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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술 이야기 02 ▶ 루이 파스퇴르 : 현대 양조의 아버지
 

🍼 1. 파스퇴르 우유로 유명하신 그 분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현대 의학, 생물학, 보건, 위생 등 다양한 방면에서 큰 분기점을 만들어 낸 위대한 인물로 늘 소개된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파스퇴르 우유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분이시다. 저온살균법을 만들어내신 분.

하지만 파스퇴르의 미생물학 연구는 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대중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양조의 이론적인 근본을 세워서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었기 때문에 술을 만들 때 파스퇴르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누어도 될 정도의 업적을 세웠다. 그런데 서양과 달리, 국내에서는 의외로 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대단한 업적을 세운 위인'으로는 못 들어본 것 같다. 그래서 감히 한 번 말해보고 싶다. 현대 양조의 아버지라고.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프랑스의 과학자
1822년 12월 27일 ~ 1895년 9월 28일




🍺 2. 전통적인 양조

인간은 수천 년에 걸쳐서 술을 만들어왔지만, 19세기 파스퇴르 이전까지는 왜 술이 만들어지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그저 경험적으로 이렇게 하면 술이 만들어진다는 노하우를 쌓아왔을 뿐... 그래서 별의 별 방식으로 술이 만들어졌는데, 유럽의 경우 새똥을 넣으면 맥주가 잘 만들어진다고 똥을 넣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두 술이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걸 안다. 이걸 누가 밝혔을까?
예상하시다시피 루이 파스퇴르다.


※ 이미지와 새똥은 무관합니다.





⚗️ 3. 라부아지에와 알코올 발효

파스퇴르가 발효와 관련된 모든 개념들을 '새롭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이미 발견은 되어 있었다. 단지 발견, 즉 관찰만 됐을 뿐 그게 무엇인지 이유도 과정도 몰랐고 논란도 많은 상태였다.

여기서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씨가 등장한다. 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그 라부아지에가 맞다. 알코올 발효라는 현상은 바로 프랑스의 화학자 라부아지에에 의해 발견됐다.



라부아지에. 질량보존의 법칙.


라부아지에는 실험 중에 우연히 설탕에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당이 어떤 화학적 기작으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변했다고 생각했을 뿐, 여기에 효모가 필요한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의 실험에서 중요한 건 설탕의 질량과 알코올, 이산화탄소의 질량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의 화학자들은 효모는 알코올 생산 과정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것이 18세기 말, 1789년의 일이다.




🧪 4. 라부아지에 이후부터 파스퇴르 이전까지

라부아지에로부터 파스퇴르까지 약 50년의 시간이 흐르게 된다. 이 사이에 여러가지 논란은 생겼지만 어떤 결론은 내려지지 못했다. 아래는 그 요약이다.

1835년 프랑스 : 효모가 미생물이라고 주장.
1840년 독일 : 효모가 물에서 발효를 유도한다고 주장.
1855년 프랑스 : 물이 발효를 주도하는 요소라고 주장.
1856년 독일 : 효모가 설탕을 알코올로 바꾸는 미생물임을 보고.

보면 파스퇴르 이전에 이미 대략의 감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이 나질 않았는데, 모두 추측일뿐 실험으로 증명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개념으로 정립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효모가 발효를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그 이유나 기작은 알지 못했다. 그저 관찰을 통해 그런 것 같다고 얘기했을 뿐.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학설을 믿었다. 즉, 효모는 미생물이 아니며, 발효는 물이 주도한다. 이런 식이다. 특히 당시까지 미생물은 '자연발생설'에 의해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생겨난다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이걸 부정하는 주장은 오래 전에 몇몇 학자들이 제기했지만, 지동설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처럼 인정되지 않고 있었다.



5. 화학자 파스퇴르와 술의 만남

재미있는 건 미생물학에서 대단한 업적을 세운 파스퇴르는 원래는 미생물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과학 분야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애매해서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와중에 파스퇴르는 본래 화학자에 가까웠다. 1848년에는 입체 화학에서 분자 비대칭의 기초를 확립하여, 많은 대학의 교수직을 제안받고 명예 훈장도 받았다.

이런 파스퇴르가 술과 만나게 된 것 또한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1854년의 어느날, 릴 대학의 화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에, 학생의 아버지이자 지역 양조업에 종사하던 M. Bigot이 술이 왜 시큼해지고 양조가 실패하는지 알고 싶다고 조언을 구해 왔다. 파스퇴르가 미생물학과 만나는 순간이었다.

당시에 멀쩡하던 술이 시큼해지면서 상하는 건 꽤 큰 문제였어서, 이걸로 파산하는 양조장도 있었을 정도였다. 원인이라도 알면 대처를 하는데 이유를 알지 못했으니 참으로 답답했을 거다.





🍺 6. 파스퇴르의 연구와 술

파스퇴르는 술을 연구하면서, 이미 찬사를 얻었던 자신의 화학 분야의 업적을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의 큰 성과를 미생물학에서 세우게 되었다. 그 연구와 업적을 술과 관련해서 짚어보자.


(1) 효모의 정체와 발효

1858년 알코올 발효가 효모에 의해 일어나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포도당이 알코올로 전환되는 과정 또한 입증했다. 이에 파스퇴르의 경쟁자였던 앙투안 베샹(그 또한 위대한 과학자였다)은 물에 의해 발효가 일어난다는 주장을 철회했다.

양조를 위해 효모를 선별하고, 원하는 효모만을 사용하거나 개량하게 된 것은 파스퇴르의 업적이다.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1870년 독일의 맥스 리스(Max Reess)는 라거 맥주에 사용되는 효모의 이름을 파스퇴르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이 효모 종류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사용된다. 우리가 항상 마시는 그 맥주다.



(2) 효모와 발효 기작의 원리

효모는 성장할 때는 산소를 필요로 하고, 알코올을 만들 때는 산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파스퇴르 효과라고 부른다. 이 원리를 알게 되어서 술을 만들 때, 처음에는 산소가 필요하다가 나중에는 산소가 없어야 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술의 양조 과정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 술이 시큼해지고 산패하는 것은 세균 때문임을 증명

술이 시큼해지는 것은 젖산균이 활동하면서 젖산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런 세균의 활동에 의해서 술이 상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현대 양조에서는 이런 젖산균을 완벽하게 통제한다. 간혹 적절한 젖산균을 넣어 기분 좋은 신맛을 내기도 한다.

또한 초산균에 의한 초산 발효의 기작도 밝혀냈다. 이것은 식초가 만들어지는 원리로 이후 식초 산업에 대단한 영향을 끼쳤다. 이런 균에 의한 부패나 발효는 지금은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부패가 미생물이 들어가서 일어난다는 개념이 없던 시대였다.




(4) 미생물이 허공에서 생겨나는 게 아님을 증명

1862년 파스퇴르는 오랫동안 믿어오던 '자연발생설', 즉 미생물이나 세균은 허공에서 생겨난다는 개념을 실험을 통해 거의 종식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양조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나 세균에 술이 오염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건, 이 연구를 하기 전에는 파스퇴르 또한 자연발생설을 믿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5) 효모가 살아 있어야 알코올 발효가 일어남을 증명

지금은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확실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위의 (4)와 (5)에서 양조업자들은 양조 과정에서의 위생과 살균의 중요성을 배웠다. 잡균이 들어가면 맛 자체가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서 효모가 들어 있는 상태에서 살균 소독을 하면 안 되는 것도 알게 됐다.

또한 양조가 끝난 다음에 효모의 활동을 정지시키고 세균들을 죽이기 위해 살균이 필요했다. 이후 파스퇴르는 우리가 '파스퇴르 우유'로 잘 알고 있는 저온살균법이란 공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쓰면 끓였을 때처럼 맛이 심하게 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6) 발효를 통해 생성되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이외의 부산물을 발견

라부아지에는 설탕, 알코올, 이산화탄소의 질량에 집중했다. 하지만 양조에서는 미량의 향기 성분이나 에탄올 이외의 다른 종류의 알코올도 생산된다. 파스퇴르는 이 과정을 자세히 관찰했다.

우리가 양조에서 이야기하는 여러가지 향기 성분(호박산/에스테르)이나 고급 알코올 같은 것들의 개념이 여기서 처음 알려진 것이다.




🍷 7. 파스퇴르 이후의 술


어떤가? 이쯤 되면 파스퇴르를 현대 양조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현대적 과학적 양조 기법의 기본 골격이 모두 파스퇴르에서 시작된 셈이니 말이다. 술 양조는 파스퇴르를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파스퇴르의 업적이 칭송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것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당대의 과학자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이 모든 것의 최초 발견자는 아니었지만,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이상의 논란들을 종식시킨 장본인이 된 거다.


발효, 효모, 설탕, 산소, 위생, 젖산, 산패... 현대적인 세련된 술을 즐기는 모든 사람은 파스퇴르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마시는 술들 중 일부는 당시의 타이밍이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여러분이 라거를 한 잔 마신 것이 바로 파스퇴르의 업적이다. 한국산 와인은 모두 설탕을 추가로 넣고 만드는데, 파스퇴르의 업적이다. 술의 맛과 향을 즐길 때 한 번쯤은 파스퇴르를 떠올려야 할 것이다.


* 이후 파스퇴르가 생물학에서 세운 주요 업적들은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원래 예전에는 연재 시리즈는 시작 전에 어떤 연재를 할지 완전히 개요와 목록을 잡아두고 글을 썼습니다. 이번 연재는 그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순서가 다소 뒤죽박죽일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글이 모이면 전체적으로 정리를 한번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2020-12-02 22:10:44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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