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에 대해 문득 떠오른 것
2026년 06월 03일 · 오전 12시 00분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것을 선호하진 않지만, 필자는 스스로를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10대 때에도 그랬고, 20대 때 가장 심했고, 결국 나이를 훨씬 더 먹어서도 밤 시간이 생활 리듬을 침범하는 것 때문에 골치 아플 때가 많다. 가장 최신의 의학과 생물학은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을 빛에 대한 노출과 호르몬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유전자'로 설명한다. 하루의 생활 습관과 빛의 관계가 중요하며, 어떤 경우엔 유전적으로 타고 나기도 했다는 것. 일단 과학자들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문득 다른 게 떠올랐다. (아, 근데 미리 말해두는데. 이 글의 카테고리는 '잡담'이다. 잡다하면서도 별 거 없다.)
나는 왜 밤 시간을 선호하게 될까? 결국 그 이유는 온전하게 집중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방해 받지 않기 때문'이다. 낮 시간은 사실 뭔가를 하기 어려운 시간대다. 물론 직장은 '내 시간과 노동'을 판 대가로 돈을 받는 곳이기에, 업무에 집중할 환경을 (비교적 잘) 만들어준다. 하지만 오히려 집에 있을 때는 설령 그게 휴일, 연휴라고 해도 끝없는 방해가 들어온다. 나이에 상관없다. 여기서 한번 인간이 밟아온 진화를 생각해 보자. 인간은 '동급 최약체'인 동물이다. 지구력이 강하느니 어깨와 손을 잘 쓰느니 이족 보행과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느니 하지만, 결국은 엄청난 비율의 자원을 두뇌에 투자한 동물이 맞다. 몸이 설계된 방식이나 에너지를 쓰는 방식 등을 보면, 인간은 육체의 강인함이 아니라 두뇌의 발달에 투자를 하고, 두뇌가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진화한 동물이란 것이다. 캐릭터를 만들 때 쓰는 한정된 능력치를 머리에 몰빵했단 얘기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사회적 동물로 진화했다. 사냥에서의 약점을 감수하고서 눈동자와 표정으로 감정이나 의도를 쉽게 전달하고, 발성 기관을 발달시켜 언어를 정교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됐다. 큰 뇌를 갖기 위해 아이를 미숙한 상태로 출산하고, 출산 후 아이의 발달이 끝날 때까지 15~20년이 걸리는 것을 감수하기로 했다. 소속 집단과 보호자로부터의 장기간의 보호와 부양이 전제로 깔리는 라이프 사이클이 기본 사양이 됐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 투자비용 :)
그 결과 무언가를 잘 떠올리고 만들어내는 손재주가 있어도, 무기를 강한 힘으로 정교하게 던지는 어깨가 있어도, 팔이 자유로운 이족 보행 능력이 있어도, 오래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있어도. 결국 인간은 순수한 자연 상태에서 혼자의 육체 능력으론 살아남기 어려운 '동급 최약체' 동물이 됐다. 특히나 연약한 살가죽이나 장기 등의 방어력(이게 다 투자 비용과 연관된다)까지 생각하면... 솔직히 같은 크기면 토끼가 인간보다 강할 것이다.
같은 덩치일 때 인간은... 인간은 애초에 전투를 위해서 진화한 육체가 아니다.
인간은 홀로는, 둘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출산한 부인과 갓난아이를 두고 사냥을 나가면서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최소한 대가족급은 되어야 안정성이 생기고, (약 100명까지는) 집단이 커질수록 강해지는 방식의 동물이 됐다. 그렇기에 사회적 동물이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씀 하시는 걸 아주 싫어하면서 자랐는데, 커서 과학을 공부하면서 오히려 '인간은 설계 차원에서부터 사회적인 동물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정말 웃기는 개그 같다.
재미로 비교해 보면 이런 느낌? 단지 투자 비용이 크더라도 덩치가 작아지면 절대적 피지컬은 깎여나간단 느낌으로 :D
아무튼 다시 본론이다. '왜 밤에 뭔가를 하게되는가?' 결국 인간은 가족과 사회의 테두리란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집단의 관점에서 구성원은 노동력이고, 인간은 현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집단과 그 구성원인 노동력'의 프레임 안에서 살아왔다. 그리고 살면서 늘 경험하시겠지만, 인간은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가족이나 친구 혹은 타인에게 끝없이 뭔가를 요구한다. 또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잡담, 대화 혹은 뒷담화 등)을 즐기는 성향도 매우 보편적이다. 집단 구성원끼리의 상호작용이 언제나 자/타의에 의해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집에 있으면 계속 뭔가를 요구하거나 시키거나 말을 건다.
혼자 살아보면 인간은 팔이 셋 이상 필요한 행위를 할 수 없단 걸 절실히 깨닫게 되곤 한다. 그 물건이 크거나 무겁다거나 이런 것과 무관하다. 정말 하찮은 자잘한 것조차 둘 이상이 필요할 때가 많다.
주위에 타인이 존재하는 환경과 없는 환경은 다르다. 카페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그래서겠지. 혹은 명절에 출근하려는 이유라거나(...). 밤은 그런 상호작용이 강제로 끊기는 시간이다. 왜냐하면 나 빼고 다 자니까. 혼자서 아무 방해도 없이 온전히 한 가지를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란 것이다. 그게 공부든 일이든 노는 것이든.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좀 더 '혼자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냥 독서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고, 공부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게임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건 타고난 성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일시적인 그런 상태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방해 받지 않고' 하다 보니, 결국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밤 시간을 선택하게 되는 게 아닐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인데. 요지는 타인과 함께 하기에 밤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경험이 떠올랐다. 필자가 혼자 오래 살았을 때―집에서의 시간을 정말로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던 기간―에는,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규칙적으로 생활했었다. 처음엔 아니었으나 시간이 흐른 후엔, 아무도 깨우지 않아도 혼자 아침에 깨서 낮에 활동하다가 밤에는 졸리니까 잤다. 매우 자연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다시 가족과 같이 살게 되니 다시금 밤 시간이 낮을 침범한다. 꼭 집이 아니라도 낮이 직장 등 타의에 의해서 바빠져도 마찬가지다. 생활 사이클 관리가 어렵거나 뒤바뀐다. 물론 과학자들의 말대로, 하루 사이클과 빛에 대한 노출 중요할 테고, 올빼미형 인간의 유전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뭐랄까 '이유'라기보단 '분석'이니까. 결국은 그냥 '혼자서 집중해서 뭘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올빼미형 인간이 된 게 아닐까? 그냥 심플하게, 낮엔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으니까?
전문가들은 '현대에 들어와서 올빼미족이 많아졌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왜 그럴까? 사실 인간은 원래 낮 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하도록 만들어진 동물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낮 동안 계속 일하기 시작한 건 산업혁명 이후의 공장 노동, 그리고 육체 노동 강도의 저하와 기업이 국가 생산과 고용의 주축이 된 시대부터다. 고강도 육체 노동을 할 때는 불가능했던 지속적인 장시간 노동이, 산업화와 기술을 만나면서 보편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가 시작될 때 기업인들은 노동자의 근로 시간과 임금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이익이 늘어난다는,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의외로 중세엔 이런 것들이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 조금 더 과거로 가보면, 낮 시간의 상실은 인클로저 운동 이후 생산 수단과 노동자가 분리되면서 가속화된 걸지도 모른다. 더 이상 자기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산 시설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삶이 시작됐으니까. 산업화와 노동력의 제공이란 구조가 성립되면서, 인간이 '올빼미형'의 길을 걷게 된 건 정해진 수순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좀 더 본질적으론 인간이 '똑똑한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본 스펙이 낮 생활과 집단 생활에 맞게 설계됐음에도, 지능이 발달되어 고등 사고가 가능해지고 욕구도 복잡해지니 뭔가를 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개미나 벌은 자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인간은 결국 사회보다 자신이 더 중요한 동물이니까. 그리고 물질 문명(전기와 불빛)과 현대의 풍요가 밤 시간을 이용하기 더 쉽게 만들었을 테니... 현대인이 올빼미형 인간이 된 것 역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중세 유럽에선 일과가 끝나면 저녁에 일찍 잠을 자고서, 한밤 중에 깨서 잠시 활동하다가 다시 자는 생활 사이클이 흔했단 거다. 그것도 결국 '촛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 테고, 낮 시간이 보통 공동체 생활이나 업무였다면 밤 시간은 '개인적'인 시간이었고. 인간이란 그런 동물인가 보다. 사회적 동물이지만 자기자신이 더 중요하고, 기술이 발전해서 낮을 쓸 수 없게 되니 기술을 이용해서 밤을 쓰는... 뭔가 말하다보니 '뒤틀린 황천' 같은 용어가 떠오른다; 그냥 문득 갑자기 떠올랐는데 새로운 포스팅을 올릴 타이밍이라 오늘은 이 글로... 혼자서 이러고 놉니다(...).
살다 보니 문득 떠오른
잡담... 202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