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투모로우
2014년 06월 11일 · 오전 6시 00분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봤습니다. 전혀 기대 안 하고 그냥 봤는데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최근에 참 무난하게 재밌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요즘 본 오락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게 봤습니다. 굳이 순위를 매겨보면, 엣오투 > 캡틴아메리카 >> 엑스맨 정도?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다른 종류의 영화이니 빼두기로 하구요. 정말 무난하게 재밌고 훈훈하니 믿고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보를 찾아보는 것보다는 저처럼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보면 좀 더 재밌을 것 같네요. 의외랄까, 톰 크루즈씨 나오는 SF 중에는 제일 재밌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톰씨 SF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이 있기에-.
가구야 공주 이야기(かぐや姫の物語)
2014년 06월 08일 · 오후 2시 02분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봤습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인 다케토리모노가타리(竹取物語)를 재해석한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입니다. 일본적인 느낌을 잘 살린 동양풍의 그림이 아주 매력적이네요. 참고로 일본 설화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게임을 많이 하신 분은 종종 들어보셨을 법한 그 '카구야 히메'가 맞습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신 분들은 'かぐや(Kaguya)'를 '가구야'라고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으시겠지만, 사실 저게 한국 표준 외래어 표기법에 맞는 방식입니다.
원작과는 달리 이번 애니메이션은 현대 사회의 관점에서 본 '부모와 자식의 행복' 혹은 '여성의 행복'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작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는 천황과의 관계라든가 정치에 관련된 묘사 같은 것은 사라진 대신,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사랑 같은 것이 추가되었습니다. 간만에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작품이었는데,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는 원래 이야기를 잘 살렸다고 봅니다. 특히 인간의 희노애락에 관련된 카구야 공주의 관점은 인간의 삶과 불교의 세계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 것 같습니다. 성인 소설 버전의 원작을 본 적은 없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원작보다 이 부분은 더 두드러진 것 같네요. 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은 이야기했듯이 '행복'을 바라보는 공주의 시선일 것입니다만, 이건 단지 현대에 만들어져서 이런 것이지 뭐가 맞다고 하긴 시대에 따라 다를 것이기에 재밌는 주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시대에 보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감화되고 그걸 교육받기 때문에, 만일 정말 저 시대에 태어나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면 저 시대의 보편적인 행복을 받아들였겠지요. (물론 작중의 어린 시절을 감안하면 저 묘사가 완전 억지는 아닙니다만) 아무튼 참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감동 받은 애니메이션은 '늑대아이'였는데, '늑대아이'가 완전히 특정 주제에 집중했다면 '가구야 공주 이야기'는 주제의 포커스를 잃지 않고 감동을 주면서도 다양한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결말쯤 되면 지루해서 죽으려고 하는 아이들과 눈물을 흘리며 울음바다를 만드는 여성 관객들이 버무려진 환상적인 공간을 체험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말하는데 애들은 이거 봐도 재미없으니 데려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