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DAIMA
2025년 05월 10일 · 오후 5시 56분
드래곤볼 다이마를 드디어 다 봤습니다. 리뷰까진 아니고 짧은 감상입니다. ※ 이 글은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이미지 출처 : 드래곤볼 공식 홈페이지 https://dragon-ball-official.com/news/01_2187.html
「드래곤볼 DAIMA」(이하 '다이마')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방영된 드래곤볼 40주년 기념작이자 故 토리야마 아키라씨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은 어쩌면 원작 코믹스(애니판 Z에 해당) 이후 토리야마 씨가 가장 많이 관여한 애니메이션일지도 모릅니다. 기존에는 보통 감수나 조언자 역할이었지만, 다이마에서는 원작, 원안, 스토리, 캐릭터, 설정을 모두 직접 했죠.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느낀 건 "드래곤볼의 향수를 한번에 묶어내 보고 싶었다"라는 게 이 작품의 테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슈퍼나 극장판들을 제외하고서, 손오공의 어린 시절부터 GT까지의 행보를 압축하고 기념한 느낌이에요.
요전의 잡담에서 대충 언급했지만, 이 이야기는 손오공과 그 동료들이 악의 음모로 어린 아이가 된 후 다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대마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DAIMA'는 '대마계(大魔界)'를 일본어로 읽은 '다이마카이(大魔界)'의 앞부분입니다. 작품의 테마부터가 피라후가 드래곤 볼을 모았던 장면이나 GT의 시작 부분을 연상시키죠. 이후 손오공이 어린 모습으로 여의봉을 휘두르는 건 초기 개그 격투 만화일 때의 향수를 불러옵니다.
일단 개인적인 감상은, 그렇게 재밌진 않았습니다. 팬이기 때문에 볼만은 했어요. 제 생각에 다이마에는 아마도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40주년을 기념한 추억의 회상이고, 다른 하나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새로운 세대를 팬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무거운 내용이나 심각한 전투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도 죽지 않고요. 음... 아마도요. 스토리가 어렵지도 않고, 전개나 그림을 봐도 기본적으론 아동이나 소년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가깝습니다. 극적인 스토리 전개도 없고요. 심지어 논리나 개연성이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을 어른 팬들이 따라가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볼을 찾아서 모험을 하던 부르마 시대의 느낌을 종종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실제로 부르마도 멤버에 끼네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제 재미가 없을 테니 '어린 손오공'이 파워업 해 가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주죠. 아마 처음에 초사이어인 1으로 변신하고서 에네르기파를 날리는 다이마의 장면은 다들 잊기 어려우실 겁니다. 실제로 작품 전체에서 가장 공이 들어간 씬으로 보이고요.
그런데 이 작품이 기존 팬들에게 이슈가 된 건 추억 때문이 아니라요. 아마 기존 설정(특히 슈퍼의 설정)을 완전히 파괴하는 전개 때문일 겁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언급하자면, 드래곤볼은 원작 만화책 이후 '정사(正史)와 야사(野史) 논란'이 있었고요. 결론적으로는 만화책 완결 직후의 후속작 애니메이션이었던 「드래곤볼 GT」는 야사이자 평행세계의 이야기라는 식이고, 가장 최신작이자 원작자 사후에도 이어질 현재의 돈줄인 「드래곤볼 슈퍼」가 정사라는 식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원작자가 여기에 대해서 가타부타 한 적은 없고 팬과 사업부의 잠정적 결론에 가깝죠. 그런데 토리야마 씨가 큰 공을 들인 「다이마」의 시간대는 마인부우전이 끝난 직후입니다. 원작에서 우부를 만나기는 전이고, 최신작인 슈퍼가 시작되기 전이죠. 그리고 아래가 문제의 장면.
(스포일러) ... ... ... ...
기존 작품들을 통틀어서 베지터가 초사이어인 3가 된 적은 없었고요. 손오공은 GT에서만 등장했던 초사이어인 4가 됩니다. 다이마에서 둘 다 이루어지죠. 이것 때문에 슈퍼에서 나온 다음 변신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이 깨졌습니다. 사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토리야마 아키라씨가 (제가 알기로) 딱 한 번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드래곤볼」은 만화책이 완결된 시점에서 끝났고, 그 이후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 각자가 만드는 별개의 이야기라고요. 다이마는 어떻게 보면 토리야마씨의 이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같습니다. 만화책에서 끝난 이야기이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마치 평행세계처럼 각각 존재하는 거죠. 저는 정사 야사 논란보단 이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물론 원작자가 아닌 드래곤볼 사업부에겐 반갑지 않을 논리이겠지만요.
아무튼 다이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토리야마씨가 GT를 마음에 들어했던 걸지도 몰라요. 원작에 없던 '브로리'나 '버독'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다듬어서 편입시켰던 것처럼, GT 역시도 원작자의 입장에서 다시 풀어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드래곤볼 다이마는 드래곤볼을 찾아서 대마계로 떠나는 어린 손오공들의 동심어린 이야기였고, GT까지의 옛 여정을 추억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이 보면 좋아할지는 저는 전혀 모르겠네요. OST가 조금 더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란 아쉬움은 있군요. 마지막까지도 스토리나 설정은 말이 안 됐고, 그럼에도 팬심과 추억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어른 입장에선 다 보고 나면 남는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꼭 봐야할 애니메이션은 아니겠지만, 추억하며 볼 만한 작품이긴 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서 보기에는 적어도 슈퍼보단 훨씬 낫네요. 아마 토리야마씨에게도 본의 아닌 유작이 되었겠지만, 어찌 보면 시리즈의 마지막을 원작자의 힘이 많이 들어간 작품으로 끝낼 수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다이마를 보니까 이제 진짜로 드래곤볼이 제 안에서 완결이 된 느낌입니다. (물론 드래곤볼 시리즈는 드래곤볼 사업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될 겁니다.)
原作/ストーリー/キャラクターデザイン : 鳥山 明 원작/스토리/캐릭터 디자인 : 토리야마 아키라
오랜 시간 동안 드래곤볼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화책이나 꺼내서 어린 시절의 모험 부분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잡담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