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 연재(4) : 코팅팬이란 무엇인가?
2025년 12월 08일 · 오후 9시 00분
지난 스텐팬 연재에 이어서 이번엔 코팅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번 연재의 목적은 가정의 기본 조리도구인 프라이팬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 마찬가지로 제 조리기구들의 사진들은 다른 곳에서의 재사용을 금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불소 코팅 팬 : 가정의 기본 프라이팬 19~20세기 초에 무쇠팬이 보급되고, 알루미늄팬이 보급되고, 스텐팬이 보급되었지만, 현대 가정의 필수 프라이팬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코팅팬'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40년 쯤 더 흐른 1950년대가 돼서다.
오늘날 '코팅팬'이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소 수지 코팅'이 된 프라이팬을 말한다.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라는 성분이며, '논스틱(non-stick) 코팅'과 같은 뜻이고, '테플론(Teflon)'이란 상표명으로 대표된다. PTFE는 1938년 냉매 개발 중 우연히 발견됐는데, 놀랍고도 신기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탄소-불소 결합이 극도로 안정적이어서 주변과 화학적으로 거의 반응하지 않고, 표면 에너지가 너무 낮아서 젖거나 달라붙는 성질 역시 한없이 낮았다.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마찰계수가 매우 낮으며, 절연능력이 엄청나게 높고, 부식 저항이 뛰어나고, 매우 안정적이라는 이 특성 때문에, 초기에는 원자폭탄 제조나 우주 산업에 쓰이는 국가 전략 물자였고, 지금까지도 항공우주산업 등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이었다.
원자폭탄에 사용됐던 테플론의 존재는 국가 기밀이었고 2차대전 종전 후 일반 공개가 허용됐다.
1941년 특허 취득 후 당시 미국의 뒤퐁(DuPont, 듀폰)의 계열사에서 테플론(Teflon) 상표가 출원됐는데, 프라이팬으로 변한 것은 약 15년 후의 프랑스에서였다. 1954년, 아내의 제안에 아이디어를 얻은 마르크 그레구아르(Marc Grégoire)는 프라이팬에 테플론을 입히는 기술의 특허를 받았고, 1956년에 최초의 논스틱 코팅 프라이팬 제조사인 테팔(TEFAL)을 설립했다. 테플론(TEF)과 알루미늄(AL)의 합성어였다. 그 후 현재까지 70여 년 간, 코팅팬은 가정의 기본 프라이팬으로 자리 잡았다. 알루미늄이라 가볍고, 코팅 때문에 붙지 않는다. 코팅팬 이전의 프라이팬이 본체의 금속 재질의 변화였다면, 코팅팬에 와서는 드디어 '표면에 붙지 않는다'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었다.
불소 코팅은 열전도율이 낮고 요리의 평균적인 맛을 약간 저하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단점보다 편리함이 압도적이었기에...
'논스틱 코팅', '다이아몬드 코팅', '티타늄 코팅' 등등의 수많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프라이팬 코팅들은 모두 PTFE 코팅의 다른 이름이자 응용품들이다. 주방 도구는 아니지만 다들 알고 있는 고어텍스 역시 테플론 코팅의 파생 제품이다. PTFE의 특허는 1950년대 만료되었고, 현재에는 전 세계 여러 기업에서 만들어지게 됐다. 뒤퐁에서 분할된 Chemours은 여전히 테플론 상표를 보유하고 있는 업계의 큰 손이다. ※ 세라믹 코팅 역시 '코팅'이라 부르지만, 이 연재에서 '코팅팬'이라 부르는 것은 PTFE 코팅에 한정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코팅팬은 PTFE 코팅입니다.
2. 프라이팬과 논스틱 코팅 코팅팬의 수명이 2~3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건 PTFE 코팅의 태생적 특성 때문인데, '논스틱 코팅'은 본질적으로 어디에도 잘 붙지 않는 물질이다. 음식에도 안 붙고, 프라이팬 본체에도 안 붙는다. '코팅 프라이팬'은 굳이 말하면 금속 표면에 코팅을 '억지로 고정시켜둔 상태'에 가깝다. 또한 스크래치 같은 기계적 대미지에 엄청나게 약한 물질이다. 그렇기에 조리기구로서 사용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코팅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 (반복되는 가열 + 스크래치 + 음식의 염분 등)
논스틱 코팅은 보통은 3개 이상의 코팅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아래에 금속에 코팅을 붙이는 프라이머 층이 깔리고, 그 위에 두께를 형성하는 층과 실제로 음식과 접촉하는 층이 놓인다. 동일 조건 하에선 코팅층이 많을수록 성능이 좋다. 이때 PTFE의 매우 약한 강도(스크래치 등에 정말로 약함)를 보완하기 위해서 무기질 입자를 섞는데, 다이아몬드 입자를 섞으면 다이아몬드 코팅, 산화 티타늄 입자를 섞으면 티타늄 코팅이라고 부르게 된다. 대부분 비슷한 원리의 코팅이며, 다이아몬드, 티타늄, 유리, 세라믹, 광물 등의 입자가 섞여 들어간다. PTFE 자체는 70여 년 전의 기술이지만, 이걸 안정되고 견고하게 붙여두는 건 지금도 기업 간의 기술력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다. 사실 필자도 처음 프라이팬을 고를 때는 테팔을 무시했었는데, 이것저것 써보고 지금에 와서는 테팔도 무난히 쓰기에 상당히 좋은 팬이란 걸 깨달았다. 코팅팬은 결국은 소모품이다.
코팅팬 표면은 매우 약하다. 가정이라면 금속제 조리도구보다는 실리콘 등의 재질을 사용해야 오래 쓸 수 있다. (업장은 효율이 제일 중요해서 금속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팅은 정말 약해서, 금속 조리 도구로 프라이팬을 긁으면 쉽게 스크래치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번 손상이 생기면 코팅이 더 쉽게 떨어져나가는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수없이 경험해 온 현상이다. 높은 온도로의 가열 역시 코팅을 더 빨리 떼어낸다. 코팅 성분 자체가 분해될 온도가 아니라고 해도, 가열과 냉각이 부착된 코팅 프라이머 층을 팽창/수축시키면서 들뜨게 만든다. 그 결과 결국 나중엔 코팅이 벗겨지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크래치 균열도 음식의 염분이 스며들 틈새를 만들어내며, 스며든 염분은 금속을 부식시켜 코팅을 더욱 빠르게 떼어낸다. 그렇기에 '코팅팬'은 본질적으로 소모품이다. 붙지 않는 물질을 붙여둔 것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선 메이커의 '권고'를 무시하고 5~10년 이상 쓰는 경우도 많지만, 코팅 성능이 점점 저하되고 건강(주로 위생 관련)에 안 좋게 변해 간다는 것은 사실이다.
3. 코팅 성분(PTFE)과 독성(PFOA)에 대한 이슈 그렇다면 '코팅팬'은 건강에 해로운가? 매우 민감한 소재라서 필자는 최대한 말을 아낄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건 알려진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란 걸 밝혀두겠다. 건강 관련 이슈는 과장된 것 vs 건강에 실제로 안 좋다는 두 의견이 언제나 대립하고 있는데, 사실 둘 다 맞는 말이고, 저 둘은 서로 다른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3-1) 코팅 자체의 위험성은 매우 낮다 꽤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PTFE 불소 코팅은 매우 안정된 물질이고 몸에 축적되지도 않으며 몸과 상호작용하지도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한다. 또한 코팅이 떨어져나가는 것 역시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2025)의 이그노벨상의 화학 부문은 '테플론(PTFE)을 음식과 섞어 먹어서 포만감을 충족시키는 다이어트법'을 제안한 연구가 수상했다. PTFE가 몸에 흡수되거나 축적되지 않고 그대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다. 이게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PTFE에 대한 인식인데, 여기에 대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심사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게 '테플론을 먹는다'는 개념에 대한 보건 기구의 입장이다. 민감한 문제라 필자는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진 않겠다. 둘 다 일리가 있다. 필자는 과학자들의 실험 자체는 인정할 것이고, 필자는 (자기 판단 하에) 저걸 먹지는 않을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PTFE_guide_wire.jpg PTFE guide wire, by Maryam seyfikar. CC BY-SA 4.0 PTFE 코팅이 된 의료용 혈관 카테터
참고로 테플론(PTFE)은 꽤 오랫동안 인체 안전성이 검증돼서, 의료 분야에서 몸에 삽입하는 형태로 굉장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치실, 봉합사 등 일시적인 사용뿐 아니라 임플란트나 각종 보형물, 인공혈관 등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검증이 많이 됐고 몸에 많이 사용되는 물질이다. 반대로, 현대 과학이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란 건 사실이며, 특히 수십 년 이상의 추적 연구는 별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조리 과정에서 나노 사이즈의 테플론 조각(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연장)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겠지만, 손상된 코팅팬을 60년쯤 매일 썼을 때 어떨지는 아직 확정까진 아니다. 그냥 과학적으로 '현 시점에서 위험성은 매우 낮다'라고 말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코팅이 손상된 프라이팬' 자체나 '코팅 조각을 먹는 것'은 선입견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위생면에선 나쁜 점이 있다. 코팅이 손상된 프라이팬은 코팅이나 금속에 가해진 홈들에 음식물 찌꺼기들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채 쌓이기 쉽다. 금속은 외부에 노출되어 부식되기도 한다. 금속 자체(알루미늄, 구리 등)가 음식의 산성 성분 등에 녹아서 음식에 섞여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코팅이 손상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거짓이긴 하다. (3-2) 코팅 제조에 사용되는 PFOA 등의 중간 성분은 건강에 해롭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것처럼 PFOA와 같은 코팅팬(PTFE 코팅) 제조 관련 물질에는 명백하게 독성이 있으며, 각국에서 법으로 금지됐고, 테플론(PTFE)의 원래 권리자였던 대기업 듀폰(DuPont, 뒤퐁)이 소송에 휘말렸던 사실은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 2020)'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그럼 PFOA가 뭐고, PTFE와 무슨 차이인가? 앞서 말했듯이 PTFE(불소코팅)는 주변과 기본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물질이고, 프라이팬 같은 기구에 '코팅'하는 것 자체가 극도로 어렵다. 이 때문에 초기 코팅 단계에서 PTFE 분말을 액체처럼 풀어서 균일하게 금속 위에 깔아두는데, 이런 '분산 작업' 공정을 도와주는 계면활성제가 PFOA 같은 물질이다. 다시 말해서, 논스틱 코팅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개입되는 '중간 물질'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코팅 성분(PTFE) 자체와는 별개의 물질이다.
다크 워터스(Dark Waters, 2020)는 PFOA의 독성을 고발하는 실화 기반의 영화였다.
PFOA, PFOS 등과 같은 '중간 매개 물질'은 강한 독성이 있음이 인정되었고 발암물질로 분류되었으며, 현재 사용이 금지되었거나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금지/규제 조치는 빠르게는 2000년대 초부터 느리게는 2010년대 말까지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다. 꽤 많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얽혀 있어서 복잡한 문제인 걸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2025) 판매되는 수많은 코팅팬은 'PFOA free'를 광고로 선전한다. 그럼 이제 안전한 것인가? 두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는데, 민감하니 따로 의견을 내지 않고 그대로 얘기하겠다.
① PFOA 등의 중간 단계 계면활성제는, 최종 결과물인 '코팅 프라이팬'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사실상 없다'고도 하고 '거의 없다'고도 하는데, 영문 위키피디아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론적으로는 제조 과정에서 모두 휘발되어 날아가야 하며, 실제로 완제품에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실험적으로는 제품에 따라 미량이 검출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는 조리도구를 통해서는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이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평가된다"이다. 사실 PFOA 등의 물질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환경오염', 그리고 이 물질이 자연계에서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다. ② PFOA 등의 '금지/규제 물질'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질(현재 사용되는 물질)의 문제점인데, 결론적으로는 현재 사용되는 대체 물질의 독성이 기존보다 낮지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의 과학적 합의로는, 완제품인 조리기구는 이론적/실험적으로는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코팅 성분(테플론=PTFE) 자체에는 알려진 문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코팅을 만들어내는 매개 성분(PFOA 등)은 독성이 확실히 있었고 현재는 사용되지 않으며, 하지만 현재의 대체 물질도 독성이 있는 건 마찬가지라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들이다.
4. 가열될 때 코팅은 안전한가? 코팅이 고열로 가열될 때 몸에 안전한가도 중요한 이슈다. 정상 범위 안에선 큰 문제는 없다. PTFE 논스틱 코팅은 약 260℃ 즈음부터 분해되기 시작하고 유독 가스를 방출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레스토랑 주방에서 스테이크 고온 시어링을 할 때의 온도가 220℃정도이다. 가정에선 보통 레스토랑 수준의 온도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식용유는 종류에 따라서 발연점이 다른데, 보통 고온 가열에 쓰지 말라고 권고하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160~190℃ 정도이고, 무난하게 쓰기 좋은 카놀라유가 200~230℃, 포도씨유가 210~230℃ 정도다. 즉, 정제된 식용유는 보통 210℃ 전후의 한계 온도를 가지며, 가정에서 조리를 할 때는 110~200℃ 정도의 구간에 머물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가정의 조리 온도는 논스틱 코팅의 위험 도달 온도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빈 프라이팬을 가열할 경우 의외로 250~300℃ 구간까지 빠르게(1분 내외) 도달할 수 있다. ※ 프라이팬의 가열 속도는 팬의 두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 코팅팬 두께일 때가 약 1분이다. ※ 음식이 있을 때 온도가 잘 오르지 않는 이유는, 재료 속 수분의 끓는점(100℃)과 식용유의 발연점(약 230℃) 때문이다. 코팅팬을 고온으로 예열하지 말라고 하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고온 가열을 할 경우 코팅 수명이 줄기 때문이고, 260℃를 넘을 경우 유해한 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실제로 코팅층이 파괴되며 수명과 성능이 단번에 대폭 감소한다). 만일 과하게 예열해서 코팅팬에서 묘한 냄새가 날 경우 바로 환기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실제로 유독성 가스다.
또한 요리사들은 방송 등에서 '코팅팬을 예열'하는 걸 자주 보여주는데, 그들에게 있어서 프라이팬은 잠깐 쓰고 버리고 교체하는 진정한 소모품이란 걸 잊지 말자. 가정과는 조리도구를 다루는 철학이 다르다. 잘못되었고 아니고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조리 도구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를 알고, 가정과 업장의 차이를 알고서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편에서는 '코팅'과 그에 대한 여러 논란에 관해 살펴 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코팅팬에서 요리를 할 때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 [프라이팬 연재(5) : 코팅팬에서 하기 좋은 요리]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