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문화와 20대
2025년 09월 17일 · 오후 8시 53분
문득 기존에 따로 하던 생각을 연결해 보니 재밌어서, 오랜만에 이런 글을 끄적여 봅니다. 사실 기존에 쓰고 싶었던 글이 있었는데 며칠 멍하게 지냈다가 까먹어서 쓰는 잡담입니다. (...) 주제는 대중문화를 왜 굳이 20대가 선도하냐는 겁니다. 20대가 대중 전체는 아니잖아요. 힘도 없고 돈도 없는 계층인데 말이죠. 그리고 아래는 기존에 따로따로 하던 생각들. (1) 먼저 나이를 먹으며 종종 드는 생각이, 정말로 아무 생각없이 돈을 여가와 오락에 막 쓰던 나이는 의외로 20대 초중반이라는 겁니다. 가장 큰 돈을 쓰는 연령대는 사회 초년생이지만, 그 이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수하게 자기 자신의 오락만을 위해서 쓰는 돈은 생각보다 적어지는 걸 관찰할 수 있죠.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월 40~50만 원 정도를 순수한 즐거움만을 위해서 쓴다면 이미 20대 대학생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과 동급 혹은 그보다 많은 돈을 오락에 쓰고 있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걸 깨닫게 되죠. 슬픈 현실... (2) 이와 완전히 별개의 것인데. 나이를 먹고서 문학이든 영화든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게임이든. 어떤 작품을 즐기려고 하면 어렸을 때보다 만족하기 어려워집니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많은 작품을 즐겨왔고, 수많은 이야기와 패턴이 머릿속에 있고, 수많은 감동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좋아했을 깊이가 얕은 작품은 나이가 들수록 즐기기 어려워지죠. 나이가 들수록 새로움이 적어지고, 더 까다로워지고, 좋은 작품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3) 그리고 의문점은 '대중 문화의 선도'입니다. 나라마다 비율 차이는 있어도, 인구는 모든 연령대에 분포합니다. 특정 연령대가 빠져 있는 인구 구성은 없죠. 그런데 대중 문화의 얼굴 마담격인 '사회를 대표하는 유행이나 이미지'는 보통 10대 중후반부터 20대까지 좋아하는 문화인 경우가 많아요. TV프로그램부터 옷이나 심지어 음식까지도, 대표적으로 노출된 대중 문화의 큰 흐름은 20살 전후의 것일 때가 많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실제로 힘이 더 강한 건 40~50대이고. 가장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건 30대입니다. 20대와 10대는 그냥 학생인데, 사회 전체 규모로 대중 문화를 주도해요. 연결점 : 흥미로운 건 이게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게 없어집니다. 10대나 20대는 계속 새로운 좋은 음악을 찾죠. 바로 찾기는 어렵지만 시행착오를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내죠. 20대까지 이 과정을 되풀이 해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음악이 이미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분야라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걸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아까워지죠. 기존에 좋아하던 게 있으니, 그걸 들으면 되는 겁니다. 더불어서 판단 기준도 까다로워집니다. 과거에 먹어봤던 수많은 맛있는 음식에 대한 경험, 과거에 봤던 수많은 감동적인 영화들이, 나이를 먹은 후에 새롭게 접하는 모든 것들의 비교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20살 전후로는 경험이 적어요. 모든 게 아직 신선하고 새로우며 쉽게 감동하죠. 나이를 먹으면 감정도 좀 둔해지고요. 끊임없이 새로운 걸 추구하는 게 20살 전후의 특징이고, 결국 산업에서 그런 특성을 타겟으로 삼고 끝없이 새로운 걸 만들어서 소비시키기 좋은 계층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기본적으로 '시간'이 아까워서 '지속적 탐색'을 안 하게 되지만,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용돈 받아 쓰는 가장에 비해서, 여가에 쓰는 지속적인 지출 규모는 20대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맛있지도 않은 음식을 유명하기만 한 식당에 가서 끝없이 소비하는 건 젊을 때죠. 어리석다기보단 기준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고, 10대 때 쓰지 못했던 돈을 고삐 풀린듯 쓰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이 부분은 사회 초년생은 더하고요.) 마음 먹고 돈을 쓰려고 할 경우는 당연히 중장년층의 파워가 압도적이지만, 지갑을 열기까지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20살 전후가 훨씬 쉽습니다. 장사란 건 계속 끊임없이 뭔가를 팔아야 합니다. 소비시켜야 하죠. 그런 것들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돈을 쉽게 쓰는 계층이 20살 전후이기 때문에, 대중 문화의 선도적 흐름이 20살 전후의 문화가 되는 게 아닐까. 문득 연결해 보게 됐네요. 결국 기존의 '대중문화와 20대'에 대한 설명을 거의 똑같이 한 것이었습니다만, 살면서 직접 체감한 개념들을 구체적 이유로 연결하는 것도 재밌네요. 그냥 최근에 갑자기 "왜 굳이 20대의 문화가 대표적 대중 문화지?"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되었던... 대중문화에서 멀어져가는 자의 잡담이었습니다.;_; 덧. 아 참고로 그럼에도 여전히 분야별 주력 계층은 있기에, 개인적으로 '웹소설'이 주 타겟층을 어린 층으로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건 이해가 안 됩니다. 걔네가 한 달에 소설에 몇십만 원이나 쓸 수 있을까요?(?) 단지 요즘은 작가들도 그렇고 연령대가 올라간 것 같긴 하네요. 경쟁이 심해졌을 때야 박리다매 밖에 방법이 없지만... 제가 볼 때 웹소설은 아직 나이 든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뱀발 : 사실 학문적으로 '새로운 문화는 대중 문화의 가장 낮은 계급이 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서구 사회도 영화를 '저급한 문화'로 손가락질하고 위험 요소로 취급했죠. 그리고 지금은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요. 이걸 연령대와 연결해 보면, '새로운 천박한 문화'는 열려 있는 10대/20대가 받아들이고, 그걸 즐기며 자란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 같은 '천박한 것'을 당연히 보는 사회가 됩니다. 한국은 영화 도입이 늦어서 이제야 그런 현상이 보이죠. 게임 역시도, 나이가 들어도 게임을 하는 사람이 이제 많이 늘었습니다. 사실 멀티플렉스가 대중화된 게 90년대 후반이고 PC방도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에선 두 문화가 받아들여지는 속도가 비슷한 면이 있네요. 대중 문화를 선도하는 건 모든 게 새롭고 끝없이 받아들이는 20살 전후이고, 그걸 향유한 세대가 나이가 들어가며 문화를 보편화시키는 건데, 어느 세대나 그렇겠지만 살면서 그런 걸 관찰하는 게 나름의 맛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니 문득 떠오른
주말부터..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