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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와 시즌 10에 대한 잡생각 : 블랙리스트를 보고서...
 

사실 이 이야기는 작년에 하려던 이야기였습니다만, 어찌어찌 미뤄지다 보니까 1년이 지났네요. 지금이라도 하렵니다(...)

제가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 중에서 블랙리스트(the Blacklist)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작중 미국 최고의 범죄자인 '레이먼드 레딩턴'이 FBI에 갑작스럽게 자수하고서, FBI를 도와서 정부가 파악조차 하지 못하던 범죄자 중의 범죄자, 진짜 범죄자들의 블랙리스트를 제공한다는 이야기죠. 2013년부터 시작해서 현재(2022) 시즌 9까지 나왔고, 시즌 10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재밌게 보고 있던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진정한 주인공인 레이먼드 레딩턴과, FBI측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킨 두 사람이 끌고 가던 쌍두마차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시즌 8이 끝나면서 엘리자베스 킨 역을 맡았던 배우 메건 분(Megan Boone)씨가 시리즈를 하차했죠.


이미지 출처 : https://www.nbc.com/the-blacklist/episodes/season-6

엘리자베스 킨 役, 메건 분


시리즈를 견인하던 최중요 인물의 하차는 항상 팬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1년 늦은 이야기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 킨의 퇴장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홈페이지의 '미드' 카테고리를 채워 넣는 날이 되면 다시 하도록 하죠. 오늘은 미드의 10시즌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네요.


10개 시즌이 이어지는 드라마는 거의 없습니다. 10년을 방영했다는 건데, (다른 나라도 그렇긴 하지만) 실적을 보고서 미달되면 방영 중에도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미국 드라마의 특성상 정말 성공한 드라마만이 장기 방영이 가능합니다.

그 유명한 엑스파일도 9시즌에서 끝났고, 빅뱅 이론이 12시즌이었죠. 프렌즈도 10시즌이었습니다. 스타게이트 SG-1(10시즌), 캐슬(8시즌), 스타트렉 TNG(7시즌), 맥가이버(7시즌), 프리즌 브레이크(5시즌)...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시즌 10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드라마 역사상 10시즌 이상 나온 작품은 정확히 50개 밖에 안 됩니다. 이 기록은 1950년 이전부터의 누적된 기록이며, 쏟아지는 미드를 생각해 보면 굉장히 적은 것입니다.


어렸을 때는 좋아하던 시리즈나 배우가 하차를 하면 그저 아쉬울 뿐이었지만, 블랙리스트를 보면서 하차를 하는 게 참 납득이 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개의 시즌, 8년을 촬영했죠. 아예 나이가 많은 배우이거나 아역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20대 30대의 가장 젊고 매력적인 삶을 사는 나이에서는 인생의 한 챕터를 드라마 한 개와 함께 보낸 것이겠죠. 사실 그 이후의 삶도 인생의 1/10보다 많은 양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드라마가 천년만년 계속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의 경력과 미래를 위해서라면 오래 있어도 10년 정도가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잘 나가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하차할 때 보통 구설수에 오릅니다. 호의적인 말보다 적대적인 말이 많죠. 가령 '다른 곳으로 가면 잘 될 줄 아느냐?' 같은 식의 말들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많은 배우들이 커리어 체인지에 실패하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을 (이제 곧 종영할 확률이 높은) 한 개의 드라마에 걸기 보다는, 자기 선택으로 나가는 것도 인생을 능동적으로 사는 좋은 모습으로 보입니다. 특히 해당 드라마가 망가지고 있거나, 해당 캐릭터가 배우의 평판에 악영향를 줄 경우엔 말이죠.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Fox_Mulder

그런 의미에서 90년대에 참 여러 얘기가 많았던 데이비드 듀코브니씨(멀더役).


이건 감독이나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도 그랬고, 닥터후 시리즈도 그랬고, 감독이나 작가, 스탭이 바뀌면서 진통을 겪고 논란에 휩싸이거나 망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혹여 드라마를 이어갈 힘이 있어도 배우의 몸값이 너무 비싸져서 시리즈 존속이 불가능해진다거나, 간혹 시리즈 도중에 배우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여러 종류의 문제가 생기는 게 10년이란 시간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드라마라는 매체의 한계인 것도 같습니다. 살아 숨쉬는 배우로 시리즈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죠. 저희는 작중의 캐릭터의 인생을 보지만,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는 자신의 인생이 더 중요한 거니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하차하는 배우들을 보면 그저 팬으로서 슬프고 안타깝기만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배우를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문제를 일으킨 것만 아니라면요.

하지만 역시 한편으로는 좋아하던 드라마가 길게 길게 계속 됐으면 하는 마음도 큽니다. 개인적으로 장편 드라마를 매우 선호하기도 하고요. 드라마가 못해도 7시즌은 넘어야죠!


아무튼 메건 분씨의 하차는 당시로서도 좋은 선택이었고, 시리즈를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었으며, 시즌 9를 보는 중인 지금은 더더욱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블랙리스트의 작가가 캐릭터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스토리를 계속 쓰는 게 좀 아쉽기는 한데, 진 주인공인 레이먼드 레딩턴은 아직은 건재합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레딩턴만큼 빠진 캐릭터도 참 손으로 꼽는데 말이죠.


이미지 출처 : https://the-blacklist.fandom.com/wiki/Raymond_Reddington

레이먼드 레딩턴 役, 제임스 스페이더.

레딩턴은 원래 정말 좋아하던 캐릭터였지만 지난 시즌 8을 보고서,
스타트렉 TNG에서 데이타를 연기한 브렌트 스파이너씨 이후
가장 연기로 감명 받은 배우가 됐습니다.


조금 다른 얘긴데 요즘 보면 음성 샘플을 토대로 기계가 대사와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른 것 같던데요. 게임/애니메이션 업계의 고질병이었던 '성우의 사망' 문제는 앞으로 컴퓨터로 해결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오래 전에 끝난 시리즈를 새로운 대사로 녹음하는 것도 조만간 가능한 시대가 될 것 같고요.

이런 추세의 연장으로 언젠가의 미래에는 배우의 (연기) 영상도 컴퓨터가 합성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도 해 봅니다. 물론 뛰어난 배우의 연기가 주는 감동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살아 있는 배우와의 계약'이라는 한계를 미래에는 컴퓨터로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배우 입장에서도 하차 후에 검수만 하고 초상권과 로열티를 받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단 생각도 드네요. 단지 음성과 달리 영상은 아직 갈 길이 멀겠죠.


drama| 2022-11-05 00:00: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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