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語] 우주(宇宙)라고 쓰고 하늘(そら)이라 읽는 일본어 한자
2025년 06월 10일 · 오전 12시 00분
일본어를 아는 분들은 아마 한자를 원래의 독음과 아예 다른 단어로 읽는 특이한 방식을 접해보셨을 것이다. 주로 노래 가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우주(宇宙, 우츄우)'라고 쓰고서 '하늘(そら, 소라)'이라고 읽는다거나, '동료(仲間, 나카마)'라고 쓰고서 '친구(ともだち, 토모다치)'라고 읽는다거나 하는 경우들이다. 보통은 발음이 아예 다르더라도 연상되는 종류의 의미를 상호보완적으로 쓸 때가 많다. 하지만 아예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서 만화 대사에 '사랑해(愛してる)'라고 쓰고서 'しね(죽어라)'라고 독음을 단다거나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겉과 속이 다른 불일치감을 강조하려고 하거나, 모든 의미가 다 중의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문학적인 표현'으로 주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이런 걸 '문학적 허용'이라고 설명하거나, '아테지(当て字)'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때가 많은데, 근본적으로는 '루비(ルビ / ruby)'라는 표기법의 아래에 있는 카테고리들이다. 오늘은 이런 독음 표기에 대해서 살펴 보겠다.
1. 후리가나와 루비 (1-1) 후리가나(振り仮名) 후리가나(振り仮名)란 일본어 한자의 위나 옆쪽에 작은 글씨로 읽는 법을 표기하는 방식이다. 지난 연재에서 얘기했지만 한자는 원래 중국의 문자였고, 이것이 토착 일본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발음이 생겨났다. 자연스래 일본인들도 한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헷갈리게 됐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이를 극복할 방법들이 고안돼 왔는데, 근대의 활판 인쇄술과 출판업과 만나며 한자 옆에 작은 독음을 달도록 정착한 것이 현재의 후리가나(振り仮名)이다. 특히 당대에는 처음으로 공교육이 시작되었고 지금보다 평균적인 교육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한자 독음을 표기할 필요성이 매우 높았던 것 같다. 후리가나(振り仮名)는 '후루(振る, 독음을 붙인다는 뜻)'와 '가나(仮名, 한자를 따서 만든 일본의 음절 문자)'라는 두 단어가 합쳐진 말로, 말 그대로 독음을 위한 글자를 단다는 뜻이다. (1-2) 루비(ルビ / ruby) 메이지 시대(1868-1912)에 활판 인쇄가 성행하며 자연스래 인쇄 용어도 많이 생겨났다. '루비'는 당시 후리가나를 달 때 쓰던 활자 양식을 일컫던 말이다. 당시 영국에선 활자 크기를 보석의 이름으로 불렀는데, 메이지 일본에서도 후리가나용 5.5 포인트 활자를 '루비 활자'라고 부르게 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ruby를 일본어로 쓰면 ルビー(루비이, 세 글자)이지만, 이 인쇄 용어는 ルビ(루비)라고 두 글자로 쓴다. 일본어 위키피디아에서는 '루비'를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루비(ルビ) 문장 내의 임의의 문자에 대해서 후리가나나 설명, 다른 읽는 법 등의 역할로 본문의 옆에 부속시키는 문자. 통상 세로쓰기할 때는 문자의 우측에, 가로쓰기의 경우엔 문자의 상단에 표기한다. 출처 : https://ja.wikipedia.org/wiki/%E3%83%AB%E3%83%93
다시 말해 '루비'란 작은 글자를 붙이는 양식 그 자체에 대한 개념이다. 일본어로는 '루비를 단다(ルビを振る)'라고 표현한다. '후리가나'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본질적으론 다른 영역을 가리킨다. 또한 모든 후리가나는 루비(읽는 법을 붙인 것)이지만, 모든 루비가 후리가나인 건 아니다. 1차적으로 정리하자면, 오늘날 우리가 만화책이나 소설, 노래 가사 등에서 보는 작은 글씨는 '루비'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한자를 정식으로 읽는 독음은 후리가나라고 부른다. 2. 의훈(義訓) : 의미를 풀어서 한자와 연관짓다. 의훈(義訓, ぎくん)이란 한자를 문장이나 문맥의 뜻에 맞춰서 정식 독음이 아닌 그 자리에서만의 일시적인 형태로 읽는 방법이다. 뜻으로 풀이하는 '훈독(訓読み)'의 한 종류이며, 일반적인 훈독과 다르게 한자를 정식 독음과 다른 방식으로 읽는다. 예컨대 고대 일본에서 중국어 번역을 하는데 어떤 문장 속에 '따뜻하다(暖, だん)'와 '차갑다(寒, かん)'라는 한자가 있었다고 해 보자. 그런데 이 두 문장이 앞뒤 문맥 상 의미론 '봄'과 '겨울'이란 뜻에 가깝다. 이 때 옛 한문훈독에서는 이걸 본래의 독음과 다르게 '따뜻하다'가 아닌 '봄(하루)'으로, '차갑다'가 아닌 '겨울(후유)'로 읽는 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문맥 등의 뜻을 풀이해서 본래와 다르게 임시로 읽는 방식을 의훈(義訓)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널리 퍼져 오랜시간 고착화 된 경우가 지난 연재에서 본 '숙자훈(熟字訓)'이다. ※ 숙자훈 : 개별 한자의 정식 독음과 다르게 '오늘(今日)' 등의 단어를 '쿄오(きょう)'처럼 읽는 방법. 시간이 흘러 메이지 시대 때엔 '생명(生命, 세이메이)'이라고 쓰고서 '이노치(命, 목숨)'라고 읽는다거나, '우유(牛乳, 규우뉴우)'라고 쓰고서 '미루쿠(ミルク, milk)'라고 읽는 방식들이 등장한다. 지금 와선 꽤 익숙한 방식이다. 현대에 와서는 '우주(宇宙, 우츄우)'라고 쓰고서 '하늘(そら, 소라)'이라고 읽는다거나, '전처녀(戦乙女, 이쿠사오토메)'라고 쓰고서 '발키리(ワルキューレ)'라고 읽는 방식 등이 서브컬쳐 문화를 중심으로 매우 넓게 퍼졌으니, 여러분이 보시는 대부분의 '그런 방식들'이 자세히 파고들면 '의훈(義訓)'에 속할 때가 많다. '의훈(義訓)'은 '의미'에 초점을 두는 읽는 법이다. 루비 중에서 본래의 표기와 다르되 의미를 생각한 비공식적이고 일시적인 독음이 의훈이다. 3. 아테지(当て字) : 본래의 용법을 무시하고 붙이는 글자 의훈이 '의미'라는 공통점을 갖는 것과 달리, 한자의 뜻과 큰 연관성이 없이 붙이는 방식을 '아테지(当て字)'라고 말한다. '아테루(当てる)'는 '대다/붙이다'라는 뜻이고, '지(字)'는 '글자'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글자를 붙이다'.
아테지(当て字) 일본어를 한자로 쓰는 경우에, 한자의 음이나 훈을 그 글자의 의미에 관계 없이 붙이는 한자 사용법. 좁은 의미로는 예로부터 관용적으로 오래된 것을 말한다. ※ 출처 : goo사전, https://dictionary.goo.ne.jp/
고대에 한자가 전파된 직후, 표기법이 없는 말을 한자로 적거나 혹은 어떻게든 상류 문화인 한자 표기를 해내고자 했던 흔적이 아테지의 원형이다. 전혀 상관이 없는 한자라도 표기를 위해서 차용하던 가차(假借) 방식.
표기단어의 의미한자 직역
浪漫 물결 낭 / 질펀할 만낭만. 로망. ※ romance의 일본식 표기. ※ 浪漫이란 한자를 일본식으로 읽은 발음이 '로망'이다. 자유롭게 흩어지는 파도.
珈琲 머리꾸미개 가/ 구슬꿰미 배커피(coffee).머리 장신구와 구슬.
倶楽部 함께 구/ 즐거울 락/ 거느릴 부클럽(club). ※ club을 일본어로 읽은 '쿠라부'의 한자 음차어.함께 모여 즐기는 집단.
仏蘭西 부처 불/ 난초 란/ 서녘 서프랑스(France). ※ 불란서. 한중일 삼국이 쓰는 한자가 다르다.서쪽에 있는 부처의 난초.
한자 직역을 한 뜻과 실제 단어가 관계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테지는 주로 한자의 소리를 이용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위에서 친숙한 외래어 표기를 예로 들었지만, 전통적인 일본어 단어들도 이 방식으로 쓰이다가 고착화된 것들이 많다.
한자 표기발음한자 직역실제 단어 뜻
目出度메데타시눈이 나온 정도잘 됐다 / 경사스럽다.
矢張야하리당겨진 화살역시
我楽多가라쿠타나의 즐거움이 많다잡동사니
滅茶苦茶메챠쿠챠차를 멸망하는 쓴 차엉망진창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단어들이지만, 기본적으론 원래 한자의 뜻을 무시하고서 발음만을 차용한 표기란 걸 알 수 있다. 한자 자체를 해석하려고 하면 뜻이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된다. 참고로 현대에 만들어진 아테지(当て字)로 된 양키어(깡패들이 쓰던 언어)들도 있는데, 필자가 20대 초에 한참 웃으며 꽤 좋아했던 표현들이다. 이걸 실제로 경험한 수십 년 전 일본인들에겐 불쾌하거나 공포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2025년 시점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한자음훈단어 발음실제 뜻
밤 야요로시쿠 夜露死苦잘 부탁한다.
이슬 로
죽을 사
괴로울 고
언덕 아아리가또 阿離我拓고맙다.
떠날 리
나 아
넓힐 척
사랑 애아이시테루 愛死天流사랑한다.
죽을 사
하늘 천
흐를 류
사랑 애아이라부유- 愛羅武勇I love you. ※ 羅는 '아수라'의 '라'이기도 함.
그물 라
무인 무
용기 용
아테지(当て字)는 좁은 의미로는 과거부터 계속 사용되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를 말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한자를 차용해서 임시로 쓰는 사전에 없는 표기법까지도 포함한다. 또한 아테지는 의훈(義訓)과는 별개의 개념이기 때문에, 의훈에 속하면서 동시에 아테지에 속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4. 만화나 소설에서 대사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 이 용법은 기존 문법에 없던 것이기 때문에, 필자가 지금 하는 설명은 필자가 아는 한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틀릴 수도 있다. 간혹 요즘 보면 단어 단위가 아니라 문장 단위로 완전히 다른 뜻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만화 캐릭터가 웃으며 "사랑해(愛してる)"라고 말하는데, 그 위에 작은 글씨로 "죽어라(しね)"라고 써 있거나 하는 경우가 드물게 존재한다. "친구가 되자(友達になろう)"라고 쓰고 "내 눈 앞에서 사라져(俺の目の前から消えろ)"라는 말이 달렸다거나.
요즘도 만화 보시는 분들께는 꽤나 익숙하실 종류의 표현법. 새삼스러운데 혼네/다테마에 표기에 참 좋아 보인다.
필자가 좋아하는 globe의 노래 가사에도 "어른이라고 변환되었어(大人に変換されていた)"라고 쓰고서, 가수는 "잿빛으로 물들었어(灰色に染まってた)"라고 노래를 부른다. 일종의 문학적 표현. 찾아보면 왕왕 보이는 방식인데, 필자가 알기로 이런 표기법에 정확한 분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억지로 아테지 등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지 모르나, 그냥 '루비'라고 말하면 무난하다. 오늘날의 새로운 활용법이랄까.
5. 마치며... 일본어를 공부하다 보면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의문인데, 지난 번에 한자 발음을 다룬 김에 여기까지 써 보았다. 이런 표기법은 주로 만화, 게임, 라이트 노벨 등 오타쿠 계열 서브컬쳐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일반 가요의 노래 가사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 일본에서 살아 보면 일상 속 광고 포스터나 잡지 같은 데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미 일본인에게는 익숙한 표현 방식이다. 사실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이런 분류법이나 용어를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문학적 허용' 같은 설명으로 넘어가기보다는 한번쯤 제대로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이번 한자 연재 시리즈는 여기까지. :)
▶ 부록 : 후리가나와 요미가나 ◀ 위에서 후리가나(振り仮名)가 한자를 읽는 법을 작게 표기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거의 같은 의미로 '요미가나(読み仮名)'라는 말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에서 생활해 보면 종종 보게 되는 표현. '요무(読む)'는 '읽다'라는 뜻으로, '요미가나(読み仮名)'는 '읽는 글자'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한자를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표기인데, 후리가나와 얼핏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요미가나'는 어려운 한자를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정확한 표기법을 병기한다는 개념이다. "이 한자 어려운데 이렇게 읽는 거니 틀리지 마세요"라고 하는 게 '요미가나'다. '후리가나'는 "어려운데 틀리면 안돼"보다는 한자를 읽는 법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는 목적이다. 초등학생용 도서에는 모든 한자에 후리가나가 달리고, 중학생→고등학생→성인 으로 갈수록 달리는 후리가나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차이는, 후리가나는 한자 옆에 작게 병기하는 방식이고, 요미가나는 괄호를 사용하거나 아예 다른 칸에 병기하는 등 방식이 다양하다. 직구할 때 일본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주소를 직접 적어보신 분은 '요미가나'란에 이름의 발음을 적어보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마) 요즘은 후리가나로 많이 쓰는듯하고, 일본인들도 사실 헷갈리고 잘 모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필자도 이젠 돌아온지 너무 돼서 잘 모른다. ^^;
잡담...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