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의 기본 원리와 오해
2025년 09월 07일 · 오후 4시 48분
※ 본 연재는 비전공자의 시각에서 양자 컴퓨팅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몇몇 용어들은 일부러 쉽게 표현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 내용이 깊진 않습니다. 저 또한 그저 과학 애호가일 뿐으로, 잘못된 내용에 대한 정정은 환영합니다. 0. 들어가며... 양자 컴퓨터. 예전부터 SF에서 많이 이야기되었고, 최근엔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며 꽤 많이 들려오는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매우 빠른 미래의 컴퓨터'이며 '기존 컴퓨터의 종말', '신 시대의 시작' 같은 이미지로 생각된다. 사실 이건 모두 SF 작품에서 나온 오해 때문으로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자 컴퓨터는 지금의 우리들, 보통 사람의 인생과 별로 상관없을 것이다. 적어도 양자 컴퓨터가 나오고 20년 혹은 수십 년은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쓰는 컴퓨터랑 근본적으로 다른 컴퓨터이고, 우리가 지금 쓰는 컴퓨터가 범용적으로 보면 더 좋은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초당 연산 속도만 따지면 양자 컴퓨터보다 지금 쓰는 컴퓨터들이 훨씬 더 빠르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이진법이 아니라, 자연의 방식을 모방해서 만들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다. 기존의 컴퓨터는 '계산기'가 본질이기에 흔히 우리가 컴퓨터에 요구하는 '정확한 단순 계산과 그 응용'에 최적화 되어 있지만, 양자 컴퓨터는 그보다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세상을 시뮬레이션하는 종류의 활동에 더 최적화되어 있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과학이나 의학 분야 등에 크게 기여하며 몇십 년 후엔 그 혜택을 그 시대의 사람이 보겠지만, 적어도 당장 체험할 변화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자 컴퓨터는 지금 수준에선 너무 비싸고 민감하다. 초전도체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보통 사람이 가지기 어려운... 오늘은 갑자기 떠오른 김에, 새간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 (필자와 같은) 비전공자 눈높이로 얘기해보겠다. 솔직히 양자 컴퓨터에 대한 대중적인 설명은 너무 단순하고, 심화된 설명은 너무 직관성이 떨어지기에, 이 글은 그 중간을 지향하겠다. 1. 양자와 양자역학 (1-1) 양자의 의미 양자(quantum)는 아마 원래 뜻과 상당히 다르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단어일 것이다. 정의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 에너지량"이다. 과거의 '원자(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가 떠오르는 단어다. 원래 퀀텀(quantum)이란 단어는 16세기에 등장했는데, 처음엔 '양(量)'이란 뜻이었다. quantity(양) 같은 단어에서 옛 어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막스 플랑크(Max Planck). 양자 이론의 창시자.
하지만 양자역학이 태동되며 의미가 바뀌었는데, 1900년에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양'으로 흡수/방출되는 현상을 연구하면서 이 용어가 시작됐다. 이것은 에너지 역시 최소 단위의 '양'이 있을 수 있다는 개념과 이어지고, 빛의 파동성을 증명하는 이중 슬릿 실험 등과 합쳐지면서, 원자보다도 작은 미시세계를 연구하는 분야로 자리잡았다. 그 후 양자장 이론이 나오고, 표준모델에도 영향을 끼치고, 현재에는 미시세계뿐 아니라 거시세계(우리가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크기의 세상)의 법칙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양자(quantum)'란 단어는 실제론 '양자역학적 성질'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한자로는 양자(量子)라고 쓰는데, '양(量)이 많다', '수량(數量)'할 때의 양(數)자다. 양(量)과 입자(子)라는 한자의 합성어다. 언젠가부터 양자/퀀텀이란 단어는 대중, 특히 서브컬쳐쪽에선 사실상 '슈퍼 울트라 하이퍼 SF' 같은 의미의 수식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원래 뜻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1-2) 양자역학 양자역학은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직관적이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눈으로 관찰해 온 세상과 양자역학의 원리는 제법 다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주위에서 모든 물리 법칙을 언제나 결정하고 관여하고 있는 게 양자역학의 세계다.) 가장 유명한 예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있다.
영원히 고통 받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원래 이건 양자역학을 비판하기 위한 예시였다고 한다. 독가스가 나올 확률이 50%인 상자 안에 고양이가 들어 있는데, 밖에선 내부 상황을 알 수 없다. 상자를 열고 내부를 확인(=관측)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 양자역학에서는 '관측할 때까지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존재한다.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도저도 아닌 '미확정 상태'를 말하며,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를 열 때까지는 '죽은 상태도 살아 있는 상태도 확정돼 있지 않은' 양자역학적인 상태를 비유한다. 확률적 가능성의 상태랄까. 사실 이건 현대 과학이 아직 설명을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이런 어중간한 상태가 존재하는지 현재에도 진행 중인 논란이다. ※ 일단 현재 학계의 주류 입장은, 확정되지 않은 중첩 상태가 실존한다는 것이다.
◆ 관측 그리고 이건 '관측'이 과학적으로 대체 뭐냐는 의문과 연결된다. 단순하게는 "인간이 관측을 하는 것이 우주와 물리법칙과 현실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초기에 실제로 제기된 의문이다. 단지 '우주 인간 중심설' 수준의 의문은 현재 과학계에선 부정되었다. 현대 물리학에선 중첩을 (필자가 이해하기로) 일종의 '환경과의 상호작용'처럼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여전히 '관측'의 본질은 논란에 있다. 참고로 이건 영화 등에 이용되는 다중우주설과 직접적인 연관을 지니는 개념이기도 하다.
원래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고양이가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중첩된 상태'라는 말로 비꼬기 위해서 나온 예시였지만, 오히려 대중적으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을 알리고 과학자들도 자주 인용하는 비유로 변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중첩 상태. 관측을 해야지만 확정되는 상태. "어떻게 그런 이상한 게 가능하지? 이해가 안 가." 라는 비직관성이 양자역학이 가진 가장 높은 진입장벽일 것이다.
학교 교과서에 좌측과 같은 모델이 나오는 이유는 단순화시키기 위해서다.
양자역학이 직관적이지 않은 대표적인 예시로 원자 모형과 불확정성의 원리가 있다. 위의 좌측은 학교에서 배웠던 원자 모형인데, 저 모형은 물리학적으로 틀린 모형이다. 전자는 원자 주위를 저런 식으로 궤도를 그리며 돌지 않는다. 현재의 원자 모델에서 전자는 비관측 상태에서 핵 주위에 중첩돼 있고, 전자 위치의 확률 분포를 가시화한 것이 우측 전자 구름 모델로 표현된다. 양자역학적으로 전자의 위치는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확률 구름으로 도식화되며, 관측된 순간에 한정되어 입자로 확정되었다가 그후 다시 중첩 상태로 돌아간다. 불확정성 원리의 대표적 예시다. 원자가 아니라도, 양자역학적 현상은 우리 주위에 언제나 존재한다. 우리가 의자의 반발력을 느끼며 그 위에 앉을 수 있는 건 전자기력 때문이 아니라 양자역학적 원리(파울리의 베타 원리) 때문이다. 우리가 색깔을 보는 것이나 거울을 볼 수 있는 것,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과 그걸 먹고서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것 역시, 그 원리는 양자역학적으로 설명해야 근본적으로 가능해진다. 양자역학은 상대성 원리와 함께 이 세상의 기본 규칙이고 어디에나 존재한다. 비록 현재의 양자역학이 아직 완성된 학문은 아니고 논란도 많지만 말이다. 설령 양자역학이 언젠가 부정되더라도, 실제로 관측되는 사실과 현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양자 컴퓨터를 보자. 2. 양자 컴퓨터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간섭'이라는 두 원리를 기본으로 작동한다. 중첩이란 상태가 확정되지 않았단 건데,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가 공존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이야기다. (2-1) 큐비트와 중첩 '16비트 컴퓨터', '1기가바이트' 같은 용어는 우리에게 모두 익숙하다. '비트'는 0과 1로 표현되는 컴퓨터 정보의 최소단위이고, '8비트'라는 단위를 묶어서 '1바이트'라고 한다. '큐비트(qubit)' 역시 그런 '단위'의 개념인데. 양자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위다. '퀀텀 비트', 즉 '양자 비트'의 줄임말이다.
큐비트는 2차원 양자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단위이다. 흔히 0과 1이 중첩된 상태라고 설명하는데, 부연하면 '그런 중첩 상태도' 표현할 수 있는 단위다. 여기서 중첩이란 0과 1 사이의 여러 상태가 공존하여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후 관측에 의해 확정된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터 계산의 입력값을 표현하는 단위이고, 0과 1 두 상태의 모든 중첩을 연속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비유적으로 큐비트는 빈 캔버스다. 양자 컴퓨터가 활용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연속적 상태를 담을 수 있다. 앞의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비유하자면, 큐비트는 상자다. 고양이의 생사는 중첩에 대응되며,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관측'으로 양자 컴퓨팅에서 중첩이 붕괴하며 계산 결과가 나오는 부분이다. (2-2) 양자 컴퓨터의 계산 방식 양자 컴퓨터에 대한 대중적 설명을 보면, '여러 가지를 단번에 계산하는 병렬 컴퓨터'란 식의 설명이 많다. 맞지만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설명이다. 큐비트에 담긴 중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관측 전에는'이란 조건이 붙는다. 즉, 관측 순간 '확률'에 따라 결과가 확정된다. 또한 큐비트의 중첩은 양자역학적으로 '여러 가능성이 담긴 파동 함수(확률의 진폭)'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파동에 대해 보자. 파동이 뭔가? 일상 단어로는 "물결의 움직임"이며, 파문이나 진동, 소리처럼 물리적 상태 변화가 퍼져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필자는 여기서 모두에게 익숙한 음파를 예로 들고 싶다.
A와 B 각각의 스피커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다른 두 소리가 서로 간섭하며 상쇄되거나 증폭되는 걸 알고 있다.
두 소리가 합쳐지면 파동이 서로 간섭해서 변화한다. 당연한 현상이다.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은 '이중슬릿 실험'에서 빛은 입자(광자)이며 동시에 파동이란 걸 알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전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파동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는 파동을 계산 원리에 이용하는 컴퓨터다. 양자 컴퓨터란, 자연을 자연의 방식(파동)으로 계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컴퓨터인 것이다.
◆ CPU의 계산 방식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컴퓨터의 CPU는 기본적으로 세 종류의 계산을 할 수 있다. 덧셈과 곱셈, 그리고 논리연산(if문 등에 대한 참/거짓)이다. 1+1 같은 것이 우리의 컴퓨터나 휴대폰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연산이며, 이런 연산을 매우 빠르게 수행하면서 그게 휴대폰이 되고 게임기가 된다. 컴퓨터 공학을 배울 때 1학년 예비 프로그래머가 겪는 가장 높은 진입 장벽이기도 하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을 3종류 계산으로 바꾸는 사고 방식의 전환 말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팅은 근본적으로 다른 계산 방식(양자의 중첩이 붕괴되는 원리)을 사용하기 때문에,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 가까운 계산 방식이고, 그렇기 '1+1' 같은 계산은 기존 컴퓨터보다 못한다.
그럼 양자 컴퓨터는 어떻게 파동을 이용하는가? 양자 컴퓨터에게 계산을 하라고 어떤 입력값을 넣어준다고 쳐 보자. 양자 컴퓨터는 입력받은 값을 수학적으로 '파동 함수'로 변환해서 큐비트에 담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입력 값이 1개라고 해 보자. 이건 1 큐비트 안에 저장되고, 양자적으로 변환되므로 입력값 자체가 파동함수, 즉 (단순화를 위해 비약하면) 위의 음파 비슷한 형태가 된다. 최종 결과는 0 혹은 1로, 경우의 수는 2가지이다. 이제 입력값이 2개라고 쳐 보자. 이건 2개의 큐비트 안에 저장되며, 각각 0 혹은 1의 결과를 갖기에 최종 결과는 4개의 경우의 수가 된다. 입력값이 3개라면 3큐비트가 쓰이고 8개의 경우의 수가 된다. 즉, 입력값의 개수에 따라 2의 n승 개의 (결과에 대한) 경우의 수를 갖는다. 입력값이 10개라면 2의 10승이니 경우의 수가 1024개다. 이런 경우 기존의 컴퓨터는 1024번 계산해야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초기 단계에 여러 입력값을 하나의 파동 함수로 변환한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10개의 입력값를 '하나의 파동(함수)'으로 만든다. 마치 10개의 소리가 섞여 하나의 음파로 변하는 것처럼, 서로가 합쳐지면서 하나의 파동 함수로 변하는 것이다. 그 결과 1회의 계산을 1024개의 기저 상태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 이게 양자컴퓨터가 말하는 '병렬 동시 계산'이다. 병렬이란 표현은 사실 틀렸다. 한 번에 1024번의 병렬 계산을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입력을 하나의 파동 함수로 만든 후 통합된 전체 상태를 한 번에 조율하는 것이다. 그럼 계산은 어떻게 하는가? 기존 컴퓨터는 '덧셈/곱셈/참과 거짓'으로 계산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이런 걸 '못' 한다. 그 대신 '간섭'으로 계산한다. 음악 플레이어를 떠올려보자. 합쳐진 입력값이 (비유적으로) 하나의 '음악 파동'이 되었다. 그런데 음악 플레이어에는 '이퀄라이저'라는 조절기가 있다.
이퀄라이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증폭시키거나 감쇄시킨다.
파동 함수로 합쳐진 입력값에 대해서 이퀄라이저를 조정해서, 내부 알고리즘에 따라 '오답 주파수 진폭'을 줄이고 '정답 주파수 진폭'을 강화시킨다. 양자 컴퓨팅에선 이 과정을 '간섭'이라고 부르며, 이 과정을 통해 '정답이 분포할 대역폭'이 좁혀진다. 이 때 초기 입력값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예상되는 '정답 후보들'도 초기부터 정해져있다. 진폭 조절을 통해서 정답 영역과 오답 영역을 조절하여 어떤 후보가 거기에 해당하는지를 확률적으로 좁히는 것이 양자 컴퓨팅의 계산 방식이다. 그렇기에 '확률적'인 계산이라 부르는 것이다.
예컨대 예상 답변 후보가 7개일 경우, 정답 주파수를 강화시키고 나머진 약화시켜서 최종적으로는 정답에 해당하는 영역만이 우뚝 솟을 것이다.
실제로는 90%가 넘는 정답률(높을수록 좋다)을 도출하기 위해서 여러 차례 계산과 검증을 반복한다. 확률이기에 오류가 반드시 포함되고 여러 번의 반복 계산이 필수다. 그 때문에 1+1 같은 단순 계산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 경우 기존 컴퓨터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많은 수의 입력 값이나 패턴 등을 계산할 때, 특히나 (양자 컴퓨터가 잘 하는) 특정 종류의 계산에 한정할 경우 양자 컴퓨터의 계산이 압도적이다. 양자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자연의 상태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것이다. 일반인을 위한 컴퓨터가 아니다. (2-3) 양자 얽힘 양자역학에서 보여지는 재미있는 특성으로 '양자 얽힘'이란 게 있다. 이건 서로 다른 두 양자가 특정 조건에서 '얽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얽힌 두 양자는 상대방의 상태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하나의 양자의 상태가 바뀌면, 다른 양자의 상태도 '즉각적'으로 동시에 바뀌게 된다. 일종의 동기화라고 볼 수 있다.
두 양자가 얽히면, 하나가 변할 때 다른 하나도 동시에 변한다는 심플한 개념. 단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을 뿐이다.
[빛보다 빠르게 : 워프와 초공간 도약]에서 얘기했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쉽게도 빛의 속력, 즉 광속을 넘어서는 속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빛이 전달되는 속력, 중력이 전달되는 속력, 여러 종류의 파동이 전달될 수 있는 최대 속력 등등 모든 빠르기는 다 광속이 최대 속력이다. 그런데 양자 얽힘은 이 규칙을 무시한다. SF적 상상력으로 흔히 표현되는 예시로, 두 양자를 얽히게 만든 후에 하나를 1000광년 너머에 가져다 둔다고 쳐 보자. 그 상태를 만들어 둔 후, 한쪽에서 하나의 양자의 상태를 바꾸면, '즉각적으로 동시에' 1000광년 너머의 양자도 상태가 바뀔 것이다. 이게 '양자 얽힘'이다. SF에서 '양자 통신'이라고 표현되는 설정이다.
※ 참고로 실제로 이런 거리에서 이런 상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해도 얽힌 양자를 1000광년 너머로 가져다 둘 때는 직접 가야만 한다. 또한 정확한 '정보'를 이 방식으로 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변화 결과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중첩된 양자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어서 서로 동시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양자 얽힘이라고 부른다. 미확정된 상태로 얽힌 두 양자가 붕괴(확정)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는 동기화된 상태인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내부에서 물리적 환경을 조율해서 양자 얽힘 상태를 구현해 낸다. 앞서 설명한 요소와 합쳐지며 양자 컴퓨터가 여러 값을 연동해서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는 강력한 동작 원리가 된다. 3.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빠르지 않다.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빠르다는 건 무슨 말일까? CPU를 보면 헤르츠(Hz) 단위로 클럭 수가 적혀 있다. 헤르츠는 CPU가 1초에 몇 번 계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다. 과거의 컴퓨터는 트랜지스터를 조밀하게 배열하는 것으로 더 빠른 속도를 얻었지만, 아무리 크기가 작아져도 원자보다 작아질 수는 없다. 애초에 그 이전 단계에서 물리 법칙의 한계 때문에 더 작아질 수 없지만 말이다.
CPU의 발전 속도는 이미 2000년대 중반이 되면 집적도의 한계 때문에 현저히 느려졌고, 그 돌파구로 찾은 게 멀티 코어였다. 하지만 멀티 코어는 여러 개의 코어에 어떻게 계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할지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고, 지난 20년 간 그 효율을 그리 좋게는 만들지 못했으며, 결국 발전은 하지만 비약적 발전은 어렵고 앞으로도 발전의 한계가 있다. 그런 와중에 1990년대 즈음 SF에서 '양자 컴퓨터'와 '양자 두뇌'라는 개념이 퍼지고, 양자역학이 어렵다는 현실에 힘입어서 '양자'라는 단어가 '슈퍼 울트라' 같은 수식어로 변하게 됐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의 시대가 다가오니 우리는 굉장히 빠른 새로운 세대의 컴퓨터를 쓸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앞서 본 것처럼, 파동 함수를 이용한 중첩과 얽힘, 그리고 간섭을 통해서 확률적으로 답을 찾는 컴퓨터다. 흔히 생각하는 '병렬 연산'과는 엄밀히 말하면 무관하며, 양자 컴퓨터 자체의 속도(1초에 몇 번을 계산하는지)는 일반 컴퓨터 이하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연속적으로 동작하기 어렵고, 계산이 끝나면 상태를 리셋해줘야 하는 등 '계산/작동 속도'만 보면 제약이 매우 많다. 또한 절대영도에 가까운 초저온을 유지해야 한다거나, 여러 가지로 엄청난 제약과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설령 2030~2040년 즈음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영역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마치 개개인이 대화형 인공지능의 본체를 '소유'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매우 특수한 분야에 한정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가장 좋아할 것은 과학자와 공학자와 의약 산업일 것이다. 사실상 양자 컴퓨터는 과학계의 실험을 위해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4. 보안 위협에 대한 환상 양자 컴퓨터는 흔히 보안과 연결된다. 모든 암호를 깰 수 있다는 이미지. 정말로 양자 컴퓨터가 기존의 암호화를 쉽게 깰 수 있는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양자 컴퓨터는 특수한 종류의 계산을 매우 빠르게 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소인수분해다. 현재 '공개키'와 '비밀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암호화 기술이 소인수분해를 이용하는데, 공개키를 알면 소인수분해로 바로 보안을 뚫을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소인수분해'라는 방식과 자물쇠의 내부 구조를 공개하는 방식 두 가지가 얽혀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영상에서 교수님께서 설명을 잘 해주셔서,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그 외의 보안 분야는 물론 영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양자 컴퓨터가 잘 하는 분야 외엔 대단한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는 걸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어차피 단순 계산 속도는 기존 컴퓨터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참고로 양자 컴퓨터에 대항하는 보안 문제는 선진국들 기준으로는 이미 대비를 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와 한계가 있어서, 2025년 현재 기준의 10~20대 쯤 되어야 양자 컴퓨터에 의해 뭔가가 제대로 변화된 모습을 중년에서 노년 즈음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대부분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다. 참고로 양자 컴퓨팅은 최적화 문제에도 뛰어나서, 금융과 경제, 산업 분야도 유력한 수혜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능 역시 여러 노드를 처리할 때 일정 영역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5. 양자 컴퓨터 : 연구와 시뮬레이션을 위한 특수 목적의 컴퓨터 양자 컴퓨터는 우리 세상이 파동이기에, 계산을 파동의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해서 자연계의 법칙 연구를 하는 것에 최적화 되어 있는 컴퓨터다. 그 외의 나머지는 솔직히 다 덤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QPU의 내부 작동 방식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다. 입/출력값의 처리 단계에서 디지털 기기와 호환된단 느낌이랄까. 시간이 수십 년 더 흐르면 기존 컴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터가 나올 수도 있다. 상온에서 중첩이 가능해진다면 어쩌면 PC에 그래픽 카드처럼 꽂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단지 그런 날은 글쎄. 100년 이상 더 걸리지 않을까.
이 세상 전체는 곧 파동이고, 양자 컴퓨터는 자연의 방식을 모방했다.
양자 컴퓨터에 들뜬 많은 분들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양자 컴퓨터는 상용화 후 딱히 개인 생활에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단기적으로 보안 관련 불편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 보안에 관련된 치명적인 이슈가 특정한 기기의 하드웨어와 연관될 경우, 여러분은 강제로 그 기계를 바꿔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그냥 그 정도의 이슈이고, 중장기적으로 미래의 의학 과학, 국가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만 하는 게 실망하지 않는 길일 것 같다. 그 성과를 뉴스에서 듣고 사회의 변화로 체감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바로 옆에서 우리 손에 쥐어지진 않을 것이다. 사실 양자 컴퓨터를 보면 개인적으로는 바이오 컴퓨터의 연구가 아쉽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양자 컴퓨터 vs 바이오 컴퓨터의 구도가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양자 컴퓨터가 더 빨리 발전하고, 투자와 지원이 쏠리면서 바이오 컴퓨터는 현재 얘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QPU)는 마치 그래픽 카드(GPU)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기계다.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빠른 컴퓨터는, 개인적으로는 바이오 컴퓨터, 혹은 생체 모방 컴퓨터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데, 양자 컴퓨터에 밀려서 연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잡담 202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