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문열
2014년 08월 17일 · 오후 2시 53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다시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굉장한 깊이가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이후의 내용에는 작품 전반의 줄거리가 담겨있습니다.
주인공이 전학을 간 학급은, 엄석대라는 학생 한 명이 다스리는 작은 국가였으며 힘에 의한 억압과 복종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개인 한 명이 아무리 힘이 강해도 수십 명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 소설은 ‘겉으로 보기에 모범적인 반’이라는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를 묵인하는 학교와 부모, 저항하지 않고 체제에 순응하는 급우들, 그리고 홀로 싸우다 굴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죠. 혹자는 결국 의지가 꺾이고 권력에 꼬리 치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겁하다'고도 하지만, 결코 이길 수 없는 망신창이가 될 뿐인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군대에 있을 때만 봐도,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집단의 문화에 녹아들고서 그 부조리를 받아들입니다. 저희 소대에도 따돌림 당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 당시 분대장은 선후임 따지지 않고 모든 소대원들에게 한 명씩 돌아가며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말하게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당시 이등병인 저 밖에 없었죠-당연히 그 대답이 가져오는 결과는 알고 있었습니다.-. 후에 권력 구도가 바뀌자 엄석대를 맹렬히 고발하던 급우들을 보며 주인공이 느꼈을 배신감이나, 성인이 되어 깡패로 전락한 엄석대를 보고서 눈물을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공감이 갔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각 인물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에서, 문학이란 것이 얼마나 심도 깊은 고뇌와 통찰을 토대로 탄생하는 것인지 새삼 존경스러워집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소설의 이런 면이 정말 좋네요. 이문열씨의 당시 수상 소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기에 남겨봅니다.
나는 작가가 한 어릿광대나 장인(匠人)이 되는 걸 승인하지 않는 것처럼 예언자나 개혁자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완강히 거부해 왔다. 단순한 기록자가 되기를 마다한 것처럼 무책임한 설계자가 되는 것 또한 경계해 마지않았다. 틀림없이 그런 기능들은 문학, 특히 소설이란 동아줄을 꼬아 나가는 데 필요한 가닥들이긴 하지만, 나는 어느 한 가닥이 무분별하게 비대해져 내 동아줄을 허약하고 못미더운 것으로 만들까 늘 걱정했다. 그리하여 '초월적 사인성(私人性)'이란 애매한 이름으로 내 문학의 성채를 마련하고, 어떤 때는 내면의 유혹과 싸웠으며, 또 어떤 때는 외부로부터 오는 비난이나 소외에 저항해 왔다. - 이문열, 제 11회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 중
아무리 인간 사회 본연의 모습이라고는 해도, 이문열씨가 이 소설을 쓴 1987년과 지금 한국 사회의 모습이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참 아쉽습니다. 방관하는 관리자. 그를 등에 업고 지배하는 자. 이에 묵묵히 동의하는 자. 싸우다 결국 굴복하는 자. 우리는 모두 이 소설의 인물 중 한 명일 것입니다.
다이어터 전 3권
2014년 08월 13일 · 오후 1시 00분
최근에 정말 인상 깊게 본 만화가 있습니다. 바로 네온비/캐러멜님의 '다이어터'입니다. 제가 웹툰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보는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만, 예전에 '결똑'을 본 이후로 네온비 작가님의 만화는 기억하고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분 캐러멜님이 그린 '다이어터'를 알게 되었죠. 이 만화를 알게 되고 읽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데, 왜 진작 보지 않았는지 안타깝습니다^^;
(아마) 다음에서 유료 결제 후 볼 수 있지만 어차피 돈 내는 거면 손에 들어와야 한다는 주의라 책을 샀어요! 근데 이 책은 가치가 있네요:)
작 중에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쓰는 '다이어터(Dieter)'란 제목처럼, 이 만화는 고도비만인 여주인공 신수지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다이어트의 정도(正道)를 걷게 되는 내용입니다. 이 만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바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살찐 사람만이 아는 괴로움, 운동을 중기/장기간 할 때 오는 유혹과 충동, 다이어트와 운동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뇌를 정말 내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해두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신 두 작가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_; 그래서인지 이 만화는 아래와 같은 사람들에겐 굉장한 공감을 줄 것입니다. (1)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 (2)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한 사람 (3) 운동을 하다가 오래 못하고 그만둔 사람 (4) 다이어트에 성공하거나 운동을 오래 한 사람(...) 아마도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일 것이라 예상합니다만... '예상'인 것은 저도 저기 포함되기에 공감과 몰입을 엄청나게 해서 그게 빠질 경우를 상상하지 못하겠습니다^^; 다이어터는 어떻게 보면 '다이어트'보다는 '건강'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 전 항상 이런 방식을 좋아합니다. 굶거나 적게만 먹는 (헛된 망상 속의) 다이어트를 비판하면서 운동을 통한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고되지만 가장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을 보여주죠. '살을 빼서 건강해진다'가 아닌 '건강해지니 살이 빠진다'란 메시지를 품고 있기도 합니다 -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 예스24 http://www.yes24.com/
저 같은 경우 운동을 하는 것 자체는 좋아하고, 단기간 동안은 정말 꾸준히 합니다. 단지 늘 3~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그 이상 쉬곤 하죠.(물론 밖에서 하는 걸 좋아했기에 기후의 문제때문도 있긴 했지만) 그런 저에게 이 만화는 정말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운동이 3~6개월쯤 지속되면 겪는 정체기와 권태감을 극복한 이후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 길을 가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고, 누구도 쉽게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인데도 리얼하게 그려주셨습니다. 운동을 지속할 의욕을 충전받은 느낌이네요. 제 생각인데 이 만화는 만화만으로도 재밌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서 몸-다이어트-운동-건강 에 관련된 많은 기초 지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평소에 어중간하게 알고서 식사나 적게하곤 하시는 분들께는 이런 부분에서도 정말 단비와 같은 만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는 만화입니다. 저희처럼 너무나 평범한 여주인공 신수지의 감동스러운 분투기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 다이어터 권수 : 전 3권 기간 : 2011.08 ~ 2012.07 작가 : 캐러멜, 네온비 출판 : 중앙북스 덧. 전에 '보지 못하고...'라는 웹툰을 사고서 만화책화 된 웹툰의 퀄리티에 크게 실망했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읽었습니다. 책으로 나온 웹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