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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술 이야기 24 ▶ 바이젠 : 독일의 밀맥주
 

지난 연재에서 벨지안 화이트 에일, 즉 벨기에식 밀맥주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밀맥주'라고 이야기 할 땐 벨기에 밀맥주를 말하진 않는다. 가장 일반적인 밀맥주는 바로 독일의 밀맥주, 즉 바이젠(Weizen)이다.



🍸1. 바이젠 : 가장 잘 알려진 밀맥주

보통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밀맥주'라고 하면, 99.99%의 상황에서는 독일 밀맥주를 말한다. 바이젠은 독일, 그 중에서도 바이에른 지방 태생의 밀맥주다.

'바이젠(Weizen)'은 독일어로 '밀(wheat)'이란 뜻이며, 다른 이름인 바이스비어(Weißbier)는 '하얀(Weiß) 맥주(bier)'란 뜻이다. 흔히 밀맥주를 화이트 비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표현으로, 유럽에서 '밀'과 '흰색'이란 단어가 많이들 비슷한 이유는 말 그대로 밀가루가 하얗기 때문이다.

Weizen의 원래 발음은 '바이첸'이지만 한국에서는 '바이젠'으로 정착했다. 마치 '비트비어(witbier)'가 '위트비어'로 정착한 것처럼 말이다.
※ 일단 이 글에선 바이젠이라고 표기합니다. 나중에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의 바이젠은 바나나와 정향이라는 특징적인 향기로 대표된다. 특히 높은 도수의 진한 밀맥주가 주는 강렬한 향미는 즐겁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라거와 이렇게나 다르고 향기로운 맥주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술의 향을 정하는 것은 효모가 결정적이다. 지난 연재의 벨기에 효모가 오렌지 느낌의 시트러스 향을 만들어 낸다면, 독일의 바이젠 효모는 바나나 향기를 만들어낸다. 정향(clove)과 유사한 향 역시 중요한 특징이지만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풍미이다. 요리를 하시는 분 외에는 와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향(clove). 동양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이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외로는 밀맥주에 '밀'맥아만 쓰이는 건 아니다. 보리 맥아 또한 들어가기 때문에 마시면 보리의 풍미 역시 느껴진다. 특히 크리스탈 바이젠처럼 효모가 분리되는 경우 보리 풍미가 더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2. 맥주순수령과 밀맥주

사실 독일 맥주라고 하면, 가장 열심히 홍보되는 요소 중 하나가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이다. 맥주에는 맥아와 물, 홉만을 넣어야 한다는 1487년의 법이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맥주의 기본 재료로 대표되는 4가지 요소가 이 때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4가지가 된 이유는 과거엔 효모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이 순수령은 굉장히 미화되어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독일 최초의 맥주 관련 (재료에 관한) 규정도 아니고, 순수령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며, 맥주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시의 정치 사정과 식량에 관련된 문제가 더 주 된 이유였던 걸로 보인다. 밀이 주 식량인 상황에서 술의 재료로 사용되는 문제, 제빵사와 양조장 사이의 원재료를 둔 갈등 등의 문제 때문이라는 설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Reinheitsgebot

1983년에 발행된 맥주순수령 450주년 기념 우표.


밀맥주를 이야기 할 때마다 순수령 이야기가 한 번씩 나오는 이유는, 그럼 대체 밀맥주는 독일에 왜 존재하냐는 것이다. 밀을 맥주에 쓰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법인데 밀맥주가 계속 이어지다니?

필자가 검증을 해 볼 능력은 안 되지만 가장 널리 말해지는 것은, 우선 밀맥주는 귀족들이 매우 좋아했으며, 데겐베르거(Degenberger) 가문 같은 예외를 두어서 계속 해서 양조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맥주순수령 자체도 밀이나 다른 재료를 허용하는 등의 변화를 겪는데, 어떤 맥주순수령(...)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결론적으로 맥주순수령이 있었지만 밀맥주도 같이 이어졌다.

맥주순수령이 미화되어 홍보된다고 얘기했으나, 그들이 주장하는 순수령의 장점은 거짓은 아니다. 순수령은 어느 정도 맥주의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재료를 표준화시켰을 것에 기여했을 것이다. 반대로 오늘날 종종 주장되는 다양성을 죽였다는 주장 역시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어 보인다. 다른 재료들이 들어가는 다른 지역의 맥주들을 보면 말이다.




🍸3. 헤페 바이젠 vs 크리스탈 바이젠

밀맥주에는 몇몇 세부 종류들이 있지만, 복(bock)이나 둔켈(dunkel) 같은 것은 어느 맥주에나 붙을 수 있는 파생 분류이기 때문에 밀맥주 고유의 카테고리는 아니다. 독일 밀맥주가 갖는 가장 근본적인 두 분류는 헤페 바이젠과 크리스탈 바이젠이라고 생각한다.

헤페(hefe)는 독일어로 효모, 즉 이스트(yeast)를 뜻하는 단어이다. 크리스탈(kristall)은 다들 알고 계시듯이 수정(水晶)을 의미한다.

크리스탈 바이젠(Kristallweizen)은 발효 후 병입되기 전에 필터로 맥주에 포함된 효모를 전부 걸러서 버린 밀맥주다. 그래서 크리스탈처럼 맑고 투명한 빛깔이 보장된다. 굉장히 깔끔해서 잘 모르고 마실 경우 그냥 부드러운 라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반면에 밀맥주 특유의 강한 바나나와 정향의 개성이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은은하게 알듯 모르듯 깔리면서 곡물의 맛과 조화를 이룬다. 깨끗하고 담백하기에 호불호도 크게 없을 거라 예상된다.



크리스탈 바이젠과 헤페 바이젠.
크리스탈 바이젠은 효모가 여과되어 맑고 투명한 빛을 띤다.
헤페 바이젠은 효모가 포함되어서 뿌옇고, 침전물이 있을 때도 있다.


헤페 바이젠(Hefeweizen)은 말 그대로 효모가 여과되지 않은 맥주이다. 크리스탈 바이젠처럼 깨끗한 맛은 아니지만, 밀맥주 특유의 복잡하고 강한 풍미를 보존하고 있다. 그래서 바이젠이라고 하면 보통 헤페 바이젠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맥주를 잔에 따를 때부터 풍기는 강한 바나나 향과 함께, 효모의 단백질이 섞여서 거품의 질감부터가 다르다. 확실한 바나나향, 더 두드러지는 달콤한 풍미, 더 강한 쓴맛, 신맛 등의 복잡함의 향연.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과 끈끈한 뒷맛 등등...이쪽은 취향이 확실하게 갈릴 수 있지만 바이젠의 매력을 진정으로 드러내는 맛이라고 본다.

크리스탈 바이젠과 헤페 바이젠은 효모를 여과 했는지의 여부로 분류되며, 본질적으로는 같은 맥주이다. 효모 여과의 차이만으로 이 정도의 풍미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도수는 둘 다 평균 5.5도 수준이다.




🍸4. 다른 스타일과의 콜라보

술은 예전부터 서로의 장점을 취합해 왔고 맥주 역시 그렇다. 바이젠과 도펠복이 만나서 강한 도수와 풍미를 가진 바이젠복(Weizenbock)이 된다거나. 둔켈의 특성을 가져와서 검게 로스팅한 맥아를 쓴 둔켈바이젠(Dunkelweizen)이 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맥주에 복/보크(bock)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도수와 풍미가 강화된 하위 분류를 이야기하는 식으로 정형화된 변화 패턴들이 있다.

하지만 현대의 크래프트 붐은 더욱 다양한 실험적인 맥주들을 쏟아냈고, 그 흐름에 대형 양조장들까지 참여하며 탄생한, 필자 생각에 정말 재미있는 바이젠이 바로 슈나이더 바이세 탭5 마이네 호펜바이세 (Schneider Weisse Tap5 Meine Hopfenweisse)이다. 오래 전에 시음기를 한 번 올렸었다.



슈나이더 바이세 탭5 마이네 호펜바이세.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는 맥주다.


이 맥주는 기본적으로는 바이젠인데 도펠복 스타일이 들어가서 도수 8.2%에 강화된 향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신기하게도 이 맥주는 미국식 IPA의 특성을 가져와서 홉으로 향기를 더욱 강화했다. 안 그래도 바나나 등의 풍미가 강한 바이젠복에, IPA 특유의 홉의 향미까지 더해진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환상적인 맥주를 만들어 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는 맥주이다.




슈나이더 탭5가 나오기 전만 해도 나름 찬양 받던 평범한(?) 바이젠복.
바이엔슈테판 비투스(Weihenstephaner Vitus), 7.7도
필자는 알코올 향이 강해서 썩 좋아하진 않았다.





🍸5. 마치며...

독일 바이젠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보았다. 바나나와 정향으로 대표되는 맥주, 바이젠이었다. 보통 향긋하면서 담백한 맥주는 밀이 들어갔을 확률이 높다. 바이젠은 굉장히 많은 제품이 나오지만, 맛있게 만들기가 쉽지 않은 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예전엔 크래프트쪽의 밀맥주는 피했던 경향도 있었다.

바이젠은 필자가 좋아하는 묵직한 빅비어 종류보다는 일반 대중 맥주에 가까운 비교적 가벼운 술이다. 빅비어가 부담스럽지만 향미가 좋은 술을 찾는 분들께는 IPA와 함께 바이젠 역시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바이젠을 처음 접했을 때 당시 여건 상 약간 미지근한 상태에서 마셨는데, 그 이후 오랫동안 바이젠을 의식적으로 피할 정도로 좋지 않은 경험이었다. 꼭 적정 온도로 차갑게 해서 드시면 좋겠다.

가장 유명한 두 회사는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과 슈나이더(Schneider)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슈나이더 제품군의 두드러지는 개성을 좋아하지만, 바이엔슈테판의 기본적인 바이젠들도 매우 훌륭한 술이며, 시중에서 더 보기가 쉬운 제품들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을 국내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 만든 밀맥주들은 맛이 다르다고 한다. 독일 밀맥주 효모가 아니기 때문에 바나나와 정향의 풍미가 없으며, 맥아 자체의 맛이나 홉의 비중이 더 커진다고 한다.

다음 연재에서는 겨울을 맞이해서 아이스복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다.


About_Sool| 2022-12-28 06:00:00 | [Commen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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