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일본에서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있습니다. 폭주족 출신의 양아치가 중학교 교사가 되어서 활약하는 만화, '반항하지마(이하 GTO)'입니다. 만화사에 남을 명작이지요.
* 이 글에는 찬스 코믹스에서 발행한 '반항하지마'의 일부 이미지가 사용되었습니다. 문제가 될 경우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 만화의 원제는 GTO로 'Great Teacher Onizuka', 그레이트 티쳐 오니즈카의 약자입니다. 오니즈카는 주인공인 에이키치(이하 영길)의 성인데,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그레이트여서 저런 제목이 되었지요.
고교 중퇴에 대리 시험으로 검정고시와 5류 대학에 들어간 주인공 영길은 여고생과 사귀고 싶다는 마음에 교사를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아서 포기하려던 찰나에 우연히 명문 중학교에 이사장 특채로 채용이 되지요. 그리고서 교사를 불신하게 된 학생들의 마음을 얻고, 부패한 교사들을 응징(?)해 나가는 학원물입니다. 액션물이나 코믹물이라고 해도 별 상관은 없을듯합니다만(...)
GTO는 재미라는 것으로만 보아도 상당히 괜찮은 만화입니다. 충분히 추천할만한 수작이지요. 하지만 이 만화가 많은 학생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일본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것은, 이야기 속에 학생 시절의 마음과 심정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패한 학교와 교사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잘 그려져있기도 하지요.
그런 여러가지 불신과 부패를 영길선생은 폭주족 출신답게 힘으로 부숴나갑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저런 일이 현실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요. 어떤 면에서는 무협물을 보는 이유랑 비슷합니다만, GTO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학생시절 겪어봤을만한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것이 그 차이입니다.
GTO가 단순한 부패나 불신만을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왕따나 자살과 같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많은 학교의 문제, 혹은 학생들 자신의 문제도 다루는데요. 이런 류의 다른 이야기와의 가장 큰 차이는, 어른이 아닌 학생의 시점에서 학생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릴 때 보면 참 감동적이고, 어른이 되어서 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물론 영길같은 교사가 실존한다면 어떤가...에 대해선 좀 생각을 해봐야할 문제입니다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로 우치야마다(이하 산전) 교감이 있는데, 이 사람은 개그코드 담당으로 굉장히 오버해서 그려집니다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사람의 모습이 전혀 오버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점이 참 가슴아프더군요.
시간이 지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지만 저도 고3 초반이었나 그 때 일어난 사건으로 학교와 교사를 아주 불신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나름 명문고라고 불리는 삼성동 경기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만, (참고로 전 당시 교사들 사이에서도 모범생으로 소문나있었습니다.) 걸어가고 있는데 한 300미터인가 400미터 떨어진데에서 교사가 절 불렀나봅니다. 당연히 들릴리가 없는데, 그 교사가 학생이 자길 무시했다고 생각했는지 달려와서 절 잡아다가 학생부실에서 '내가 널 일부러 무시했고 잘못했다'라고 말할 때까지 감금폭행했는데 한 1시간 정도 맞았나. 그때 같이 있던 친구도 둘이 있었는데 제가사과를 안해서 걔들도 맞으니까 미안해서 사과를 할 수밖에 없더군요. 제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다면 사회적으로 일을 벌였을텐데 지금 생각해도 아쉽네요. 아무튼 그 이후로 전 학교엔 정이 떨어져서 뭐 이래저래그래~
아마 다른 만화와 달리 이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특별히 길게 하는 것도 그 때문일겁니다. 원래 만화를 소개할 때는 가능하면 내용을 이야기하지말고, 표지 이외의 내용을 올리지 말자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만...
인류의 영원한 보물 '어린왕자'
이미지 출처 : 예스24
http://www.yes24.com/
GTO는 어린왕자랑 어떻게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물론 작품성은 비할 수 없지만), 둘 다 어른과 아이에 대해서 다룬 작품입니다. 단지 어린왕자가 어른을 위해서 어른의 관점에서 쓰여졌다면, GTO는 철저하게 아이를 위해서 아이의 관점에서 그려졌지요. 둘 다 어른이 되어서 읽어봤을 때, 서로 다르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적당히 이쯤에서 끊지요^^;
혹시 아직 이 만화를 읽어보지 않으신 분께는 개인적으로 꼭 추천드리는 만화입니다. 학생 시절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공감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네요. 딱히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된 것이 아니라, 공인된 명작입니다.
제목 : 반항하지마 / GTO
권수 : 전 25권
기간 : 1998.01~2003.03 / 1997.05~2002.04
작가 : 후지사와 토오루 / 藤沢とおる
출판 : 찬스 코믹스 / 講談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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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한 가지 재밌는 것은 GTO는 사실 1990년 작품인 '상남2인조'의 후속편입니다. 영길이가 폭주족을 하면서 전설적으로 잘 나가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인데, 90년대 초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전형적인 양아치 액션물이지요. 개인적으로 저런 류의 만화는 아주 재밌게 보지는 않기 때문에 저는 GTO가 더 재밌었습니다. 어떻게 같은 주인공으로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 참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제 생각에는 GTO 쪽이 우연히 나온 명작일듯합니다)
덧2. GTO는 발매 당시에 하나씩 잘 사모았던 작품이죠. 아까보니까 애장판도 다시 나온듯도 합니다만.
또한 GTO는 제가 유일하게 '한국판을 다 사고서 일본판도 다시 산 만화'이지요-_-;
다른 종류는 전부 다 일본에 있을 때 보거나, 일본판으로 원래 보다가 다른 사람도 보게 하려고 한국판을 샀거나...인데, 이건 소장하기 위해서 일판 전 권을 추가로 산 유일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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