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버스터에 이어, '광속과 시간'이라는 테마로 소개하는 애니메이션인 별의 목소리(ほしのこえ)(2002)입니다. 인터스텔라를 본 게 11월 초이고 건버스터 리뷰가 11월 중순인데 한달만이네요:)
'별의 목소리'는 이제는 유명해진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씨의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죠. 약 25분 분량의 애니메이션 중, BGM과 여주인공 성우를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심지어 남주인공 성우는 자기 목소리로(...)- 혼자서 제작했다는 게 일단 대단한 화제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이슈와는 별개로, 이 작품은 뛰어난 구성과 연출을 통해서 짧고 별 깊이 없는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오늘 리뷰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인데요. '광속과 거리와 시간'라는 소재를 정말 잘 연출했지요.
* 이 리뷰는 애니메이션 전체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완벽한 스포일을 보시게 됩니다.
(애초에 25분 밖에 안되는 애니라서 전체 흐름을 말하면 그게 곧 스토리라-_-)
시대는 2046년. 외계 문명이 발견되고 외계인과 조우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주인공인 미카코와 노보루는 평범한 학생 커플이었지요. 이 작품은 주인공 두 사람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카코와 노보루
여주인공은 어느날 외계인과 싸울 파일럿으로 징발(...)되고 두 사람은 우주와 지구 사이에서 원거리 연애를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매개체는 오직 휴대폰뿐이고, 광속의 한계로 인해서 메시지는 몇 분간의 시간차를 둘 수 밖에 없게 되죠.
지구에서 멀어질 수록 메시지가 닿는 시간은 분에서 일로, 일에서 달로, 달에서 년으로 점점 길어져갑니다. 그에 비례해서 여주인공의 걱정과 남주인공의 기다림도 점점 커져가죠.
목숨을 건 전투 사이에 메시지를 보내는 미카코와
기다리기만 하는 노보루
치열한 전투 끝에 장거리 워프를 한 곳은 지구로부터 8광년 이상 떨어진 장소. 여주인공은 8년 후 지구까지 도착할지 알지도 못 할 메시지를 전송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8년 224일 18시간 후
사실 별의 목소리의 스토리는 이게 전부입니다. 딱히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만들다보니 작화가 뛰어난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이 모든 걸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미카코와 노보루가 마치 시간을 뛰어넘어 함께 있는 것 같은 연출을 한 클라이막스 때문이었을 겁니다. 두 사람은 다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생각하는데, 이런 소재를 사용한 SF 중에서 기억에 남는 드라마틱한 장면이죠.
어떻게 보면 거리가 멀어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실시간에 가까운 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시대이기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소재인듯도 합니다.
저도 리뷰하면서 다시 떠올린 건데(...) 광속 여행에 따른 시간 지연 현상은 워프 전까지만 있고 제대로 표현되지도 않네요. 하지만 우주와 지구 사이의 교신을 소재로 한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로 신카이 마코토씨(가 만든 스튜디오)의 작품이 여럿 나왔음에도, 별의 목소리가 가장 인상 깊습니다.
전체 시간도 25분 정도이니 관심있는 분은 가볍게 한 번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일본식의 정적인 분위기라는 것과, 개인이 혼자서 만든 작품 퀄리티라는 것은 염두에 두셔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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