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 연미주 & 중원 청명주
2014년 11월 03일 · 오후 12시 39분
몇 달 전에 사둔 도솔 연미주와 중원 청명주를 개봉했습니다. 제가 운동을 하기에 술 약속을 쉽게 잡을 수 없더군요 흑흑.
우선 도솔 연미주인데 천안의 약주이지요. 전통주라고 하긴 좀 애매하고, 전통주 문헌을 참고해서 우리나라나 외국의 현대식 주조법과 접목시켜서 천안쌀로 빚은 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선입견이 생겨서인지 모르겠는데, 어쩐지 요전에 마신 우포의 아침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맛이란 건 아니구요. '무난한 쌀/찹쌀 베이스 약주에 누룩향 + 약간의 향이 있지만 딱히 개성이 강한 건 아닌 것 같다'란 점이 겹치더군요. 그냥 편하게 마실만합니다만, 그리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취향이 아닌가봐요. 약한 누룩향이 편하고 상큼하게 올라오는 알코올향도 나쁘진 않습니다. 와인잔에 블라인드로 따라주면 술 잘 모르는 사람은 전통주란 걸 모를 것 같더군요. 특히 알코올향이 살아있는 부분이 우리나라의 다른 전통주랑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컨디션 때문일 수도 있지만요. 참고로 안주는 전과 전기구이 치킨이었는데, 얘랑은 호박전이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다른 전은 그냥저냥이고 치킨은 전혀...
다음은 중원 청명주. 충북 충주의 전통주입니다. 원랜 청명절에 사용하기 위한 술이었다해서 청명주라 한다더군요. 이 술은 재미있는 게 주원료가 통밀과 찹쌀입니다. 그래서인지 찹쌀/쌀이 주베이스가 되는 다른 다른 약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맛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강한 맛은 신맛인데, 마치 화이트 와인의 신맛을 연상시키는 꽤 재미있는 맛입니다. 그리고 신맛에 눌려서 딱히 의식하게 되진 않지만, 단맛도 꽤 강한 술입니다. 꼭 신맛이 나는 식전주를 먹는 것 같았어요. // 2015.10.07 추가 //////////////////////////////// 이 날 마셔본 중원 청명주는 변질되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실제로는 상당히 맛이 다르고 괜찮은 술로 단맛이 강한 편입니다. 자세한 느낌은 "전통주 갤러리 시음 - 2015년 9월"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서 얘기하는 건데 우리 술방에서 산 약주는 지금까지 죄다 변질된 것 같아서 앞으로 이용에 있어서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제가 이용한 곳은 신세계 본점 우리 술방입니다. 초기라서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음. 위의 도솔 연미주도 느낌이 좀 다르다고 생각됐는데 잘 기억은 안 나니 다음에 하겠습니다. /////////////////////////////////////////////////// 문제는 안주인데 흠...딱히 뭐랑 맞다고 해야할지. 지금 책보니까 돌나물이랑 먹으면 괜찮다고는 합니다만 쩝. 일단 준비한 모든 종류의 안주와 별로였고, 땅콩과는 전혀 맞지 않았고, 버터구이 오징어를 사와서 먹어봤는데 뒤의 비린맛이 아주 강렬해져서 역시 별로였습니다. 단지 처음의 버터맛과 미묘하게 어우러지길래 사온 것이...
딱히 잘 어울린다는 아닌데, 걔 중엔 제일 무난했어요. 정말 의외로-_-; 일단 닭 종류랑도 아닌 것 같고 모듬전도 아니었습니다. 생선전이 없었던 것이 좀 아쉽긴한데. 어느 정도 달고 고소한 맛과 어울리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미지수입니다. 두 가지 중 개인적으로는 중원 청명주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만, 제가 즐겨마시는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살다가 인연이 되면 다시 먹어볼 일이 있겠죠. 그 때 좀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파라필름을 구입하다!
2014년 10월 31일 · 오후 6시 00분
술을 마실 때는 보통 혼자 한두잔 정도를 마시는 편입니다. 몇 주에 한 번 꼴로요. 이렇게 적은 양을 가끔 마시는 사람에게 있어서 술 보관은 굉장한 골칫거리입니다. 뚜껑을 꼭 닫아둬도 한번 따버린 술은 급속도로 변질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말이죠. 그러다보니 술을 좀 자주 많이 버립니다(...) 얼마 전에 3잔쯤 마시고 버린 둔송 구기주나, 반쯤 먹고 버린 연태 고량주나... 음 너무 많아서 특정 술이 기억도 안나는군요. 특히 10도 근처의 낮은 도수의 술은 반 이상을 버리는 게 일상 다반사랍니다ㅠ_ㅠ 결국 이번 기회에 술을 좀 더 잘 보관해보려고 밀봉법에 대해서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바로 파라필름입니다.
이것이 파라필름!!
애주가분들도 사용을 많이 하시지만, 원래 용도는 실험 기구를 밀봉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시험관이라던가 페트리 접시라거나 하는 것을 밀봉할 때 쓴다는군요. 균 배양을 할 때도 이걸로 밀봉한다니 효과는 믿을만할 것 같습니다.
폭이 상당히 넓은데, 두꺼운 박스 테이프 두개를 합쳐둔 정도의 길이입니다. 한 번 사면 술보관 용도로는 천년만년 쓴다더군요. 실제로 써보니 아마 평생 두세개 넘게는 사지 않을 것 같습니다-_-; 참고로 재질은 파라핀인데, 가위로 잘 잘라지고 끈적한 것도 없어서 좋습니다. 써보니까 죽죽 늘어나면서 딱 달라붙더군요. 반데르발스 힘 + 알파인듯?
...그리고 가장 먼저 감아준 것은 소흥주. 10도 초반의 낮은 도수에 딴지 한 달쯤 지났습니다. 미안 내가 너무 늦게 감아줬지? 사실 맛이 이미 좀 변했습니다;_; 아직 먹을 수 있는 맛이라 먹곤 있는데, 먹어도 되나 싶긴 합니다. 뭐랄까 황주인데다가 영양가가 워낙 높아서 좀 무서워요. 원래대로라면 버리는 게 맞을 듯하지만, 워낙 구하기 힘든 술이니 그냥 먹고 있습니다. 아직 먹어도 식중독 걸리거나 배탈은 안나니 괜찮겠죠(...)
그리고 다른 술들에도 감아줬습니다. 생존해 있는 애들은 그나마 도수가 있는 애들인데... (마개가 밀봉 타입이 아니었지만) 고량주 계열을 버린 전적도 있는지라 신경쓰기로 했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다른 술도 좀 더 보관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_; 당연하지만 낮은 도수의 술은 밀봉한다고 해서 보관 기간이 대단히 늘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단지 하루 이틀 지나서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 효과는 기대가 되네요. 도수가 높은 술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겠죠! 앞으로 아깝게 술을 버리는 일이 적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