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청와대에 다녀오다 (1)
2025년 08월 09일 · 오후 2시 20분
요전에 청와대 개방의 막차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그냥 가볍게 사진이나 올릴까 했는데 선별을 했는데도 양이 꽤 돼서 2~3편으로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사실 청와대는 어차피 일반 국민에게는 접근 불가의 영역이었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요. 제가 어렸을 때는 정부와 안기부가 무서운 시대이기도 했고요. 이번에 별 생각없이 가보려고 한 건데,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 이전에 문화재란 걸 알게 됐습니다. 원래 경복궁의 후원이었단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 보니 지금도 문화재인 게 맞더군요.
※ 이 포스팅은 정치와 무관하게 썼습니다. 저는 홈페이지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를 보고서 국민의 문화재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정치색이라 느끼실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감상이며 정치 성향이나 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관람과 현 정세와 포스팅이 엮인 타이밍이 썩 좋지가 않았네요.
청와대의 간략한 역사 청와대 본관 앞에는 과거 역사를 담은 비석이 있는데요.
청와대의 이 터전은 고려 왕조(高麗朝)의 이궁(離宮)으로 조선 왕조(朝鮮朝) 경복궁의 후원(後園)으로 천 년에 걸친 역사의 숨결이 깃든 곳이다. 일제가 우리의 옛 건물들을 헐고 이곳에 지은 총독의 집을 국가 원수가 건국 이후 이제껏 써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8년 12월 17일 민족 문화의 전통을 잇고 드높아진 나라의 위상에 어울리는 청와대를 신축토록 하였다. 관저가 1990년 10월 25일 완공되고 본관이 1991년 9월 4일 준공되니 천하에 으뜸가는 복지(福地) 위에 겨레의 앞날을 무한히 밝혀 줄 청와대가 새로 지어졌다.
본래 고려 때의 궁궐이 있던 곳이 조선 때는 경복궁 후원으로 쓰였고, 지도 상의 위치를 보나 옆에 남은 칠궁(七宮) 같은 것을 보나 경복궁의 일부였네요. (경복궁이 그랬듯이) 건물을 대부분 밀어버리고 조선 총독의 관저로 사용되다가, 1948년 정부수립이 되며 이승만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림] 요 영역이 청와대인데 국민 공개를 중지하고서 지도에서도 지웠네요. 원래의 내부를 보면 경복궁 후원이란 게 더 잘 보입니다. 옛날 지도는 올리면 안보 문제와 연결될 테니 생략합니다. (이미 공개는 다 됐지만)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도 ※ 문제가 될 경우 삭제합니다.
고려 때의 궁궐이었다는 것은 남경(南京)의 궁이었다는 건데요. 고려의 수도였던 개경(=중경)과 서경(西京, 평양), 그리고 동경(東京, 경주)에 이은 남쪽의 경(京)이 지금의 서울 자리이며 청와대가 그때의 궁궐 자리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천도를 하려고 했지만 고려 때는 실패했죠. 오늘날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경복궁의 후원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영역에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무(武)라는 글자는 어영군(御營軍)의 연무장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결국 일제강점기에 조선 총독의 관저가 되었고요. 오늘날의 청와대란 이름도 흥미로운데, 원래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경무대란 이름을 다시 썼으나, 초기 정부의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기에 1960년에 4·19를 겪은 후, 동년 8월에 기존 부정적 정부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청와대라고 이름을 바꿨다는군요. 이제껏 그냥 푸른 기와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짧게 소감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청와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제대로 관리되는 시설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경복궁 같은 것도 청와대에 비하면 관리가 정말 안 되고 있는 것이고요. 이런 수준과 규모의 관리는 적어도 대중이 볼 수 있는 영역에선 청와대 밖 한국 땅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건물이나 시설만이 아니라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선별돼서 관리되고 있는 한국 유일의 제대로 된 정원이자 궁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올리는 사진도 그렇고 미디어에 나오는 영상도 청와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청기와가 저렇게 예쁘고 잘 만든 것이었을 줄... 내부도 본관에 들어가는 순간 크렘린 궁을 떠올렸습니다. 말 그대로 궁전(palace)이더라구요. 21세기의 살아 있는 궁궐이요. 솔직히 처음엔 별 거 없더라도 인생 마지막 기회일 수 있으니 다녀오자 했던 건데, 다녀오길 정말 잘 했습니다. 정말 볼 가치가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럼 이제 사진을 올려보죠. 오늘은 입장하면 바로 나오는 녹지와 정원편입니다.
처음 입장을 하면 청와대 조감도가 나오는데요. 사실 건물 내부를 개방한 곳은 본관과 영빈관 정도이며, 본관도 완전 개방은 아니고, 영빈관의 경우는 멀찍이서 구경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방해뒀습니다. 끝물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제가 갔던 시점에선 그랬네요. 입구를 지나서 올라가면 녹지가 펼쳐집니다.
이젠 아님...
넓은 부지를 지나면 녹지원(綠地園)이 나오는데요. 원래 조선 때는 경복궁 뒤에서 야채 등을 재배하기도 한 곳이라던데, 경무대에서 왕이 친히 농사를 짓기도 했다니 이 근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경복궁 정원의 마스코트 같은 반송이 나오는데, 사진이 그 예쁨을 다 담지 못해서 아쉽네요. 살면서 본 모든 소나무 중 가장 예뻤습니다.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바로 뒤엔 상춘재라고 하는 외빈 접대 & 비공식 회의장이 있습니다. 아마 출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여기 지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내부에 들어가진 못하고 저게 다 입니다.
너무 예뻤던 소나무를 뒤로 하고...
청와대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조경이었는데요. 제가 식물에 별로 관심이 없긴 하지만, 한국에서 이 정도 수준의 조경은 본 적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정말 드물게 존재할 그런 최고급 수준의 관리 상태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식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감동을 할 정도의 정원이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게 설계된 것 같은데 여름만 볼 수 있었던 게 너무 아쉽네요. 그나마 녹음이 푸르렀을 때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녹지원의 여러 나무들이 천연기념물로 등록이 되고 조선 왕궁의 후원의 식생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라는 것에서 볼 때, 이 나무들의 상당수는 왕의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으로 선별되고 관리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강점기와 전쟁을 버티고 살아남은 나무들이겠죠. 다리를 건너서 본관으로 향하면 그 사이에 정원이 또 있습니다.
이곳의 나무들은 우리나라에선 정말 보기 드물게도 하나같이 곧고 높고 예쁘게 생겼습니다. 특별히 예쁜 나무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숲을 이루는 모든 나무가 다 잘생겼어요.
그리고 '예쁜 나무 콘테스트' 같은 게 있다면 거기 나올 법한 나무들도 많이 있습니다. 나무가 이렇게 예쁜 것이었나 싶었달까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과거 왕정 시대의 왕이나 귀족들이 왜 그렇게 정원에 큰 돈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장 충격적이었으며, 살면서 이걸 봐서 다행이라고 느낀... 세상을 보는 관점이랄까 한국의 상징물을 보는 관점이 바뀐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무궁화 나무입니다.
무궁화란 게 이 정도로 예쁜 꽃나무란 걸 살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나무'란 걸 처음 알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담벼락이라거나 여러 장소에서 무궁화를 많이 봐 오긴 했지만, 종종 보면서 "국화(國花)라기엔 그렇게 안 예쁜데 굳이 이걸로 골라야 했을까?"란 생각을 가끔 했거든요. 그런데 잘 관리해서 잘 키운 무궁화를 보는데 충격적으로 예뻤습니다. 세상에, 이게 한국의 국화였나. 조경과 관리란 게 식물을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바꾸는지도 엿볼 수 있었고요. 여러모로 세계관 자체가 좀 바뀌었습니다. 차라리 외국이면 모를까 우리나라 땅에서 흔히 보던 식물들이었기에 충격적이었네요. 지면 관계상 사진을 극히 일부만 올릴 수 있는 게 너무 아쉽군요. 애초에 사진기도 폰카이긴 합니다만... 그럼 이제 본관으로 향해 보겠습니다.
[ 2편에서 계속...]
잡담...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