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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List admin  
요즘 사는 만화책들 : 2023년 12월
 

의도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썼길래 올해도 씁니다. 작년 7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새로 보고 있는 만화책들입니다. 올해 본 건 아주 재밌다기보단 고만고만하네요.



1. 마녀의 여행

어릴 적 읽을 모험담을 동경해서, 마녀(여자 마법사)가 되어 세상을 여행하는 일레이나의 이야기.

천재 마녀 일레이나는 어릴 적 꿈을 좇아 세상을 여행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현실의 모험은 이야기와는 달리 잔혹하고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더 많달까요. 2권까지 기준으로는 에피소드 단위로 이야기가 끊어지면서 지역에서 지역으로 계속 여행을 다닙니다.



전통적으로 여자 주인공은 선하고 천진난만하고 감성적인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일레이나는 최근의 유행이 반영된 것인지 '현실적으로 흔히 있는' 사람입니다. 전통적인 주인공들처럼 '정의를 구현하고 반드시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갖 오지랍을 부리는 캐릭터는 아니죠.

착하지 않은 건 아닌데 소년 소녀 만화의 이상적인 선인(善人)이라기보다는,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수준의 인물이랄까요. 때로는 남을 돕기도 하고, 때로는 비극적 결말을 예견해도 여행객으로서 그저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요. 요즘 소설이나 만화의 경향이 반영된 주인공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펫숍 오브 호러즈'라든가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의 에피소드가 꽤 있습니다. 에피소드가 비극 같은 이야기로 끝나면서 주인공은 그저 관찰자에 가깝게 지나치는 이야기들이요.

하지만 주인공이 전혀 신비롭지도 않고 친근한 느낌이라 훨씬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일레이나는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만만하고 '마녀'라는 사회적 지위 역시 잘 알고서 이용하는 인물입니다. 그런 와중에 세상 경험이 없고 묘하게 덜렁대는 느낌이 참 친근해요.

올해 본 만화 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볼 만했던 작품입니다. 엄청 재밌다까진 아닌데 신간이 기다려지긴 하네요.

이 글을 쓰고 3권을 읽고서 좀 생각이 바뀌었는데요. 3권은 이야기의 완성도가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마치 초보 작가가 에피소드를 억지로 무리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 일단 4권이 나오면 그거까진 보고 생각해 봐야겠어요.





2. 옆집 누나를 좋아해

옆집 고등학생 누나를 좋아하는 3살 연하의 남중생 타스쿠의 사랑과 성장의 이야기.

제목이 오해를 살 수 있는데 그냥 평범한 만화입니다. 처음엔 제목 갖고 별 생각 안 했는데, "주문하신 <옆집 누나를 좋아해>가 오늘 배송될 예정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나니 뭔가 택배 기사분께 변명하고 싶은 제목이더군요(...).



이 만화의 표면적인 주제는 '옆집 누나를 좋아하는 남중생'이지만, 진짜 주제는 성인이 되어가는 두 십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중학생 꼬마 타스쿠는 '영화'라는 취미를 핑계로 옆집 누나와 함께 영화를 봅니다. 그리고 고백을 하고, 차이고,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매개로 관계를 이어가죠. 전체적으로 보면 영화 감상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일상물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기 드물 정도로 인간과 캐릭터에 대해서 고찰을 했습니다. 타스쿠는 사실 영화를 좋아하기보다는 누나를 좋아하죠. 그래서 영화를 주제로 시아와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연상 누나의 입장에서는 타스쿠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게 보이니까요. 그리고 형과 영화 이야기를 꽃피우는 시아를 보며 타스쿠는 질투를 하죠.

속마음을 들키고, 새로운 분야를 좋아하려 노력하고, 형을 질투하고 연상의 뒤를 쫒아 발돋움을 하며...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타스쿠의 내면과 성장을 상당히 잘 다뤘습니다. 그리고 그런 타스쿠를 바라보는 시아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도움을 받으며 천천히 성장해 가고요.


'미성년자의 성장'이란 주제를 이 정도로 깊이 있게 다룬 만화는 제 기억엔 없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작가가 처음부터 이걸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이가 되어 '옆집 누나를 좋아해'를 읽으며, 십대의 성장과 발버둥치는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완결까지 잘 간다면 기억에 깊이 남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3. 경국의 재봉사 로즈 베르탱

이 만화는 뭘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재미는 보통인데 고증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

로즈 베르탱은 실존 인물이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최초의 디자이너라고 하는데요. 18세기 말 부르주아 혁명을 앞두고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디자이너가 되는 베르탱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베르탱이 마을에서 재봉 일을 하는 것에서 시작을 하는데, 1권의 절반이 지날 즈음 파리로 상경해서 본격적으로 재봉사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면서 귀족과 인연을 맺고 결국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들어가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나는 여정이 시작되죠. 이야기 자체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허구가 어느 정도 섞여 있다고 합니다.


이 만화는 18세기 말의 고증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 당시 파리의 모습부터 패션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귀족과 왕궁의 생활상이나 관습, 예절, 문화 등을 제대로 공부해서 만화에 반영했죠. 솔직히 만화 자체는 그냥 보통 정도인데, 그보다는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보게 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더 재밌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일본의 편집부는 참 일을 잘 하는 것 같아요. 작가에게 필요한 자료를 찾아주고, 전문가나 교수들과 이어주어서 취재를 하고 공부를 하게 만들어주는 저런 모습은 진짜 좋은 것 같습니다. 저걸 개인이 혼자 공부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18세기의 궁정을 보고 싶으신 분께는 정말 추천합니다.




4. 최근 고용한 메이드가 수상하다

부모를 여의고 몰락한 저택에 혼자 사는 소년 유리와, 그 저택에 무급으로 일을 하러 온 메이드 릴리스의 이야기.

솔직히 나이를 먹으면서 너무 오덕오덕한 작품은 잘 안 보게 되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재밌어서 사고 있는 만화가 '최근 고용한 메이드가 수상하다'입니다.



이 만화의 매력 포인트는, 남자 주인공 유리가 너무 어리고 순진무구하다는 겁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릴리스에게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널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단 말이다!" 같은 말을 진지한 얼굴로 뱉어내는 게 참 귀엽달까요. 저런 말을 듣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릴리스의 모습도 덤이고요.

추측하건데 유리는 아직 어려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제대로 모릅니다. 단지 저택에서 혼자서만 생활하던 삶이 릴리스 한 명으로 바뀜으로서 생긴 변화가 당황스러워서 솔직하게 말로 표현할 뿐이죠.

그렇게 아무런 필터 없이 전혀 꾸미지 않은 본심을 내뱉는 모습이 뭐랄까. 그렇지 못한 삶을 사는 독자들에게 와닿는 것 같아요. '솔직함'만으로는 재미있기엔 부족하지만, 그러기 위한 연출과 장치들을 잘 해 뒀습니다. '돌직구 본심과 어쩔 줄 모르는 상대방'으로 이 만화 자체가 요약 가능합니다.

이 만화는 너무 오덕오덕한 느낌이라 참 뭐랄까. 사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만... 그리고 신기한 게, 시간이 지나면 계속 볼 정돈 아니지 않나 싶다가도 또 다시 보면 재밌는게 참 애매하네요. 일단은 계속 볼 것 같습니다. ^^;




5. 악역 영애는 오늘도 화려하게 암약한다

여성향 미연시 게임 속의 악역 영애로 전생한 여주인공이, 자기가 좋아했던 캐릭터를 덕질하는 흔한 요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런 소재는 '양판소'에 해당하고, 말 그대로 양산되다 보니 너무 흔하고 널려있긴 합니다만... 근데 이 작품은 그런 와중에선 완성도가 꽤 높습니다.

일단 말도 안 되는 억지 전개가 없는 편이고요. 여주인공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악역'을 연기해야 하는 개연성도 있고, 실제로 '악역'을 연기합니다. 진짜 악역이요. 물론 뒤에선 선행을 합니다만 세상에 알리진 않죠.

말하자면 '내가 악역을 해야 세상을 구할 수 있다'라는 다크 히어로 포지션의 흑막 여주인공이랄까요. 양판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하고 개연성을 상실한 모습이 거의 없단 점에서 합격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 소재를 더 더하자면 2000년대에 유행했던 오타쿠의 일상물이나 성덕의 일상물이 들어갑니다. 주인공은 게임 속 세상에서 살면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덕후의 마음으로 접하는데, 실제로 덕질을 하면서 이성의 끈을 놓을락 말락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앞으로 계속 볼까 말까 좀 고민되는 작품이긴 한데, 일단은 사고 있는 중입니다.




6. 사랑은 세계 정복 후에

마지막으로 완결작이지만 따로 글을 쓸 정도의 작품은 아니라 여기서 간단히만 이야기합니다.

일본식 히어로 전대 특촬물이 현실인 세상에서, 히어로 리더인 레드와 악의 조직의 간부 여주인공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1권의 1화부터 이미 연애는 진행 중입니다.



최고의 히어로와 악의 간부가 세상을 속이고서 비밀 연애를 하는데, 만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두 세력이 싸우는 난장판 속에서 싸우는 척 데이트를 한다는 소재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1권을 보고서 바로 완결까지 다 사서 읽었죠.

아쉬운 점은 뒤로 가면서 뭐랄까 완성도가 떨어져 가서요. 소재 자체가 재밌다는 것 외에는 평범했고, 소재 자체의 매력을 뒤로 가면서 (당연하게도) 잃었으며, 결국 결말은 애매한 방식의 적당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렸달까요.

결말만 마음에 들었어도 기분 좋게 본 작품이었을 텐데, 너무 어중간했습니다. 초반엔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참 아쉽습니다. 참고로 나름 애니메이션화도 된 것 같더군요.



2023년에 사서 보는 만화책은 이 정도입니다. 몇 개 더 있긴 한데 그건 1권만 보고서 고민 중인 상태네요.


Comics| 2023-12-27 00:00: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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