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어렸을 때부터 즐겼던 게임기를 언젠가 다시 켜 보겠다는 마음으로 소장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의 게임기는 부모님께서 다 버리셨지만, 플레이스테이션 1부터는 제가 따로 챙겨서 지금까지 갖고 있는데요. 최근에 플레이스테이션2(이하 PS2)를 TV에 연결해 보자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처음에 샀었던 PS2는 너무 오래 써서 수명이 다하려고 했었기에, PS2가 단종 될 무렵 새로운 기계를 보관용으로 하나 샀었습니다. 아마 100~300 시간 내외로 밖에 안 썼을 것 같아요. 거의 플레이 하지 않았죠.
문제는 당시의 영상 출력은 A/V 단자로 나왔기 때문에 요즘의 HDMI 환경에서는 연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PS2의 화면 해상도는 480인데, 요즘 TV은 4096, 즉 4K 해상도란 거죠. 화면이 거의 9배가 커집니다. 그래서 영상이 화면에 손바닥만한 크기로 나오거나, 아니면 픽셀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이상하게 커져서 나오거나 하게 되겠죠.
그래서 이걸 샀습니다.
몇 달 전에 직구한 PS1과 PS2용 (아마도) HD 업스케일 케이블입니다. 케이블 자체가 720p HD 해상도로 영상을 바꿔서 출력해 주고, 4k TV 환경에도 적절하게 전체 화면으로 출력을 해 줍니다. 출력 방식은 HDMI이고, 케이블이 USB 추가 전원 입력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PS2 본체에서 비디오 출력 설정을 만져 줘야 합니다.
결과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실내 조도 부족으로 휴대폰 사진 자체에 노이즈가 있다는 점, 화면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아마도) 주파수로 인한 노이즈가 생긴다는 점, 빛나는 물체를 찍음으로써 경계가 어느 정도 뿌옇게 된다는 점은 참고 바랍니다.
마지막의 이 글씨들은 위아래로 TV 화면 거의 전체를 차지하는 크기입니다.
픽셀이 확대돼서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20년 전 그래픽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적어도 픽셀이 확대되어 보이거나 보지 못할 수준의 이상한 화면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깨끗하고 큰 거부감 없이 잘 나옵니다. 미묘한 이질감이 있기는 한데 그건 아마도 720p 변환 후 4k에 맞춰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실제 플레이는 안 해봐서 입력 딜레이 체크는 안 해봤지만, 아마존 리뷰를 보면 다들 잘 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게임 내 동영상 비율이 16:9인 경우 PS2의 4:3 출력에서 위아래가 짤려 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축소된 것처럼 보여서 아쉽군요. 묘하게 신경 쓰인달까요.
가장 아쉬운 점은 DVD 재생을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게임 플레이와 뭐가 다른 건진 모르겠는데, PS2 자체의 DVD 플레이 기능을 쓰려고 하면 색이 녹색으로만 나오더군요. 게임만 하라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일본 DVD 플레이어를 따로 하나 사야겠습니다...
16:9 비율 자동 변환도 해 주긴 하지만, 화면이 가로로 늘어나기 때문에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PS2를 켜면서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옛날에 쓰던 메모리카드가 다 죽었다는 겁니다. 예전엔 하드가 아니라 '메모리 카드'라는 외장 메모리를 끼워서 세이브 데이터를 저장했거든요.
앞에 보이는 검은색 소니 정품 메모리 카드를 제외하면, 뒤의 HORI 제품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인식 자체가 안 됩니다. 정품의 힘이 20년이 지나서 드러날 줄은...
같은 회사 제품이 일괄적으로 인식이 안 되는 걸로 봐선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한번 인터넷에서 본 대로 카드의 인식 부위를 연마제로 갈아서 다시 끼워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딴 건 몰라도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 8회차 데이터는 날아가면 안 됩니다...ㅠㅠ
아무튼 PS2를 드디어 켤 수 있게 되어서 기쁘네요. 이제 드림캐스트 HDMI 변환 케이블과 XBOX와 XBOX 360 변환 케이블만 사면 되겠네요. 게임큐브는 안 사도 될 것 같고요.(...)
일단 다음에 일본에서 직구할 때 PS2용 메모리 카드도 하나 새로 사야겠습니다. 아직 실제로 게임을 해 보진 않았는데,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내용을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PS1도 잘 켜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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