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을 다니며 든 생각
2026년 03월 09일 · 오후 7시 48분
필자가 거의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갔을 때가 2016년이었고, 작년부터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으니 거의 10년 만에 영화관에 다시 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 사이에 타의로 몇 번은 갔을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영화관에 꽤 자주 가서 10번 좀 안 되게는 갔던 것 같다. 특히 올해 들어 계속 가 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영화를 보러 나가는데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느냐?"는 말을 들었다.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면 될 것을 왜 나가느냐는 거였고, "영화관을 다시 좋아할 수 있을지 실험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고서 영화를 다 보고 새삼 왜 영화관에 가지 않게 됐는지 다시 기억이 났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다. 필자가 영화관에 그만 가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닥터 스트레인지(2016)'를 보고 나서다. 필자는 그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나왔는데, 뒷자리에 앉은 두 젊은이 때문이었다. 그 둘은 아마도 주연 배우였던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극성 팬이었던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배우가 등장하자 익룡 소리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고, 영화가 절반이 지나도록 계속 소리를 지르고 수다를 떨면서 영화를 봤다.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서 그냥 나온 기억이 난다. 당시 정도의 차이일 뿐 그와 유사한 일을 종종 겪던 중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영화관에 갔을 때, 어느 할머니(요즘은 다들 정정하다)가 휴대폰을 당당하게 벨소리로 해 두고서 전화가 두 번이나 울렸고 심지어 그 전화를 받는 걸 경험했다. 문제는 '정확히' 클라이맥스 중에서도 절정부에서 두 번째 전화벨이 울렸고, 전화벨이 바로 꺼지지도 않았고, 그 상황에서 그 전화를 받았다는 건데. 그 장면에선 배우들의 대사도 없었고 매우 조용한 장면이 몸짓 연기로만 1분 이상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시리어스한 영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굉장히 기분이 안 좋았다. 차라리 안 봤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설령 그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도) 블루레이를 사서 보거나 스트리밍으로 봤으면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는 않았을 텐데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10년 전에 왜 영화관에 가지 않기로 했는지를 다시 떠올렸다. 글쎄, 한국의 영화 관람 문화에 대해서 새삼 그리 얘기하고 싶진 않다. 단지 저런 일은 영화관에 가면 작게는 언제나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보는 사건이고. 지금처럼 클 경우는 감상 자체를 망친다. 신기한 것은 조조부터 낮, 저녁, 밤, 심야까지 시간대와 무관하게 저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저런 일을 벌이는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10대, 20대, 중년, 장년, 노인까지 평등하게 퍼져있다. 지역도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서울 전역과 수도권에서 모두 저걸 경험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필자가 운이 연속적으로 계속 없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다른 관객들은 영화를 보지도 않을 청년들이 영화가 한창 상영 중일 때 들어와서 관객석 한 가운데에서 서서 스크린을 가린 채 겉옷을 벗고 얘기하고 장난 치다가 다시 상영관 밖으로 나가는 기현상을 보고도 짜증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 글을 굳이 쓰는 이유는 오랜만에 일기 같은 글을 하나 올려도 좋겠다 싶은 것도 있지만, 새삼 '영화관'이란 존재가 얼마나 애매한 장소인지를 생각하게 돼서다. 10년 만에 영화관에 가려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먼저 화질.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옛날 해상도로 상영을 하는 구형 스크린+영사기는 영상이 어딘가 뿌옇게 보인다. 그래서 Laser 상영관 같은 고화질 상영관이 생겼고, 그걸 알아 보지 않고 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단 걸 경험했다. 영화관처럼 큰 스크린을 고화질로 재생하면서 시대를 따라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영화관은 이젠 너무도 흔해진 OTT 스트리밍 환경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에겐 OTT가 더 값싸고, 집에서 편하게 아무 때나 볼 수 있단 장점이 있다. 영화관 숫자도 전보다 묘하게 줄었다. 인기작이 아닌 한 개봉 직후에도 은근히 일일 상영 횟수이 적어졌다. 영화 자체도 (물가보단 아니지만) 비싸졌다. 영화관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고뇌하고 있을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의 경험들 속에서, 그나마 영화관의 큰 장점이었던 '환경'조차 이제는 '문제'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큰 스크린, 큰 사운드와 함께 영화관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란 게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젠 영화관은 집중할 수 없는 곳이 된 것 같다. '관객'이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멀티플렉스가 90년대 후반에 도입되고 2000년대에 '영화관'이 대중적 취미로 처음 퍼졌을 때, 사람들은 처음 보는 세련된 문물에 대해서 '조심'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 익숙해지자 다시 평소처럼 행동하는 건 아닐까. 흠... 시대의 변화도 있을 것 같고. 요즘은 과거에 비해 '남들'보다 '나'가 중요한 시대니까. 앞으로 정말 보고 싶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지가 고민 될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보는 순간은 단 한 번 밖에 없다. 그 순간을 방해 받으면 영원히 영화를 처음으로 감상할 수는 없다. 정말로 집중을 하고 싶다면...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집에서 보는 게 역시 무난하지 않을까. 착잡하다. 생존하고자 발버둥 치고 있을 영화관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살다 보니 문득 떠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