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 연재(5) : 코팅팬에서 하기 좋은 요리
2025년 12월 14일 · 오전 6시 00분
지난 번에 이어서, 요리에 있어서 코팅팬이 스텐팬과 다른 목적의 조리 도구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 마찬가지로 제 조리기구들의 사진들은 다른 곳에서의 재사용을 금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코팅팬으로 한 요리는 맛이 없다? 사실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요리할 경우 코팅팬과 스텐팬은 꽤 큰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일반적인 코팅팬은 열전도율(코팅의 한계)과 열용량(바닥이 얇음)이 모두 낮음 ② 이 때문에 온도가 빨리 내려가고 잘 오르지 않음 ③ 팬이 너무 매끄러워서 요리 중 수분이 잘 생성되고 증발이 잘 안 됨 ④ 위의 이유들이 팬 위에 갈색 잔여물(퐁드)을 거의 생성하지 않게 하는데, 이게 맛에 큰 영향을 끼침 ⑤ 굽기/볶기는 모두 마이야르 반응이 맛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위의 이유들로 반응이 잘 안 일어남. ⑥ 위의 모든 것들이 서로 악순환하면서 전체 효율을 떨어트림
테플론(PTFE) 코팅은 기본적으로 절연체이고 열 전도율이 매우 낮다. 코팅 프라이팬이란 건 구조적으로 보면 프라이팬 위에 얇은 플라스틱을 깔고서 그 위에서 조리를 하는 도구다. (※ PTFE는 실제로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PTFE 제품의 예시
코팅팬은 편의성과 가격 경쟁을 위해서 보통 가벼운데, 그렇기에 열용량이 낮아서 음식을 위에 올리면 쉽게 온도가 떨어진다. 열전도율이 낮아서 온도 회복이 느리며, 저온으로 가열되는 시간이 기니 증발이 잘 안 되고, 수분이 생기니 온도가 더욱 안 오른다.
그러니 수분이 더욱 많이 생기는데, 코팅면과 음식 사이가 매끄럽고 달라붙지를 않으니 그 틈새에 수분이 파고들어서 액체 층을 형성하고. 이게 조리를 또 방해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표면이 너무 매끄러워서 식재료가 붙지 않기 때문에 사이에 물이 끼어들어서 얇은 층을 유지하기가 쉽다. 스텐팬의 경우 붙었다 떨어졌다가 반복되며 액체를 밀어낸다.
더욱이 굽거나 볶을 때 표면이 '맛있는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은, 가열 환경일 경우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인데, (1) 약 140℃ 이상의 온도와 (2) 가열되는 재료 표면에 수분이 거의 없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코팅팬이란 건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방해하기에 '맛있게 굽는 가열 반응(마이야르 반응)'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또한 가열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재료 변성이 심해질 확률이 높다.
'삶아진' 재료에서는 구워진 맛이 나지 않는다. 수분이 있는 환경의 굽기는 '삶기'와 가까워진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코팅팬은, 이론적 이해 없이 똑같은 방식으로 조리를 할 경우 일반적으로 더 맛없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가열 도구이다.
6. 코팅팬이 잘 할 수 있는 요리 하지만 이 연재에서 필자는 '코팅팬'과 '스텐팬'은 서로 우열관계가 아니라 다른 성질의 조리도구라고 이야기해 왔다. 코팅팬은 스텐팬에서 하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요리들을 매우 쉽게 해내며, 그럴 경우 맛에서도 스텐팬보다 뛰어나다. 더불어서 가정에서의 조리 편의성과 스트레스를 파격적으로 줄여준다.
아래의 4가지는 필자가 생각하는 '코팅팬이 더 잘 하는 종류의 요리'의 분류다.
ⓐ 약한 불로 균일하게 혹은 섬세하게 가열하는 종류의 요리 (오믈렛, 깔끔한 계란 후라이) ⓑ 단단하지 않아서 달라붙거나 부서지기 쉬운 반죽/떡/생선 등의 요리(팬 케익, 부침개, 떡볶이, 생선구이) ⓒ 설탕 등 당류가 섞여 있는 종류의 요리 (돼지갈비, 프렌치 토스트 등 디저트 류 전반) ⓓ 수분을 유지하는 종류의 볶음류
(6-1) 약한 불로 균일하고 섬세하게 가열하는 요리 스텐팬은 '달라붙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열이 거의 필수다. 문제는 '높은 온도'로 가열되는 순간 실패하는 종류의 요리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예쁜 깔끔한 계란 후라이, 비단처럼 매끄러운 오믈렛/오므라이스 가 코팅팬이 해내는 대표적인 특화 요리에 속할 것이다. 스텐팬으로는 이런 깔끔한 조리는 거의 불가능하며, 코팅팬이 있는데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스텐팬 위에서 집중력을 소모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두 종류의 계란 후라이는 계란 단독으로도 '다른 종류의 요리'다. 바삭한 갈색 계란 후라이도 맛있지만, 깔끔한 계란 후라이만의 깨끗한 맛과 비주얼 또한 차별성이 크다.
(6-2) 단단하지 않아서 달라붙거나 부서지기 쉬운 반죽/떡/생선 등의 요리 계란 후라이도 그랬지만, 가열하면 굳는 반죽 종류는 코팅팬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대표적으로 팬케익이나 부침개 같은 요리들이 있다. 스텐팬에서도 가능은 하지만 예열과 기름 먹임과 조리할 때 소모되는 집중력이 코팅팬에서는 필요가 없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이 스텐팬은 고열 조리가 요구되는 반면, 코팅팬은 약불에서 오랫동안 속까지 익히기가 훨씬 편하다. 떡이나 감자 같은 전분류 역시 코팅팬이 훨씬 편하다. 특히 떡을 구워지지 않게 유지하며 스텐팬에서 조리할 경우 액체나 기름이나 젓기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코팅팬은 그냥 방치하면 된다.
구워진 맛을 억제하면서 균일하게 익히는 건 특히나 코팅팬이 압도적이다.
생선이나 닭처럼 껍질이 붙은 고기는 잘못 구우면 껍질이 벗겨지거나 들러붙기가 매우 쉬운 재료다. 이 둘은 스텐팬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 집중력을 소모하지 않고서 방치하는 상태로 굽기는 코팅팬이 더 편한 편이다. 사실 이건 코팅팬에서 하는 대부분의 요리에 적용되는 장점인데, '코팅'은 열전도가 느리기 때문에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국부적인 과열이 적고 저온에선 더 안정적으로 가열되는 면모가 있다. 높지 않은 온도에서 균일하게 지속적으로 가열하는 데에는 스텐팬보다 코팅팬이 더 적합하며, 관리하기도 훨씬 편하다.
코팅팬이라도 약불에서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바삭할 정도의 껍질을 만들 수 있다. 그 동안 크게 신경 안 쓰고 다른 요리를 할 수 있는 건 코팅팬의 장점이다. (반대로 스텐팬의 경우 색을 더 낼 수 있고 조금 더 맛있다.)
(6-3) 설탕 등 당류가 섞여 있는 종류의 요리 스텐팬은 기본적으로 고온에서 조리하며 증발량이 많다. 다른 말로 하면 타기가 쉽다. 특히 설탕 같은 것들 말이다. 예컨대 돼지 갈비 같은 달콤한 소스에 잠긴 고기를 스텐팬에서 조리할 경우 상당히 피곤해진다. 고기가 속까지 익기 전에 겉의 소스가 증발하며, 흥건했던 소스는 눌어붙으면서 타고, 고기 역시도 쉽게 타게 된다. 애초에 돼지갈비 같은 달콤한 구이류는 직화에 특화된 요리이고 스텐팬은 여기에 정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코팅팬은 직화 만큼은 아니어도 훨씬 편하게 익힐 수 있다. 약/중불에서 속까지 먼저 익힌 후(이건 삶기/찌기와 유사한 상태다), 마지막에 강불로 올려서 타지 않는 선에서 구이 느낌을 내주면 된다. 이때 남은 양념 소스를 조금 부어주면서 데리야키(달콤한 소스를 광택을 내는 코팅으로 만드는 구이 요리) 요령으로 고기를 코팅할 경우 코팅팬만의 매력을 내기도 좋다.
대표적으로 코팅팬에서 하기 좋은 요리인 돼지갈비. 한식은 코팅팬에 적합한 요리가 제법 많다.
더 나아가서는 프렌치 토스트 같은 굽는 디저트류 전반 역시 코팅팬이 압도적으로 좋다. 속까지 익히면서 겉이 타지 않는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달라붙지 않기 때문이다. 설탕, 간장, 고추장처럼 타기 쉬운 종류의 조미료는 스텐팬에서는 처음부터 넣고 가열하기 어렵다. (6-4) 수분을 유지하는 볶음류 그 외에도 팬에서 수분감이 있게 저온에서 볶는 요리들 역시 코팅팬에 더 좋다. 예를 들어서 가열 조리하는 무 나물이라거나. 수분이 존재하는 상태의 저온 조리는 코팅팬이 더 무난하다. 스텐팬은 기본적으로 고열 환경에서의 '증발'과 '구이'에 최적화돼 있다. 스텐팬에서 나물 볶음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맛의 방향성 혹은 편의성에서 제법 큰 차이가 난다. 그 외에도 필자는 기름 사용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편이지만, 기름이 별로 필요가 없는 요리일 경우에도 코팅팬이 좋다. 스텐팬은 잘 달라붙는 요리일수록 기름이나 액체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7. 의외로 유용한 코팅 냄비 필자는 처음 조리도구를 사서 모을 때만 해도 '코팅 냄비'를 사게 될 거라곤 정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토르트 떡볶이를 태워 먹고서 코팅 냄비란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단 걸 깨달았다.
레토르트 떡볶이를 불 위에 방치했다가 왔더니 떡은 다 들러붙고 소스도 눌어붙어서 정말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그 후 구입한 코팅 냄비-_-;
전분은 물 속에서도 눌러붙기 매우 좋은 성분이고 방치하면 심지어 물 속에서도 탄다. 스텐 냄비에 전분류를 넣고서 방치하다가 탄맛을 느낀 경험은 다들 한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한다. 흰 죽 같은 음식을 '덜 신경쓰고' 만들기에 코팅 냄비는 상당히 좋으며, 떡볶이처럼 전분+진득한 소스를 가열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코팅 웍 또한 프라이팬의 연장선에서 매우 쓸만하다. 김치 볶음밥은 중화 볶음밥과 달리 김치 국물(혹은 그 베이스의 소스)과 밥이 합쳐지는 타이밍에 온도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밥 + 국물'이 섞인 상태에서 가열되면 스텐팬은 눌어붙기가 정말 쉽다. 특히 김치 볶음밥 마지막 단계에서 강불로 표면에 누룽지를 만들 경우, 코팅웍이 압도적으로 편하고 결과도 좋다. 참고로 필자는 파스타면을 코팅 웍에서 삶을 때도 자주 있다. 잠시 방심한다고 면이 바닥에 들러붙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설거지할 때 전분을 닦아내기도 훨씬 편하다. 코팅이란 건 가정에서 쓸데없이 신경 쓰는 일을 줄여주고 멀티태스킹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8. 마치며 : 코팅팬 vs 스텐팬 이런 이유로 코팅팬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다. 스텐팬이 무조건 항상 더 좋은 건 아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저건 스텐팬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물론 스텐팬에서 다른 기법을 써서 유사한 결과를 낼 수는 있다는 건 필자도 동의한다. 단지 굳이 힘들여서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필요할 때 더 적합한 도구를 쓰면 되는 것이고, 서로의 특징이 다르다. 현대의 우리는 코팅과 스텐 모두를 갖고 있으니 적재적소로 사용하면 된다.
코팅팬은 성질이 꽤 특이하기 때문에, 사실 스텐팬보다 이론적인 배경이 더 많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조리를 저온이나 중온에서 하도록 조리 과정을 바꿔야지만 맛있게 요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똑같이 조리할 경우 코팅팬에서 '구이'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며, 실패하기도 쉽다. 코팅팬에서 뭔가를 굽는데 주위에 물이 흥건하게 나오는 건 아마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조리 과정을 제어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가장 흔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장단점이 있으며, '잘' 써야지 좋은 것이 코팅팬이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으로, 육각형 벌집구조를 가진 하이브리드 팬의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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