여러 과목을 진료하는 건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고, 내과 전문의가 피부과 진료를 하는 것도 아무 문제도 없으며, 다들 이미 훌륭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일반의도 의대 6년의 기간 동안 우리 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 공부합니다. 단지 전문의는 그걸 하고서 전문 분야를 5년 동안 추가로 공부하고 교수 지도 하에 대학 병원에서 실제 진료 경험을 수없이 쌓는 것이고요.
일반의몸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6년 동안 공부한 의사.
전문의몸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6년 동안 공부한 후, 그 중 한 분야를 골라 5년 동안 더 공부하고 수없이 많은 진료 경험을 쌓은 의사. 의학 박사 취득자도 많다.
일반의 vs 전문의 vs 대학 병원.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1. 전문의를 따지지 않을 경우 취향에 맞는 병원을 선택하기 쉽고요. 2. 전문의 개인 병원에 갈 경우 11년의 교육과 임상 과정을 거친 스페셜리스트를 만날 수 있는 거고요. 막 개업한 젊은 전문의도 이미 검증된 경험과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의사들도 보통 이 시기가 가장 지식적으로 뛰어난 시기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최신의 지식이요. 그에 비해 나이가 든 전문의들 역시 계속 평생에 걸쳐 공부를 하고, 거기에 더해서 수십 년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3. 대학 병원은 여러 의사들이 모인 가장 좋은 시설에서 가장 비싼 의료기기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교수들의 경우 노련한 의사이자 학자이고요. 그래서 보통 추천되는 게, 집 근처에서 좋은 전문의의 병원을 정해서 평생 다니는 겁니다. 자잘한 병이나 건강 관리는 가까운 전문의에게 맡기고요. 주치의처럼요. 개인 의원의 범위를 넘는 큰 병의 진단을 받으면 소개장을 들고서 대학 병원에 가는 거죠. 이게 다짜고짜 대학 병원에 가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개인 의원도 대학 병원에 가야하는 진료를 자기들이 하지는 않습니다. 의료 사고와 책임이 무서우니까요. 방어 운전처럼 방어적인 진료에 의사들은 다들 정말 민감합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의사들도 사람이라서 개인 차가 심합니다. 성자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니고요. 다 똑같은 사람이라서요. 좋은 병원을 찾아서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인생의 복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친절하기만 하거나, 아니면 즉효성이 있는 진료만 하는 의사가 무조건 좋은 의사인 건 아닙니다. 이건 일반인들이 판단하기 꽤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장사꾼은 당연히 친절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한 좋은 치료보다, 부작용이 쌓일 수 있지만 당장 내일 효과가 보이는 처방을 더 선호하는 의사들도 있죠. 당장 돈을 벌면 20년 후에 환자가 겪을 부작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거나 해서요. 여러 가지 요소를 참고하셔서 다들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나만 더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얻은 애매한 지식보다 의사가 더 잘 압니다. 그건 명심하는 게 더 좋습니다. 저희가 물리 좀 공부했다고 물리학자보다 잘 아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하는 말보다도 의사 말을 더 믿으세요. 부록. 치과 의사 vs 의사 사실 이건 꽤 재밌는 이야기인데, 학문적인 분류로 보면 치과 의사(Dentist)는 의사(Medical Doctor)가 아닙니다. 저도 이건 치과 의사 친구가 예전에 치대 다닐 때 계속 성토해서 알게 됐네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수백 년 전 과거에는 치과의 영역이 의사 진료의 범위가 아니었습니다. 이발사 같은 기술자들이나 그냥 동네 사람이 아픈 이빨을 뽑거나 그랬죠. 그러다 보니까 치과 의사들은 영어로 '덴티스트'라고 부르는데, 저희가 바이올린 연주자를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는 걸 보실 수 있듯이 의사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봤습니다. 초기의 근대 의학이 성립된 이후에도 말이죠. 그런데 학문이 발전하면서 치과 의사들도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연구를 하고 진료를 실제로 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쌓게 됐거든요. 여기부터는 치대생에게 전해들었던 '썰'인데요. (따로 검증은 안 해봤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치과 의사들이 우리도 의학 영역에 넣어달라고 의대쪽에 수차례 요청을 했답니다. 그리고 의대는 "응 싫어 너흰 의사 아니야"라고 거부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의과대학 출신들은 이 얘기를 전혀 모르고, 치과대학에선 오랜 원한으로 품고서 학생들에게 계속 교육하는 것 같아 재밌습니다. 아무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치대는 의대가 아닌 별개의 대학으로 남았다고 하고요. 그래서 치과 의사는 분류 상으로 보면 의사(Medical Doctor)가 아닙니다. (진짜로 의사가 아니란 건 아닙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그래서 의사와 치과 의사들이 하는 얘기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꽤 재밌습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도 있고요. 의사들은 생각보다 이빨 쪽에 대해선 잘 모르고요. 반대로 치과 의사들 역시 의학/생물학 쪽에 대해선 꽤 기본적인 것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다른 분야란 생각도 들어요. 아무튼 이건 그냥 재미로 해 본 이야기였고요. 치과 의사들이 이빨 쪽에 대해선 의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고, 필요한 모든 전문 지식을 다 배우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치과 쪽은 의학쪽보다도 훨씬 잘 모르는데 그쪽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한 정도였습니다. ^^; ※ 위의 내용에서 편의상 '치아'가 아니라 '이빨'이라고 썼는데 양해바랍니다. 일반적으로 품고 있는 더 직관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썼습니다.
흠...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