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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술 이야기 27 ▶ 주량은 마실수록 늘어날까?
 

흔히 술은 마시면 는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우리가 성인이 되어 처음 술을 마셨을 때의 반응과, 불과 몇 개월 후 익숙해진 다음에 술을 마실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반면 어떤 사람은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면서 평생 술을 잘 못 마신다.

과연 술은 마시면 늘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 1. 인간이 알코올을 분해하는 방법

보통 술을 간과 연관지으면서, 알코올 분해 효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술은 간과 연관되어 있고 알코올 분해 효소로 분해를 한다는 건데, 이건 맞는 이야기이다.

※ 편의상 아래에서 '알코올'이라고 말하겠지만, 실질적으론 식용 알코올인 에탄올을 말합니다.



(1-1) ADH : 90%의 알코올이 분해되는 방법

우리가 흔히 알코올 분해 효소라고 부르는 ADH라는 효소가 있다. 이 효소는 우리 몸에 들어온 알코올의 80~90% 정도를 분해하며, 거의 대부분이 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Liver

간.


효소에 의해서 알코올이 분해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며, 간과도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상식이 맞다. 참고로 이 연재에서 대사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우리 몸이 분비하는 ADH의 양은 태어날 때 정해진다. 후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술을 분해하는 90%의 기작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술은 후천적으로 마셔도 늘지 않는다.



(1-2) MEOS : 나머지 10%의 분해 방법

하지만 우리가 과음을 했을 때 너무 많은 알코올을 처리하기 위해서 다른 분해 시스템이 돌아가는데, 그 방식이 MEOS(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 마이크로좀 에탄올 산화 시스템)이다.

재미있게도 이 방식은 후천적으로 늘어나는데, 술을 많이 마시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MEOS의 기여도도 높아진다.

그러면 술이 후천적으로 느는 게 맞지 않나? 싶으시겠지만, MEOS가 아무리 늘어나 봐야 10~20% 정도일 뿐, 90% 가까이 술을 분해하는 ADH 방식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한다. 또한 MEOS 방식은 알코올이 너무 많이 몸에 들어온 '비상사태'에 대한 대책일 뿐, 분해 과정에서 몸에 피해를 입히는 부차적인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알코올 분해 능력은 후천적으로 미약하게 늘어날 수 있지만, 결국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태어날 때 정해진다고 본다.




🍸 2. 유전적으로 얼굴이 빨개지는 원인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한 모금, 반 잔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갛게 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게 맞다. 많이 마시면 몸이 망가지거나 죽을 수도 있으니 마시면 안 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사람들이 얼굴이 빨개지는 원인은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알코올은 포도당 등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서 분해된다. 모든 알코올은 ADH를 거치든 MEOS를 거치든, 우리 몸 속에서 '아세트 알데하이드'라고 하는 2차 물질로 변한다. 익히 아시듯 독성이 강한 발암 물질이다.

아세트 알데하이드는 간의 ALDH(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에 의해서 아세트산으로 분해되는데, 아세트산은 식초의 주성분이다.

유전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해서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사람들은 바로 이 ALDH가 부족하다. 그래서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를 잘 못한다.

결국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는 '알코올'을 분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세트 알데하이드'를 분해하지 못해서이다. 이 능력도 마찬가지로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 재미있는 상식(?).




🍸 3. 왜 술이 는다고 느낄까? : 고통에 대한 무뎌짐

술 분해 능력이 후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이 는다고 느낀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의 신경계는 경험해 본 고통, 반복되는 고통에 무뎌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뇌가 그렇게 인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통각 신경의 신호 전달 자체도 무뎌진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작은 상처도 너무 아프지만, 우리가 어른이 되며 상처를 반복해서 입는 과정에서 작은 고통에는 무뎌진다.



술도 마찬가지로 처음 마셨을 때 우리 몸에 주는 고통이 가장 크고, 반복되면서 고통에 익숙해진다. 무뎌진다. 우리는 술을 마실 수 있게 진화했지만, 몸이 술에 반응하는 과정을 보면 식품보다는 독에 훨씬 가깝다.

그러다 보니 술을 많이 마시면 덜 힘들고 덜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술이 는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건 술을 분해하는 능력이 늘어난 게 아니다. 그저 술이 늘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 4. 기타 요인 : 술이 늘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말과 반대로 술이 늘 수도 있다. 어떻게 느냐면 체중이 늘어나면 된다.


(4-1) 체중과 술의 용량

'코끼리도 죽일 수 있는 양의 독'이라는 표현이 있다. 몸이 크고 무거우면 약물도 더 많이 필요하단 거다.

병원에서 주사를 놓거나 약을 처방할 때 체중을 물어본다. 이유는 체중에 따라서 필요한 약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체중이 50kg인 여성과 90kg인 남성이 같은 양의 약을 먹고 똑같은 효과를 얻을 리가 없다.



몸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면 술에 더 강하다. 왜냐하면 몸이 크니 술이라는 독에 버틸 수 있는 용량도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기 위해서 살을 찌우는 것도 웃긴 이야기인데, 다른 방법이 있다. (물론 술을 일부러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4-2) 근육과 술

근육은 지방에 비해서 수분을 훨씬 많이 머금고 있는 조직이다. 같은 체중 같은 몸집이라도 근육량이 더 많으면 몸에 들어 있는 물의 양도 더 많다.



이 말은 알코올이 몸에 들어왔을 때 더 많이 희석된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근육량이 높은 사람이 같은 체중이라도 술에 더 강하다. 그러므로 운동을 해서 근육질이 되면 실제로 주량이 늘어난다. 사실 후천적으로 주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단지 이건 몸에 독이 들어왔을 때 그걸 버틸 수 있는 용량이 늘어나는 것일 뿐이다. 치사량의 한계점이 높아지는 것이지,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과음은 언제나 좋지 않다.




🍸 5. 그 외의 상식

자세하게 쓰지 않았는데도 예상과 달리 글이 길어져서, 간단한 상식을 몇 가지 더 이야기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5-1) 숙취의 원인은 현대 과학으론 아직 모른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숙취의 원인이라 말했지만, 최근에는 그게 숙취의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현대의 과학과 의학은 숙취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른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으며, 숙취란 게 다른 치명적인 병들보다 중요도가 낮기 때문에 아직 연구가 더디다.

참고로 위에서 보았듯이, 우리 몸에 들어온 모든 알코올은 1차 분해 과정을 통해 아세트 알데하이드로 변한다. 술 자체에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얼마나 들어있든 상관없이, 어차피 알코올은 몸에 들어오면 전부 아세트 알데하이드가 된단 것이다.

애초에 아세트 알데하이드만으로는 술에 따라서 왜 숙취가 천차만별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5-2) 간의 튼튼함과 술을 잘 마시는 것은 큰 상관이 없다

흔히 간이 튼튼해서 술을 잘 마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좀 애매한 말이다.

술을 분해하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며, 간이 건강함에도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별처럼 널려 있다. 애초에 간이 튼튼하든 튼튼하지 않든 기능이 동작한다면 우리 몸은 술을 분해한다.

술이 간에 엄청난 무리를 주고 간을 점점 병들게 하는 것은 확실하게 맞지만, 간이 튼튼하다고 무조건 술을 잘 분해하는 건 아니다.


(5-3) 과음보다 술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더 안 좋다

물론 과음이란 게 정말 죽을 정도로 마시는 건 이야기가 다르긴 한데 그건 예외로 두고. 예컨대 1주, 2주에 한 번쯤 술을 많이 마시는 것과, 매일 술을 한두 잔 씩 마시는 걸 비교할 경우 매일 마시는 게 더 안 좋을 수 있다.

이유는 술은 조금 마시더라도 우리 몸에 상당히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대사 과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알코올이 완전히 몸에서 사라지는 기간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다.

매일 술을 마시면 이런 부담에서 간이 쉬고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거나 없어진다. 그에 비해서 텀이 길면 그 기간에 차라리 쉴 수가 있다.

물론 어느 쪽이든 술은 몸에 해롭다.



필자도 기호품으로서 술을 좋아하지만 단언하건데, 술은 우리 몸에 작용하는 명백한 독이고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특정 술이 몸에 좋다고 말하는 연구들은, 그 연구비를 누가 댔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당연히 주류 제조사나 관계 대기업들이 시킨 연구이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아주 작더라도 좋은점'만' 보여줄 뿐.

예를 들어 와인에서 몸에 좋다는 성분을 한 번 보자. 그 성분 그냥 포도를 먹으면 다 섭취할 수 있다. 포도주에 포도의 성분이 들어 있긴 하겠지만, 포도만 먹으면 다 좋을 걸 굳이 독을 섞어서 먹는 게 된다. 술은 건강에 항상 해롭다.

술은 가끔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About_Sool| 2023-03-29 00:00:00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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