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만화는 아니었지만 오래 됐는데도 종종 떠오르는 만화가 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에 연재되었던 꼭두각시 오데트입니다. 추억의 만화 코너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게 무려 7년만이군요.
이미지 출처 : 예스24 (yes24.com)
꼭두각시 오데트는 인간형 로봇인 오데트가 인간을 닮고 싶어해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입니다.
개인적으로 SF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소재가 바로 인간성이 부족한 안드로이드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명작 바이센테니얼 맨이나, 스타 트렉 최고의 캐릭터 중 하나인 데이타처럼 말이죠. 인간과 한없이 유사하지만 너무나 인간성이 부족한 존재를 통해서 역설적으로 인간성이란 것을 들여다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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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꼭두각시 오데트는 그런 쪽으로 특화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데트의 백치미가 돋보이는 코믹하고 엇나간 학원 로맨스 물이죠. 하지만 오히려 순정만화라는 본질 때문에 싸우는 이야기만 나오는 소년만화에 비해서 (인간을 탐구한다는) SF적인 본질이 조금 더 드러납니다.
인간을 동경하는 아이 같은 모습, 로봇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돌직구. 인간이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어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로봇은 행할 수 있죠. 그런 오데트의 용기와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모습이 이런 이야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은 원래 장기 연재를 생각하고 그린 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6권이라는 비교적 짧은 길이와 더불어 조금 더 치밀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스토리가 뭔가 초반 빌드업이 끝나고 본편이 시작되려 할 때 끝났단 느낌이라...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일찍 끝난 게 이해도 가는 게, 결국 인간과 로봇의 결말은 잘 풀려도 한 명만 남는 것이고 이 작품은 순정만화였으니까요. 이 이상 진행하려고 하면 굉장히 골치도 아프고 실패했을 확률도 높습니다. 능력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분의 선택은 존중합니다.
아무튼 앞에서 말한 SF 명작들에 비유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로봇만이 갖는 매력이 간혹 떠오르는 작품인 꼭두각시 오데트였습니다. 의외로 이런 소재를 살린 이야기는 드무니까요. 이야기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인간 따위는 손가락으로 뭉개버릴 수 있는 오데트가 가련한 소녀가 되고 싶어서 약한 척 연기하던 맹한 모습이 참 그립습니다.
제목 : 꼭두각시 오데트 / カラクリオデット
권수 : 전 6권
기간 : 2006~2008 / 2006~2008
작가 : 스즈키 줄리에타 / 鈴木ジュリエッタ
출판 : 학산문화사 / 白泉社 (花とゆ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