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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의 《사기열전》. <유협열전>.
 



작년 말에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상/하권으로 구성된 '사기열전(송도진 역)'이 나왔다. 사마천의 《사기》의 열전들을 번역하고 주석을 단 책이다.

사실 고서(古書)의 번역본을 사면 보통, 요즘 시대의 독자가 재미있게 읽기는 어려운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의 집합체란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예를 들어서 《산해경》이라거나 《일본서기》나 《고사기》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냥 읽기엔 재미가 없고 번역된 문장 자체도 요즘 사용하는 문체와 너무 거리가 멀어서 사실상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보는 '사전' 같은 방식으로 보게 된다. 완독을 하는 건 일반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그에 비해서 이번에 나온 《사기열전》은 생각보다 재밌게 읽고 있다. 그냥 '사마천'이란 화자가 옛날 이야기 들려주듯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거부감이 너무 없어서 깜짝 놀랄 정도랄까. 더불어서 책의 5분의 2정도는 '주석'이 차지하고 있는데, 주석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써서 따로 뭔가를 찾아 볼 필요도 없이 읽을 수 있다. 구매하기 전에 좀 걱정했는데 오랜만에 좋은 책을 산 느낌이다.

번역 외에도 기존의 오역과 고증, 교정 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는 하는데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유협열전>

이 책은 예전에 [무협이란 무엇인가 : 무(武)와 협(俠)]이란 글을 썼을 때 유협, 즉 협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 때문에 산 게 크다.

당시에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했지만 과거에 필자가 읽었던 사기는 쉽게 쓴 축약본이었고, <유협열전>은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없고, 인용한 문장 역시 여러 군데의 해석문을 비교하면서 없는 한자 실력 등등을 총 집합해서 가장 그럴듯한 뜻을 만들어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문장은 거의 제대로 번역한 것이 맞았지만, 확인을 해 볼 의무감을 느꼈달까.



<유협열전>에서 사마천은 결국 유협(협객)은 고대의 난세에 성했던 특수한 종류의 집단으로 아래의 특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필자가 위의 무협 글에서 얘기했던 것과 결국 거의 같은 말이다.

- 신중하게 주고 받고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중시했다.
- 궁지에 빠진 자들을 도왔다.
- 그들의 말은 반드시 믿을 만하고 행동은 반드시 결과가 있으며, 승낙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고, 자신의 희생을 애석하게 여기지 않았다.
- 행동이 예법과 도덕에 맞아떨어지지 않기도 하고 법을 어기기도 한다.


여기서 예법과 도덕에 어긋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도덕은 (상대적으로) 중요시하는 자세를 보인다. 더불어서 유가와 묵가는 유협을 배척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다고 말하는데, 예법과 법과 (상대적으로) 윤리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을 보이니 과연 그럴 법도 하다. 진나라 시절에 그 이전까지의 유협들의 기록이 소실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몇몇 사례를 소개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겸손하고 절제하며 오만하지 않고 남들에게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는 인류 보편적인 선행의 자세를 찬양하고 있다.


마지막에 가장 길게 다룬 곽해(전한 대의 지현軹縣 사람)의 사례는 꽤 흥미롭다. 사마천은 곽해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사실 사회 질서라는 면에서 보면 이 사람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맞기 때문이다.

곽해는 젊어서는 포악해서 사람을 많이 죽였지만, 나이가 들어서 협객으로 변모했기에 신기하게도 사마천은 곽해의 과거를 덮는다. 죄를 상쇄되는 개념으로 본 걸까? 아무튼 유협으로 이름이 높아졌는데, 그렇게 되니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그를 대신해서 사람들을 죽이고 복수했다. 개인적으론 이것도 정말 본인이 개과천선 했으면 추종자들을 꾸짖어야 맞다고 생각하는데, 필자는 사마천이 몇 문장으로 전하는 사례만을 본 것이기 때문에 애매하다. 더불어서 곽해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져서 자신의 지역에서는 부탁을 하면 국법이 무시되는 수준이 되었다.

결국 곽해의 주변 가족이나 추종자가 벌이는 살인은 일정한 규모와 도를 넘어서 중앙 정부에서 심각하게 여기게 되었고, 곽해는 도주를 하는데 그를 보호하고 빼돌리는 관인과 사람들 때문에 붙잡지를 못했다. 제대로 된 체포령을 무시할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것이다. 그 사이에도 사람이 죽어나갔다. 시간이 한참 흘러 결국 잡힌 다음에도 제3자들에 의해 사람이 죽어나가고 논란이 계속되자 나라에서 곽해의 일족을 멸족했다.

정부에서 곽해 일족 전체를 죽인 건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저 정도면 사회에 큰 혼란을 일으키는 인물인 게 맞다. 적어도 통치자는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사마천은 끝까지 그를 비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사마천의 관점이나 당대의 가치관 등등은 꽤 흥미롭다. 어쩌면 대응이 너무 과했기에 반발했을 수도 있고. 그 외에도 '복수'가 일상적이고 정의로웠던 전근대 사회의 면모 등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유협열전의 도입부에서 《한서》를 들면서, 유협이 세력을 형성해서 윗사람에게 순응하는 사회 질서나 국가 이익을 어지럽히는 사이한 무리라는 관점을 함께 소개한다. 이건 폭력조직보다는 정치인이나 탐관오리를 가리킨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에서도 '협객'이란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이 계속 있었음을 보여준다.

아무튼 <유협열전>에 실린 내용은 사실상 이게 거의 전부이다. 사마천이 정답을 제시한 건 아니겠지만, 중국과 무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사기열전》을 다 읽진 못했는데 틈틈이 읽어 봐야겠다.


book| 2024-01-17 07:00:00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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