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필자가 몇 년 전에 취미로 지식in 활동(...)을 한 이후로 꽤 널리 퍼진 답변이긴 한데, 지난 번에 に会う(~를 만나다)를 얘기한 김에 あなたが好きです(당신을 좋아합니다 / 아나타가 스키데스)도 얘기해 보겠다.
지난 번 글에 이은 일본어의 "무조건 외워라" 표현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본질적으로는 품사의 차이
(1-1) '좋다'라는 형용사
'좋다'라는 단어는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다. 함께 사용되는 조사는 '~이/가'이다.
이 경우 일본어도 好き라는 '형용사'를 쓴다. 함께 사용되는 조사는 'が(~이/가')이다.
※ が의 발음은 '가'다.
(1-2) '좋아하다'라는 동사
'좋아하다'의 경우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동사'다. 타동사와 함께 사용되는 조사는 보통 '~을/를'이다.
이 경우 일본어도 보통 'を(을/를)'을 쓴다.
※ を의 발음은 '오'다.
그렇기에 '당신을 좋아합니다'에서 'あなたが好きです(아나타가 스키데스)'라고 'が(~이/가)'를 쓰는 이유는, 본질적으로는 好き(스키)라는 단어가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저 문장은 직역할 경우 '당신이 좋습니다'가 돼야 한다. '당신을 좋아합니다'라고 의역을 했기 때문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
2. 일본어의 동사 '좋아하다(好く)'의 특이성
한국어에도 '좋다'라는 뉘앙스의 형용사와 동사가 모두 있고, 일본어도 둘 다 있다.
好(좋을 호)라는 한자는 일본어에서 주로 두 형태의 동사가 되고, 실제로는 거의 한 가지로만 쓰인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好む(코노무)라는 동사인데, 好む(코노무)는 범용적인 의미의 '좋아하다(like)'가 아니다. '선호한다'나 '취향이다' 같은 뉘앙스를 지닌 '취향'을 표방하는 동사다.
범용적 의미의 좋아하다(like)는 과거에는 好く(스쿠)라고 썼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언어가 변천하는 과정에서 무슨 이유인지 쓰이지 않게 됐다.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겠지만 현대에는 사용되는 용법이 극히 한정된, 옛날식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아래의 형태는 문법적으론 올바르지만.
일본어를 아시는 분은 느끼시겠지만, 본 적도 없는 매우 위화감이 넘치는 문장이 된다. 왜냐하면 현대에는 사용되지 않는 이상한 표현, 즉 문법적으로만 성립하는 표현(혹은 고문에서만 성립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문법이나 단어와 별개로 그 나라에서 '특정 상황에서 사용하는 특정한 표현'이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영어로 '직역'한 게 '콩글리쉬'가 되는 이유이며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를 좋아하다(like)'라는 뉘앙스의 표현은 거의 언제나 형용사인 '~が好きだ(~이/가 좋다)'로 쓴다. '~을/를 좋아한다(~を好く)'는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 일본어에선 아래의 동사 표현은 전부 틀리게 된다.
→ 네가 좋아. あなたが好きだ。(O)
→ 너를 좋아해. あなたを好く。(X)
→ 너를 좋아하고 있어. あなたを好いている。(X)
동사를 사용한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항상 '네가 좋아(あなたが好きだ。)'라고만 쓴다고 봐도 된다.
3. 품사 설명을 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라는 이유
그럼 왜 저걸 '~를 좋아해'라고 한국어로 배우고서, "목적격 조사를 쓰지 않으니 그냥 외워라"라고 말할까?
(1) 첫째로는 나오는 단어나 표현 하나하나를 언어 입문자에게 깊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2) 결국 외워야 하며
(3) 어차피 설명해 봐야 대부분 학생은 거기까진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4) 과거엔 강사들조차 여기까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들자면 일본어는 영어에 비해서 실용적인(?) 언어다. 무슨 말이냐면 영어는 보통 의무 교육 때문에 배우지만, 일본어는 보통 취미 때문에 배운다. 실제로 바로 쓰고 싶어서 배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어 표현과 더 밀접하게 연관해서 생각하고, 한국어에서 '~를 좋아하다'라고 말하는 걸 일본어로 바로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가르칠 때 "외우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를 더 들자면, 번역의 용이성이다. 한국어는 '~을/를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지금도 쓰고 있다. 그렇기에 상황에 따라서는 '~이/가 좋다'라고 말하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당신을 좋아합니다" 혹은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라고 대사를 말하는 것이, "당신이 좋아요"라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그러니 뉘앙스를 생각해서 '의역'한 것이 일본어 공부에까지 퍼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입문/초급일 때 '이상해 보였던 것들'은 사실 다 이유가 있다. 그냥 외우긴 했지만 사실은 이유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번에 ~に会う를 말했고, 오늘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が好き를 말해 봤다. 취향이 맞으면 이런 방향도 매우 재미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