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를 보다.
2014년 11월 09일 · 오전 6시 00분
인터스텔라를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전 정말 재미없었는데 미리 이야기를 해두자면, - 원래 이런 소재의 SF를 좋아하고 많이 본 사람에겐 너무 흔하고 식상한 이야기일 것이고 - 그렇지 않다면 (아마) 재밌을지도 모르겠네요. 후자는 제가 아니라서 실제로 어떨지 모르겠지만, 관람평을 보면 평타 이상은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요. 덤으로 얼마나 재미없었냐면 제 인생에서 두 번째로 재미없었습니다. 참고로 첫 번째는 '러블리 본즈'. 아래에는 스포일은 아니지만 대략 어떤 식의 소재가 전개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됩니다. 더불어서 딱히 소개라기보단 그냥 까는 글입니다.
이 영화는 '시간의 상대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주여행과 고중력 환경 하에서 지구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이 키 포인트이죠. 당연하지만 이 소재는 항상 서로 다른 환경에 있는 인물들 간의 감정이 교차됩니다. 소재가 신선하다거나 어렵다는 사람들이 있고, 하드 SF라는 말도 있는데 글쎄요. 상대성 이론, 웜홀, 블랙홀에 관해 일반 교양서나 대학의 기초 물리학 정도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SF 팬들이라면 딱히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또한 SF로 따지고 들어가면 헛점도 존재하구요. 관련해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도 있는데, 기존의 SF와 비교한다면 상상력은 전무합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놀란 감독과 작가가 다른 SF 작품을 잘 몰라서 생긴 일 같습니다. 물론 거액을 들여 영상화 된 건 최초일지 몰라도, 이 정도의 묘사는 SF 팬들에겐 정말 지루할 지경입니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하나는 SF적인 전개이고 다른 하나는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간의 드라마입니다. 저의 경우 전자가 너무 재미없어서 후자에 전혀 몰입하지 못하고 시간 가기만을 기다린 케이스인데...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면서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두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톱을 노려라! 건 버스터'와 '별의 목소리(ほしの声)'입니다. 아광속 우주 여행과 블랙홀 환경 하의 SF적인 개념을 잘 표현한 것이 '톱을 노려라'라면, 그 상대성 안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잘 연출한 것이 '별의 목소리'였죠. 또 한 가지 영화를 집자면, 얼마 전에 봤던 '그래비티'입니다. 우주 환경을 훨씬 잘 표현한 영화였죠. SF 소설은 제가 많이 몰라서 특정 작품을 집어내기 힘듭니다만 아무튼. 이 영화는 과거에 같은 소재에서 특정한 부분을 잘 표현한 여러가지 작품들을 짜집기한 느낌인데, 그 모든 면에서 과거의 작품보다 떨어진다고 생각됩니다 - 거액을 들인 영상을 제외한다면요. 스토리와 구성, 연출조차 진부하군요. 같이 본 분들은 제가 선제 공격으로 혹평을 쏟아내서인지 모르겠는데, '볼만했다' 정도의 의견. 인터넷 평을 지금 보니 호평이네요. 제 생각인데 이것저것 많이 보다보면 결국 갈 수록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져서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과거 작품을 모르는 새로운 관객들은 그런 걸 새롭게 보고 하는 순환이 아닐까나요. 아무튼 정말 재미없게 봤습니다. 그나마 흥미를 가졌던 편인 부분이 우주로 떠나기 전까지였으니... 혹시 이런 SF류를 좋아하고 이미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각오하고 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보시던가요:) 덧. 혹시 괜찮은 SF 소설 등 알고 계신 분은 추천 좀 해주세요. 소설쪽은 잘 몰라서 아쉽네요. 덧2. 말 나온 김에 다음에는 톱을 노려라 시리즈와 별의 목소리 이야기나 써봐야겠네요. 솔직히 글을 끄적일 정도의 명작인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만.
우포의 아침
2014년 11월 06일 · 오후 1시 18분
요전에 경남 창녕에 다녀오신 지인분께서 재미있는 술을 주셨습니다. 양파가 들어간 약주인 '우포의 아침'입니다. 요전에 말이 나온 김에 이것도 써야겠네요.
우포의 아침은 창녕 특산물인 양파를 이용해서 현대에 만들어진 약주입니다. 재료는 찹쌀, 오가피, 양파, 누룩 등이 들어간다는데요. 양파라는 특이한 재료가 들어갔지만 실제로 양파향은 맛에 집중해서 음미해야 뒤에 어렴풋이 날 정도로 희미합니다. 찹쌀+누룩으로 만들어진 우리 약주의 기본적인 맛인데, 전체적으로 맛이 굉장히 부드럽고 가볍습니다. 보통 약주는 누룩향 때문에 묵직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우포의 아침의 누룩향은 말 그대로 향 정도라서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단지 제 취향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너무 무난해서, 가볍고 편하게 마실 때라면 모르겠지만 특별한 술을 찾고 싶을 때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단점이 서울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술이라 '가볍고 편하게'란 부분이 상당히 퇴색한다는 것이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 만들어지는 우리 술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봤는데, 지금은 이렇게 새로 만들어지는 술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명맥이 끊긴 우리 술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겠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좋은 술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