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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술 이야기 08-3 ▶ 추천하는 막걸리 (3부)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필자는 현재 술을 마시지 못한다. 전통주 업계는 아직 불안정한 편이라 계속 새로운 술이 생기고 사라진다. 같은 제품도 시간이 지나면 맛이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추천하는 리스트는 약 3~5년 전을 기준한다는 걸 참고하시면 좋겠다. 현 시점에서 필자가 맛을 재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맛이란 건 주관적인 취향이다. 누구에게 맛있는 음식이 누구에겐 맛이 없을 수도 있다. 술 같은 기호품으로 넘어오면 그 차이가 더욱 심해진다. 필자는 무겁고 농밀한 맛을 좋아한다. 단맛이 없는 술보다는 단맛이 있는 술이 좋다. 맥주의 경우 라거는 안 좋아하고 빅비어는 좋아한다. 이런 취향임을 참고하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아래의 술들은 대가성 광고가 아니다. 그냥 옛 경험을 떠올리며 작성한 목록이다. 항상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진짜 한국술을 마셔 보지 못한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이랄까. 홈페이지의 방문객분들께 언젠가는 추천주 목록을 남기고 싶었는데 그 첫 번째라 할 수 있겠다.



🍸7. 추천하는 탁주/막걸리

(1) 가장 추천하는 탁주 : 삼양춘

삼양춘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탁주다. 맛의 밸런스가 좋으면서도 적당한 농밀함을 갖고 있다.



송도향주조 http://samyangchoon.com



술을 빚다가 중간에 재료를 두 번 추가하는, 삼양주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지는 술이다. 재료가 많이 드는 만큼 조선시대였다면 굉장한 고급주가 될 것이다. 완성 후 숙성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정돈된 좋은 맛이 난다.

탁주를 딱 하나 추천한다면 언제나 삼양춘이 나온다. 맛이 튀지 않으면서도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주는 일반적으로 단맛이 굉장히 강한 편인데, 삼양춘은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다. 밸런스가 좋아서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술이다.



(2) 그 외에 마셔볼 만한 탁주

그렇다고 하나만 추천하기엔 그러니 다른 마셔볼 만한 탁주도 몇 개 적어 보겠다. 아래의 술들을 첫 번째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1) 취향을 상당히 타는 맛일 수 있고 (2) 쉽게 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으며 (3) 가성비가 떨어지거나 (4) 동일 제품이라도 맛의 기복이 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의 전통주는 기본적으로 단맛이 강한 편이다. 가끔 드라이한 술이란 문구를 거는 경우가 있는데, 필자의 생각엔 '전통주 중에서 단맛이 적은 편'이란 얘기라고 본다. 단맛은 언제나 있다. 샴페인처럼 정말 드라이한 술을 기대해선 안 된다.


문희 : 꿀 같이 단맛이 진한 술이다. 굉장히 단 편인데 달아서 못 마시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은 못 봤다. 진한 단맛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취향을 타기 때문이다. 단맛을 단점으로 여기지 않을 경우 높은 순위로 추천한다.
문경주조 : https://mgomijasul.modoo.at/

만강에 비친 달 : 농밀한 진한 맛을 잘 살린 프리미엄급 탁주이다. 이 술을 누구에게나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단호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표준적인 탁주는 아니란 것. 그렇다고 호박맛이 강한 건 아니다. 충분히 맛있는 좋은 탁주다.
전통주조 예술 : http://www.ye-sul.com/index.html

오늘 탁주 : 단맛이 제법 진하지만 문희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달달하면서 마실 만한 술인데, 예전 기억으론 가성비는 아쉬웠다. 단맛이 어느 정도 있는 탁주를 원할 경우 하나의 선택지라 본다. 충분히 괜찮은 술이다. 가격이 아쉽다.
전주가양주 - 우리술 오늘 : http://woorisul.kr/

이상헌 탁주: 도수가 상당히 높은 진한 맛의 탁주이다. 이 술은 맛있을 때는 굉장히 맛있는데, 맛의 기복이 꽤 있어서 원하는 맛을 항상 느끼기는 힘들다. 위의 모든 술들이 병마다 맛의 차이가 있지만, 필자의 경험상 이상헌 탁주는 꽤 심한 편인 것 같다. 맛있을 때는 이 정도 술은 정말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맛있다. 맛이 없을 때는... 아는 사람은 반 잔 마시고 도망갔다.
다팜 - 이상헌 탁주 : https://www.dafarm.net/goods/view?no=857

송명섭 막걸리 : 매니아 사이에선 상당히 유명한 탁주이다. 단맛이 정말 거의 없이 드라이하다. 탁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맛이 섬세하다 보니, 강한 맛이나 특징이 없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세한 맛이다 보니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겐) 계절별로 맛의 차이가 뚜렷하다.

송명섭 막걸리는 다른 것들처럼 평균도수 12도의 프리미엄 탁주를 지향한다기보다는, 아래의 도수 6도의 저도수 막걸리이다. 다시 말하면 저도수 막걸리 중에서의 프리미엄급. 죽력고로 유명한 송명섭 명인이 만들었다.



(3) 추천하는 저도수 막걸리

이쪽은 말하자면 '일반 막걸리'라고 할 수 있다. 평균 5~6도에 마트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프리미엄급보다 당연히 농밀함이나 풍부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 대신 낮은 도수와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 취향 문제로 이쪽은 즐겨 마시지는 않는다.

백련 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가장 무난한 걸 하나 꼽자면 백련 막걸리가 떠오른다. 굉장히 깔끔하고 가볍고 밸런스가 좋다. 스노우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장수막걸리 같은 보통의 달달한 막걸리를 생각하면 이쪽은 싫어할 수도 있다.

가평잣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가장 맛있다고 기억에 남는 건 가평잣막걸리다. 여러 제품이 있는데 생막걸리가 더 맛있는 편이다. 풍부한 잣의 향을 음미하기에 좋은 술이다.

느린마을 막걸리 : 일반 막걸리 중 몇 안 되는 첨가물 없는 쌀 막걸리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향기를 잘 살린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살짝 달면서 향기로운 술이다. 이 술의 장점은 일반 막걸리 중 몇 안 되는 감미료 무첨가 술이란 것이다. 아쉬운 점은 전통 탁주 방식이 아닌 일본식 백국균 발효가 되었다는 것이고. 하지만 필자도 술 마실 때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일반 막걸리 중 가장 즐겨 마셨다.



(4) 이화주(梨花酒)

이화주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알코올이 들어 있는 디저트'에 가깝다. 술이라고 하긴 힘들다. 굉장히 걸쭉해서 숟가락으로 떠먹는데, 요플레 같은 요거트랑 비슷하거나 더 걸쭉하다. 말 그대로 '떠먹는 술'이다.



술샘의 이화주. 추천하는 술 중 하나이다.

이미지 출처 : 술샘몰 http://sulseam.co.kr/


만들 때 물을 쓰지 않는 특이한 제조법을 사용하는데, 재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굉장한 고급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해서, 술을 떠먹는 방식으로 고안했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다. 실질적으로는 사대부 집안의 남녀노소 모두 먹었다고 한다.

확실한 단맛과 잘 받쳐주는 신맛, 적당한 알코올향과 향기로운 발효향, 요거트 같은 걸쭉함이 굉장히 매력적인 술이다. 술로써 마시기는 힘들지만 간식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자주 먹는 술이기도 하다.

몇 년 전 기준으로는 국순당의 이화주가 가장 구하기가 쉬웠다.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 제품은 술샘과 예술에서 만든 이화주였다. 국순당 것도 무난하다.




🍸8. 전통주를 고르는 개인적인 기준

마셔 보지 않은 전통주를 고를 때,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보는 부분이 있다. 병 뒤쪽의 성분표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술의 맛을 조정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고 본다. 하나는 술을 만드는 기술을 다듬는 거다. 재료의 밑준비 방법, 발효 시간과 온도의 조정, 재료의 분량을 조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똑같은 요리라도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술도 기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이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만든 술은 재료에 쌀, 물, 누룩 이외의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화질이 별로인 사진 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다른 하나는 일단 술을 만든 후, 조미료를 넣어서 맛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단맛을 추가하고 싶으면 설탕 등의 감미료를 넣고, 신맛을 넣고 싶으면 구연산 등을 넣고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술은 피하는 편이다. 5~6도의 일반 막걸리는 거의 다 이쪽이다.

감미료를 넣고 맛을 조정하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식으로 만든 술의 맛은 썩 유쾌하지 않다. 입에 넣는 순간은 강한 맛에 끌릴 수도 있지만, 혀과 코로 진득하게 음미하려고 하면 너무 자극적이고 끈적거린다. 정말 맛있는 술은 이렇게 해서는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취향이다. 그래서 뒷면 레이블에 첨가물이 있는 경우 사지 않거나 마시기 전의 기대치를 낮춘다. 이 기준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아직 배신당한 적이 없다.



거의 모든 일반 막걸리는 첨가물로 맛이 조정된다.
가끔 프리미엄급도 이럴 때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안 좋아한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는데 입국, 종국 등 2부에 이야기한 것들도 나온다.


참고로 두 번째 방식은 나쁘게도 사용된다. 술 자체의 완성도를 일부러 높이지 않고, 나중에 조미료로 완성도가 높은 척 하는 것이다. 이유는 돈 때문이다. 맛을 높이기 보다는 공장에서 더 빠르게, 더 많이 만드는 게 생산 단가가 싸진다. 맛은 나중에 조정만 하면 된다는 논리다. 미원의 장단점과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경우 싫어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고 나의 기준이다. 좋은 술 나쁜 술 얘기가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두겠다.




🍸9. 마치며...

긴 막걸리 3부작이 끝났다. 이렇게 길고 매니악한 연재를 쓰고 싶진 않았는데... 다시 쓸 기회가 없을 것 같다보니-_-. 이번 3부의 경우는 앞의 매니악함을 상쇄하기 위한 부록이었다. 부록 역할을 잘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탁주는 참 매력적인 술이다. 우유같은 부드러움과 농밀함. 곡식의 고소한 맛과 단맛. 향기로운 발효향. 너무 높지 않아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알코올 함량. 탁주와 약주는 거르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지만, 곱게 퍼져 있는 곡식의 입자가 만드는 눅진한 느낌은 약주가 갖지 못하는 매력이다. 나는 탁주가 약주보다 좋다.

필자는 술을 맛으로 먹는 사람이고, 취하는 걸 싫어한다. 맛있지 않다면 마실 이유가 없다. 첫 입에 자극적인 맛보다는 감미롭고 은은한 향이 좋다. 술의 핵심은 향이다. 그런 논리에서 나온 추천주(推薦酒)였다고 보시면 좋겠다. 그냥 한 번쯤은 사람들이 진짜 전통술을 마셔 보면 좋겠다. 마음에 안 들어도 경험이 되니 좋고, 마음에 들면 더 좋은 게 아니겠나.

팁을 하나 드리자면, 한국의 탁주나 약주는 차게 해서 마시는 게 적정 온도다. 냉장고에서 빼서 바로 마시면 된다. 조선시대부터 이미 술은 겨울처럼 차게 마셔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술의 맛은 기본적으로 가격을 따라간다. 전통주는 외국의 술에 비해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적어도 탁주는 적정 가격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본다. 다만 간혹 실험적으로 만들어졌거나, 특히 특이한 증류주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나온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맛을 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이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는 발품을 팔아서 구해야 하는 굉장히 구하기 힘든 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보니 위의 (저도수를 제외한) 모든 술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정말 전통주 마시기 좋은 시대가 된 것 같다. 이렇게 계속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


2021-07-18 02:36:27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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