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젊지 않다고 할 나이까지 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국내 패스트푸드의 한정판 메뉴나 이벤트 메뉴, 계절 메뉴는 웬만해서는 맛이 없단 겁니다. 맛이 안정되고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메뉴는 고정 메뉴에 들어와 있고, 잠깐 내놓고서 끝나는 건 보통 어딘가 부족함이 있습니다. 완성된 맛이 아니죠.
이런 깨달음이 있었지만 유튜브에 광고도 종종 나오길래 정말 오랜만에 한 번 계절 메뉴를 시켜보자! 라는 패기로, 맥도날드 창녕 갈릭 버거를 시켜 봤습니다. 소감은...내가 왜 그랬을까... 입니다. 세월이 쌓은 경험을 무시한 대가랄까요.
소스에 뭉쳐 있는 게 마늘 페이스트(...)입니다.
간단한 평을 해 보자면,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맥도날드 버거에 생마늘 페이스트를 뭉텅이로 넣은 소스를 올렸다...인데, 이 '생'마늘이 정말 정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마늘은 스태미너! 마늘은 건강! 생마늘 최고! 라고 외치면서 한웅큼씩 씹어 드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 사람이다 보니 마늘을 많이 먹는 편이고, 생마늘도 자연스럽게 평소에 먹게 됩니다만... 이 창녕 갈릭 버거는 정말 과합니다. 진짜 그냥 생마늘을 갈아서 한 2mm 정도 두께로 버거에 바르고서 먹는 느낌입니다. 이 사람들 적당히란 걸 모르는가... 허허. 밖에서 먹으면 입에서 나는 마늘 냄새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참고로 필자는 마늘을 요리에 넣을 경우 기름에 익히는 걸 선호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음식은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외국인의 편견'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외식으로 마늘을 먹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죠. 여기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보통 반론을 주장합니다. 한식에서 마늘 냄새 별로 안 난다고요.
그런데 필자는 한식에서 마늘 냄새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건 제 외국 생활 경험에 기반합니다.
제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마음 먹은 것 중 하나가 '한식을 먹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저는 기왕의 외국 생활, 그 나라를 제대로 알고 싶었고, 식문화 역시 완전히 외국의 것을 제대로 체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웠죠. 크게 세 가지 사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1. 자다가 일어나서 고추장을 퍼 먹은 사건
한식을 '완전히' 끊고서 한 2개월인가 3개월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어느 밤 갑자기 너무너무너무 고추장이 먹고 싶었습니다. 한 새벽 3시 정도였는데,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냉장고 문을 열고서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그냥 퍼 먹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사건이었죠.
장기간 원래 먹던 음식을 끊어 보면, 인간의 입맛이 얼마나 특정한 방향으로 길들여져 있는지를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 고수 같은 향신채를 싫어하는 이유도 '방향성'과 '익숙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한식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도 아예 끊으니까 참... 자다가 일어나서 고추장을 퍼먹게 되더군요. 그 이후로 그런 적은 없습니다.
2. 반 년 쯤 후의 마늘 냄새 사건
고추장 사건이 있긴 했지만, 약 반 년 동안 한식을 먹은 적은 한두 번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먹는 거 포함해서요. 그런데 반 년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너무너무 육개장이 먹고 싶었습니다.
결국 학교가 끝나고 육개장 가게에 가서 폭풍 흡입을 하고서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괜찮은 육개장 가게가 있었거든요. 그리고서 놀라운 경험을 했죠.
일본 음식은 생각보다 마늘을 많이 안 쓰고, 쓰더라도 적게 쓰며, 생으로는 잘 안 씁니다. 한 마디로 전 6개월 동안 마늘을 거의 먹지 않았단 얘기죠.
그런 상황에서 육개장을 먹고 흡족한 마음으로 가게를 나와서 집으로 가는데, 내쉬는 제 숨결에 섞인 마늘 냄새가 너무 지독한 겁니다. 정작 먹을 때는 몰랐는데 말이죠. 마늘을 반 년 동안 안 먹었더니 제 입에서 나는 마늘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저 자신이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남이 맡을까 숨죽이고서 열심히 집에 가서 바로 이를 닦았죠.
이런 경험은 한식을 '아주 오래' '완전히' 끊어서 익숙함을 날려버린 이후에 겪을 수 있습니다. 익숙한 상태에선 잘 모르죠.
3. 한국에 돌아와서 김치와 대부분의 음식을 못 먹게 된 사건
한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한국 음식이 너무 맵다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매운맛'을 통증의 일종이라고 설명하는데 제가 그걸 제대로 느낀 거죠. 오랫동안 자극에 노출되지 않으니 내성이 사라진 겁니다.
한참이나 매운 음식을 아예 먹지 않았던 저에겐 '봄나물 무침'에 들어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고춧가루조차 맵더군요. 김치는 당연히 너무 매워서 한 입 먹고서 다시 먹지 못했습니다. 제가 김치를 큰 거부감 없이 먹게 될 때까지 약 3~5년이 걸렸죠.
사실 지금도 일본에 가기 전과는 입맛이 다릅니다. 이유는 어렸을 때는 그냥 집에서 주는 밥을 먹지만, 성인이 돼서 입맛이 바뀌면 먹기 싫은 걸 피하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매운 음식은 피하는 입맛이 됐죠. 김치도 거의 먹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도 김치볶음밥은 좋아합니다만...:)
외국 생활을 하며 한국식 생활 습관을 아예 한 번 잊어 보면,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식생활이었고, 한국에서만 있을 때는 모를 만한 경험이나 기억들이 많이 생겼네요.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입니다.
그냥 잡담 수준으로 옛날 이야기나 해 봤습니다. 아무튼 창녕 갈릭 버거는 전 추천하지 않습니다.
소스에 뭉쳐 있는 게 마늘 페이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