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즈 오픈핏 T910을 써 보다
2024년 11월 08일 · 오후 9시 35분
전부터 골전도 이어폰 쪽에서 두각을 보이던 샥즈(SHOKZ)의 오픈형 이어폰을 사 봤습니다. SHOKZ OPENFIT T910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광고 아니고 순수한 소감입니다. 사기 전에 꽤나 오래 고민하다가 샀어서... 저는 이어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평소에 즐겨 쓰지 않습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죠. 일단 음악을 BGM처럼 들으며 뭔가를 하거나 이동하는 걸 안 좋아해요. 귀도 아프고요. 내구도가 낮아서 수명이 짧은 소모품이기도 하죠. 애초에 이어폰은 너무 작아서 아무리 비싸도 제대로 된 음악을 재생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게 음질이 훼손되는 블루투스 연결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이게 기존에 갖고 있던 이어폰에 대한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득 한밤중에 TV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아이패드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깨니 큰 소리로 대놓고 틀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작은 소리로 듣고 싶지도 않으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찾은 것이 골전도와 오픈형 이어폰입니다.
골전도는 SF에 많이 나오는 익숙한 장비로, 귀가 아니라 두개골에 진동을 줘서 소리를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귓구멍을 막지 않기 때문에 주변 소리가 다 들리고, 청력의 손상도 방지하며, 물속에서도 들을 수 있죠. 골전도 이어폰 역시 예전보다 꽤 발전은 한 것 같습니다만, ① 음질이 아직 귀로 듣는 것보다 못하고 ② 뼈가 오래 울리면 두통 같은 게 생기는 사람이 있다는 리뷰들을 보고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참고로 ②의 고통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오래 듣는 것보단 훨씬 덜하다고 합니다. 오픈형 이어폰은 귓구멍을 막지 않은 상태로, 귓구멍을 향해서 소리를 쏘아서 음악을 재생하는 장치입니다. 마찬가지로 귓구멍을 막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소리가 다 들리고요. 공기를 통해서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더 익숙한 느낌의 음악을 들려준다고 합니다. 초기 오픈형 이어폰은 작은 스피커를 귓구멍 앞에 대 놓은 정도였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샥즈 등의 오픈 이어폰이 상당히 좋은 퀄리티로 올라왔다는 호평들을 듣고서 약 1년 정도 고민하다가 구입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구매였고 만족스럽습니다. 산 직후에 느낀 장단점과, 현재 약 5개월 정도 써 보고 느낀 장단점이 조금 다른데요. ▶ 구입 직후의 감상 ◇ 장점 - 주변의 소리가 들려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고 개방감이 좋다. - TV나 모바일로 영상을 보기에 나쁘지 않다. - 두 개의 장치에 멀티 페어링이 가능하며 앱으로 콘트롤 가능. - 소리를 크게 해도 타인에게 아주 잘 들릴 정도는 아니다. - 음악 재생 음질이 생각보다 좋다. ◇ 단점 - 영상을 볼 때 아주 미묘하게 소리가 동굴처럼 울리는 느낌을 받는다. - 생각만큼 주변 소리가 제대로 들리진 않는다. 대화는 못 할 수준. - 최대 볼륨이 생각보다 작다. - 음악 재생 음질이 아주 좋진 않다. (비교 대상은 헤드폰이나 스피커) - 이퀄라이저 주파수가 조금만 더 세분화 되었으면 좋겠다. - 수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선 전원을 끌 수 없다. 우선 주목적이었던 TV 감상 용도로 꽤 괜찮습니다. 단지 음악 재생에 더 특화된 느낌이라서, 음악을 재생할 때는 자연스럽지만, 영상을 들을 때는 미묘하게 동굴처럼 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제대로 체감될 정도는 아니고 아주 미묘하게요. 오픈형의 특성 같은데 금방 적응할 수준입니다. 귓구멍을 막지 않아서 개방감이 좋고요. 주변이나 자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서 상황을 계속 파악할 수 있고 차단된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단지 소리를 보통보다 아래로 낮춰도 대화를 하면서 음악을 들을 정돈 아닙니다. 미묘하게 상대방의 발음을 놓치곤 해요. 음악 재생 품질이 생각보단 괜찮은데,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음질이 안 좋아서 스트레스 받을 정돈 아닙니다. 귀가 썩는 것 같은 느낌은 안 들어요. 별 생각 없이 무난하게 좋아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질이고요. 하지만 보컬의 음색 자체를 순수하게 소리로서 즐길 정도로 좋진 않습니다. 최대 볼륨이 생각보단 낮지만 부족하다고 느낄 정돈 아니고요. 원래 목적을 충분히 잘 달성했기에 만족했습니다. ▶ 구입 5개월 후의 감상 ◇ 장점 - 주변 파악이 되기 때문에 실외에서도 폐쇄형 이어폰보다 생각보다도 더 좋다. -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 음악 감상 용도로도 생각보다 좋다. ◇ 단점 - 밖에서 자동차/자전거나 소음을 파악하기엔 무난하지만, 대화 등은 어렵다. - 밖에서 일정 이상 볼륨으로 오래 들을 경우 귀가 아프다. - 이어폰과 귀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소리가 이상해지기 쉽다. - 사용하지 않아도 배터리가 꽤 빨리 방전된다. 몇 주 정도? - 멀티 페어링 가능 대수가 늘어나면 좋겠다. 그 후 5개월 정도 쓰면서 장점이 꽤 크게 다가왔는데요. 외출했을 때도 생각보다 쓰기가 좋더군요. 작은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라서 일단 편하고요. 꼭 이동할 때가 아니라도 카페 등에서 듣기에 생각보다 좋습니다. 단지 저는 밖에서 주변 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걸 중시하기 때문에 그렇고, 외부 소리 안 듣길 원하는 사람은 폐쇄형이 더 좋긴 할 거예요. 음질도 처음에는 자세히 들어서 그랬는데, 정신줄 놓고서 한두 곡 잠깐 들어볼 때는 무난합니다. 음, 생각보단 나쁘지 않아요. 일부러 이동하면서도 몇 번 들어봤는데요. 일단 귀 가까이에서 소리를 틀어놓는 것이다보니 외부의 소리와 꽤 심하게 간섭합니다. 볼륨이 일정 이상 커야 제대로 들리고, 외부 소리는 생각보단 잘 안 들려요.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을 정도로는 충분합니다만... 그리고 몇 시간 정도 그 상태로 들으면 저는 귀가 아프더라구요. 폐쇄형 이어폰보단 덜 아픈데, 아예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닙니다. 어쩌면 작은 소리로 듣기 원하는 사람은 폐쇄형 이어폰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오픈형은 외부 소리와 상쇄하는 효과가 더 큰 느낌이에요. 어쩌면 가장 큰 문제인데, 귓구멍을 향하는 이어폰의 방향이 어느 정도 움직일 경우 소리가 급격하게 이상해집니다. 핀포인트로 귓구멍을 향해 소리를 발사하고 있는 거라서 그 상태가 유지될 때만 제대로 들려요. 예를 들어서 음식을 먹느라 턱을 많이 움직인다거나, 머리의 각도가 일정 이상 좌우로 기운다거나 하면 소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지 평범하게 조용하게 다닐 때는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고, 사기 전의 기대보다 좋았습니다. 솔직히 이걸로 음악을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가끔 잠깐 듣기엔 나쁘지 않아요. 무엇보다 이 다음에 골전도+공기전도 하이브리드 신 모델이 나왔는데, 들어보니까 순수하게 음악을 듣기에는 T910이 더 좋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몇 개월 차이의 신 제품 발매로 손해를 안 본 느낌(?)이라 다행입니다. :) 오픈 이어폰은 워낙 생소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관심 있는 분들께 참고가 되면 좋겠네요. ※ 추가 : 계속 쓰면서 느끼는 건데, 만약에 음질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만족하진 못할 것 같습니다. 참 미묘한데,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운 생각보다 좋지만, 어느 정도 감상을 해 볼까? 란 마음을 먹는 경우엔 다시 실망하게 되는 그런 수준이네요. 순수하게 악기나 목소리에서 즐거움을 얻을 정돈 아니고, 배경음악처럼 깔려서 큰 신경 안 쓰는 수준에선 들을 만한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정도인 것 같네요.
흠...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