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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7


추억의 상자


Category List admin  
잡지 구독의 추억
 

작년(2021) 말에 문득, 오랜만에 잡지 생각이 났다. 아프기 전까지 꽤 오래 보던 잡지가 있었는데 아프던 동안 폐간이 됐다. 어차피 몸 상태가 책이란 걸 제대로 읽지 못하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요즘 들어 잡지를 하나쯤 구독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뒤져봤던 게 작년 12월의 이야기.



국내에서 즐겨 보던 잡지는 폐간되어서
오랜만에 일본 잡지 볼 만한 게 있나 하고서 이것저것 사 봤다.
결론적으로 몸 상태랑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아직 못 읽어 봤다.



그리고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는데, 나는 평생에 걸쳐서 거의 한 순간도 빠짐없이 잡지를 구독해 온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잡지 종류가 너무 줄어들었다'라고 한탄하던 순간 과거의 잡지 구독력(購讀歷)이 떠올랐다. 참고로 외국도 그렇긴 한데 우리나란 잡지가 자생하기 정말 힘든 환경이라고 한다.




1. 국민학교~중학교 : 만화 잡지

아쉽게도 어릴 적에 보던 잡지는 부모님이 다 버리셨거나, 창고 깊숙한 곳에 있거나 하는 이유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저작권 신경쓰면서 웹에서 퍼오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말로 하겠다.

내 기억 속의 가장 오래된 잡지는 '보물섬'이란 만화 잡지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유치원 때부터 국민학교 졸업할 즈음까지는 봤던 것 같다. 아기공룡 둘리, 곤충소년 땡삐, 달려라 하니, 펭킹 라이킹 같은 추억의 작품들이 연재됐었다. 펭킹 라이킹은 지금 와서 다시 구해서 보고 싶구나... 애장판 출간 안 해주려나. 애독자 응모를 해서 당첨된 적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도 꼬꼬마가 보냈다고 귀여워서 당첨시켜준 것 같지만... 가족끼리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할 정도로 좋은 추억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 당시 보물섬 편집부 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중학교 즈음부터는 아이큐점프로 갈아탔다. 보물섬 이름이 바뀐 적이 있는데 그 정도 시점부터 문방구에 잘 안 들어오더라. 이 즈음에는 제법 여러 종류의 만화 잡지가 있었지만 돈도 없고 해서 다른 건 가끔만 사고, 아이큐점프만 봤던 것 같다. 이충호 작가의 마이러브는 정말 재밌게 봤던 작품이고, 조재호 작가의 다이어트고고는 적어도 그 당시엔 인생 만화였다. 언젠가부터는 드래곤볼도 연재됐었지. 정말 드물게도 권법에 대한 높은 수준의 고증이 담긴 만화 '권법소년'도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애장판이 다시 나왔길래 사기 시작했다.
권법의 초식을 실제로 알고 있다면 '의외로 이런 게 만화에 나오네' 싶은 것들이 종종 있다.
사실 본편보단 외전 격인 이서문 전기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


그러고보니 저 당시에 김성모 작가가 '그레이트 캡짱'이랑 '마계대전'이란 걸 연재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훗날 이 사람이 지금처럼 변모하여 명성을 떨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2. 국민학교~고등학교 : 게임잡지

게임잡지 역시 전부 창고에 들어 있어서 사진은 생략해야겠다. 어차피 반 이상은 몇 년 전에 다 버리기도 했고...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게임 잡지를 산 이유 중 하나가 잡지 부록으로 PC게임을 주기 때문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집은 기본적으론 학생이 게임을 산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집이었는데, 잡지의 부록은 인정이 되었던 것. 그래서 PC게임 잡지를 사던 시절은 잡지 자체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기억하기로, 처음으로 샀던 비디오 게임 잡지는 '게임매거진'이었는데, 아마도 랑그릿사3의 여주인공 중 하나가 표지모델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만화를 그렸었는데 캐릭터들 그림이 너무 예뻐서 비디오 게임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잡지를 사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랑그릿사는 당시에 게임 자체보다도
우루시하라 사토시씨의 원화가 더 유명했던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 이미지 출처 : 야후 재팬 쇼핑
https://www.yahoo.co.jp/


이후에 '게임라인'이 나오고 '게이머즈'가 나왔다. 20대 때 초까지도 구독했던 추억의 잡지. 게임라인 이전에는 꽤 여러 종류의 잡지가 고만고만 한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뒤부터는 게임라인이, 그리고 시간이 지나선 게이머즈가 한국의 대표 게임 잡지가 되었단 느낌이었다. 애독자 엽서도 많이 보내고 그랬었지... 게임기가 없는데도 게임 공략을 보면서 재밌어 했던 시절이 참 그립다. 장래에 게이머즈 기자가 될까 아주 잠시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정말 우연하게도
근 5년 만에 창고 문을 열 일이 있어서 들여다봤는데
위 아래로 너무 뭐가 많아서 꼼짝도 안 하더라는 뒷얘기.





3. 20대와 뉴타입, 그리고 패미통(ファミ通)

뉴타입은 10대 무렵 한국에 소개되면서 꽤 유명해진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다. 지금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한국판 뉴타입이 나왔을 정도라 들었다. 본인은 애니메이션 정보보다는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남의 그림을 보고 공부하려고 샀던 게 컸다. 20대 초에 조금 사 보다가 잡지 자체가 별로 취향은 아니었어서 그만 샀던 것 같다.



20대를 통틀어서 정말 오래 구독한 건 패미통이라는 일본의 게임 잡지였다. 일본 게임을 소개하는 가장 유명한 잡지인데, 한국에서도 정기 구독을 했고, 일본에 있을 때도 정기구독을 했다. 내 20대는 게임과 함께 한 시기였고, 패미통은 그런 20대의 동반자였다. 몇년 전에 정리하면서 거의 다 버렸지만...




4. 일본에 가다 : TV와 생활 잡지

20대가 되어선 한국 잡지는 잘 안 사보게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일본에 가서 반 강제로(?) 잡지를 사게됐다. 이유인 즉슨, 일본은 신기하게도 TV프로그램 안내를 잡지로 주로 한다. 한국의 경우 옛날엔 신문에 방송프로그램 편성표가 나와 있어서 늘 그걸 찾아봤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시대였으니까. 그런데 일본은 TV프로그램 편성 및 소개를 하는 전문 잡지가 따로 있더라. 주간지도 있고 격주간지나 월간지도 있었는데 의외로 내용이 재밌어서 전부 사서 봤다. 그냥 편의점에 가면 판다.



격주간 TV스테이션.
한동안은 이 잡지 보던 게 생각나서
한국에서도 구입해서 읽고 여행가서 구입하기도 했다.



일본은 잡지의 종류가 정말 많다. 그쪽도 잡지가 힘들긴 하다지만 도서 시장이 활성화된 나라인 만큼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일본에서 정말 신기했었고 도움이 많이 됐던 잡지가 있는데, 바로 '도쿄일주일(東京一週間)'이란 잡지와 '도쿄 워커(Tokyo Walker)'란 잡지였다.



이 잡지는 도쿄 안에서 벌어지는 행사라든가 가볼 만한 가게, 맛집 추천 등의 정말 여러 가지 소식이 알차게 담겨 있다. 생활에 대한 팁도 있고 축제 안내 등의 정보도 있어서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입장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됐었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상식을 쌓는 데에도 도움이 돼서, 일본 생활을 시작할 경우 읽을 수만 있다면 추천하는 잡지다. 이건 여전히 일본에 가면 가끔 사서 본다. 여행에 도움이 될 때도 있고.




5. 30대와 전문지 : 주류 저널과 기타 등등

사실 30대라고 해도 내가 제대로 활동을 한 시기는 매우 짧다. 다들 아시는 사정 덕분에... 하지만 그 짧은 시기 동안 이것저것 계속 구독을 했었고, 처음 쓰러진 다음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그냥 사서 모으기만 한 기간도 있었다.

가장 좋아했던 잡지는 '주류저널'이라는 주류 전문지였다. 이 잡지는 본래 주류업계를 대상으로 발간되는 잡지였지만, 술에 관심이 많다면 업계 동향이나 주류 관련 지식을 공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잡지이다. 특히 잘 모르는 분야의 술은 잡지에서 추천을 하는 것만으로도 입문에 많은 도움이 됐다. 정말 좋아했던 잡지였는데, 요양하는 동안 폐간되었다.



여행스케치(좌)와 주류저널(우)
2016년 8월호가 마지막으로 구입한 여행스케치였다.


'여행스케치'도 오랫동안 구독한 잡지였다. 건강할 땐 여행을 좋아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나중에 가고 싶은 곳을 이곳저곳 메모하곤 했었다. 이젠 다 쓸모가 없어졌지만...



그 외에도 '파티시에'라거나 '비어포스트'를 비롯해서 꽤 여러 종류의 잡지를 구독했다. 파티시에는 서울의 디저트집의 동향 파악을 위해 구입했었고, 비어포스트는 맥주 관련 전문지였다. 비어포스트가 정말 내용이 알찼는데 역시 폐간되었더라. 주류 관련 전문지는 정말 이 나라에선 힘든 것 같다.




6. 마치며 : 추억의 잡지들

30대 이전엔 '잡지를 구독한다'라는 자각 자체가 없었는데 정말 의외로 유치원 때부터 잡지를 구독해 온 인생이었다. 내가 이렇게 잡지를 꾸준히 봐 온 사람이었다니! 잡지를 구독한다기 보다는, 생활에 필요한 필수 정보지를 사서 본다는 느낌이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위에 열거한 게 아니라도 가끔 사서 봤던 잡지들도 여러 개 떠오른다. '과학동아'가 같은 것도 있었지.

어른이 되어서 (특히 외국의) 잡지를 보고 느끼는 건, 잡지란 것이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의외로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잡지에는 사실상 전문가/준전문가 집단이 나름의 검증을 한 내용이 담긴다. 그러면서도 전문서적이나 대중 교양서적보다 훨씬 낮은 진입 장벽을 갖고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매체다. 좋은 내용의 알찬 잡지가 많은 나라는 그만큼 잡지가 국민의 평균 교양 수준을 끌어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지금 잡지가 많이 없어졌는데, 다시금 부활의 시기가 찾아오면 좋겠다.

뭐, 그런 이야기였다. 뭔가 잡지를 다시 구독하고 싶은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요리가 그나마 재활이자 취미인데 아직 마음에 드는 잡지는 못 본 것 같다. 이것저것 보다 보면 마음에 드는 게 나오겠지 싶다. 생각난 김에 과학동아나 다시 구독해 볼까나.


memories| 2022-01-23 00:00: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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