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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술 이야기 14 ▶ 럼에 대해 알아 보자!
 

'대표적 갈색 양주'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럼(Rum)입니다.

'해적의 술'로 유명한 럼주! 어렸을 때 읽은 청소년 문학 전집을 떠올려 보면, 해적이나 뱃사람이 항상 럼주를 즐겨마시는 장면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럼은 어떤 술이고 뱃사람이 정말 즐겨마셨는지 알아 보겠습니다.



🍸 1. 럼(Rum)이란 무엇일까?



럼(Rum)은 사탕수수로 만든 술을 증류한 높은 도수의 증류주이다. 원래 설탕을 뽑아내고 남은 당밀(糖蜜) 찌꺼기로 만든 것이 기원이며, 지금도 대다수의 럼은 당밀로 만든다. 다른 증류주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무색 투명한데, 오크통에서 숙성되거나 캐러멜 색소 등이 첨가되면서 어두운 색이 된다.

반드시 단 건 아니지만 단맛일 때가 많다. 당밀이나 캐러멜, 시럽 등을 첨가하기 때문. 사탕수수 특유의 풍부하고 구수한듯한 달달한 향이 있다. 바닐라와 과일의 풍미가 자주 있고, 오크통의 향이 있기도 하다. 너무 싼 럼은 술 자체로 마시기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런 건 칵테일이나 제과제빵에 쓰는 게 좋다. 럼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칵테일로 모히토(mojito)가 있다.

럼은 노예와 관련된 술이다. 17세기 북미와 남미 사이에 있는 카리브해 - 서인도 제도에는 흑인 노예들을 노역시키는 대규모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유행했다. 노예들은 설탕을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인 당밀을 가질 수 있었는데, 이 당밀을 모아서 발효시키면 술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지난 연재에서 말했듯 술의 발효란 설탕이 알코올로 바뀌는 과정이지 않은가. 인간의 술에 대한 집착은 정말 놀랍다.


이미지 출처 : 구글맵 https://google.co.kr/maps/

카리브해의 위쪽, 미국과 남미 사이에 위치한 섬들이 서인도 제도다.
노예 시대의 지옥.


이렇게 17세기에 당밀로 만든 술을 다시 증류해서 오늘날 이야기하는 럼(Rum)이 발명된다. 그리고 이 럼은 곧 대항해시대의 끝자락을 장식하며 삼각무역의 주요 무역품이 된다. 럼의 풍미는 당대 유럽인의 입맛에도 아주 좋았던 것 같다. 특히 영국의 경우 프랑스의 브랜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럼을 중요 상품으로 취급하고 군대에도 배급한다.

참고로 럼(Rum)이란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그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정확히 모른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원에 대해서는 넘어가도록 하겠다.




🍸 2. 뱃사람의 술

과거의 배는 지금처럼 빠르지도 않았고 보존식품도 드물었다. 한 번 바다에 나가면 아주 오랫동안 배 위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마실 물이나 각종 배급 물자가 부족해지게 된다. 특히 당시에는 물자를 보급할 수 있는 중간 거점도 부족했기 때문에 선원들은 한 번 배에 실은 물자를 갖고 몇 달이고 생활을 해야 했다.

당시에는 해군의 보급품에 술이 있었다. 아직 일을 하면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단 개념이 없던 시대이기도 했다. 병사들은 일부 봉급 대신 매일 술을 배급받을 수 있었고, 대다수가 술을 배급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2-1) 도수가 낮으면 보관이 불가능
우선 도수가 낮은 술들, 예를 들어 맥주 같은 건 당연하지만 하루이틀만 지나면 상한다. 와인 정도의 도수로도 무더운 배 안에서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도수인 증류주가 필요했다. 여기에 딱 맞는 술이 럼이나 브랜디였다. 프랑스에서 브랜디를 수입하기 싫은 나라들에게 럼은 매우 반가운 술이었고, 럼은 그렇게 뱃사람을 대표하는 술이 된다.




(2-2) 그로그(Grog) :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시면 취한다는 문제
그런데 당연히도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취한다. 배급된 양은 적지만 이걸 마신 척 몰래 숨겼다가 모아서 마시는 선원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만취하게 되고 군대의 기강 문제가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그로그(Grog)다.

그로그(grog)는 단순히 물과 럼을 섞은 술이다. 배급하는 시점에서 물 4 : 술 1의 비율로 섞어서 주면, 도수가 낮은 술은 금방 상하기 때문에 보관이 불가능해진다. 이로써 선원이 취하는 문제도 해결된다. 물과 술의 비율은 시기에 따라 대략 4:1~2:1까지 변했다고 한다. 오늘날 격투기에서 큰 타격을 받고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를 그로기(groggy)라고 하는데, 이 말이 바로 물과 술을 탄 그로그(Grog)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2-3) 오래된 물의 불쾌한 냄새를 지우기 위해
물도 아시다시피 썩는다. 더운데 냉장고도 없고 밀폐도 불가능한 환경에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이끼와 녹조가 끼고 끈적거리고 불쾌한 냄새가 나게 된다. 배에 보관된 물은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이런 불쾌한 냄새를 지우기 위해서 럼을 섞어서 마시기도 했다.

이때 물에 술을 섞는 건 냄새와 맛 때문이지 소독이 아니다. 당시의 럼은 약 55도 정도라고 하는데, 소독을 하기에 높지 않은 도수일 뿐 아니라, 물과 섞이면 도수가 낮아져서 소독의 효과는 거의 없어진다. 무엇보다 상한 음식은 세균이 죽더라도 세균이 만들어낸 독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소독으로 정화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예 썩은 물은 당연히 못 마신다.




🍸 3. 해적의 술

럼은 해적의 술인가? 음~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럼은 17세기의 주요 무역품으로 떠올랐다. 전술했듯이 영국은 프랑스의 브랜디를 견제하기 위해서 럼을 주로 취급하게 된다. 프랑스는 자국의 브랜디를 보호하기 위해 럼 수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여기서 사략선이 등장한다. 사략선이란 간단히 말하면, 국가에서 묵인해주는 해적이다. 타국의 무역선을 약탈하는 행위를 허락해 주는 건데, 해군이 타국의 무역선을 직접 공격하면 전쟁 행위가 되니 해적한테 시켜서 서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다. 사략선은 대항해시대인 16세기부터 기승을 부리게 되며, 우리가 아는 해적의 시대는 이것 때문이 생겨난 것이다.

아무튼 사략선은 무역선을 공격했고, 럼 역시 주요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니 해적과 관련된 술이긴 하다. 하지만 해적 이전에 뱃사람이 즐겨 마신 술이기 때문에 꼭 해적하고만 관련된 술은 아니다.




🍸 4. 럼의 종류

럼은 세부적인 분류는 좋게 말하면 다양하고 나쁘게 말하면 잡다하다. 이유는 럼의 등급은 법으로 정확히 규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꼬냑 같은 술의 등급(XO, VSOP 등)은 단순히 제조사에서 정한 게 아니라 제조하는 국가나 단체, 혹은 수입하는 국가에서 등급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 하지만 럼은 제조국이 워낙 다양해서 명확한 기준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대략적으로 나눌 순 있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4-1) 색에 의한 분류

럼은 눈으로 보는 색에 따라서 아래와 같이 나눈다. 기본적으로는 숙성된 시간과 색이 비례하는 편이지만, 카라멜 색소로 어둡게 만드는 경우도 매우 많기 때문에 숙성연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다크 럼(Dark Rum) : 오래 숙성해서 어두운 색. 보통 진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골드 럼(Gold Rum) : 다크보다 밝은 색. 노랑에 가깝다. 풍부한 맛.
화이트 럼(White Rum) : 무색투명하거나 그에 가깝다. 실버 럼(Silver Rum)이라고도 부른다. 깨끗한 맛.

하지만 화이트 럼의 경우 숙성을 다 하고서 탄소 필터에 걸러서 어두운 색을 제거한 경우도 있다. 색은 숙성을 대략적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블랙 럼(Black Rum)이란 술도 있는데, 일반적인 숙성으로는 이렇게까지 어두운 색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다크보다 덜 숙성한 경우도 있다.



플랜테이션 XO 20주년 럼(Plantation XO 20th Anniversary).
럼을 처음 마셔 본다면 추천하는 술. 다크 럼이다.
단지 외국에서 사면 절반 가격(약 10만 원)이란 슬픈 현실이...



(4-2) 맛과 풍미에 의한 분류

색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쓰긴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헤비 럼(Heavy Rum) : 맛이 가장 풍부하며 진하고 묵직하다. 다크와 유사한 개념.
미디엄 럼(Medium Rum) : 맛이 풍부하며 헤비 럼 만큼 진하지 않다. 골드와 유사한 개념.
라이트 럼(Light Rum) : 부드럽고 섬세한 맛. 연한 레몬빛일 때가 많다. 화이트와 유사한 개념.

보통 숙성 후에 다크=헤비, 골드=미디엄, 화이트=라이트와 거의 동격으로 자주 쓰인다. 용어 사용의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화이트/라이트럼은 맛이 깔끔해서 보통 칵테일에 많이 사용한다. 모히토(mojito), 다이커리(daiquiris) 등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라이트 럼인 하바나 클럽 3년.
쿠바의 유명 브랜드인데 요즘은 한국에서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다.



(4-3) 언어에 의한 분류

Rum = Ron = Rhum 전부 럼이란 뜻이고 언어만 다른데, 약간 세부 차이가 있다고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표기 언어의 차이이고, 내용물이 명확하게 다른 건 Rhum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Rum : 영국식 럼. 위스키와 비슷한 제법일 수가 있다.
Ron : 스페인식 럼.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럼을 보통 말함. 쉐리 제법과 비슷하다고도 한다.
Rhum : 프랑스식 럼. 가장 큰 차이는 Rhum은 당밀이 아닌 사탕수수즙으로 만든다. 럼 아그리콜(rhum agricole)이라고도 부른다. 맛의 차이가 확실히 존재한다. 브랜디 제법과 비슷하단 말도 있다.

참고로 럼의 술병에 표기된 제조국은 럼을 만들고 병입한 나라를 말한다. 사탕수수 재배지와는 무관하다.



프리미엄 럼(Ron)으로 유명한 자카파.
처음 마실 때는 뭐랄까 강렬한 인상이 아니라서 그냥 그랬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기엔 이 술도 즐기기 굉장히 좋은 럼이다.
절제된 단맛과 오크향이 특징. 마시기 아주 편하다.



(4-4) 첨가물에 의한 분류

위의 셋은 정말 대략적인 분류이고 용어를 중구난방으로 사용하기에 반드시 들어맞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래의 둘은 반드시 들어맞는 분류이다.

스파이스트 럼(Spiced Rum) : 럼에 향신료를 넣어서 향을 입힌 술. 조미료가 아니라 계피같은 향신료를 통채로 넣은 것을 말한다. 일종의 향신료 담금 럼.

플레이버드 럼(Flavored Rum) : 럼에 과일 혹은 과즙 등을 넣어 과일의 향을 입힌 술이다.



전에 지나가다가 마셔 보고 싶어서 산 망고 플레이버드 럼.
몸이 아파서 못 마시고 있다... 무슨 맛일까. 궁금하다.





🍸 5. 마치며...

럼은 한국에선 비주류에 속해서 쓸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쓰다 보니까 매우 길어졌다. 놀랍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양주의 인지도를 생각해 보면 위스키 >>> 꼬냑 >>>> 브랜디 >>>>>>> 럼 이란 느낌이다.

럼은 초기에 노예의 술이기도 했고, 탄생 배경인 찌꺼기를 재활용한다는 이미지, 매우 심각하게 단맛이 강한 저가 제품도 많다는 점들 때문에 싸구려 술이란 이미지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제과제빵에 사용된단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디저트에도 다양하게 쓰인다. 까눌레, 슈톨렌 등의 빵 종류, 각종 케이크, 타르트, 아이스크림 등에도 들어가서 럼만의 풍미를 더해준다. 티라미수 등 친숙한 디저트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라인의 괜찮은 럼 또한 분명 존재하고, 그런 제품들은 좋은 단맛과 함께, 혹은 단맛이 없더라도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훌륭한 술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 기회가 되면 마셔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초심자에게 바카디는 추천하지 않고, 플랜테이션이나 자카파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무난한 좋은 술이 아닐까 싶다(해외보다 훨씬 비싸지만 다른 양주도 그러니-_-;). 처음 마셔 볼 때 좋은 걸 마셔 보는 게 좋다.

여담인데 사진 찍으려고 럼을 꺼내는데, 옛날에 일본에서 사온 럼이 스파이스트 럼인 줄 알았는데 그냥 럼이었다. 이럴수가... 스파이스트 럼이 없었다니...



스파이스로 착각한 문제의 럼.
살 때 스파이스트 럼이랑 이 녀석 중 고민했던 기억이 나는데,
한참 시간이 지나면서 스파이스트를 샀다고 착각한 것 같다.



이로써 대표적 갈색 양주 3종 시리즈를 마치겠다. 보틀샵에서 볼 수 있는 갈색 술은 웬만해선 위스키/코냑/브랜디/럼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것들 외에도 양주에 속하는 술은 매우 많지만, 그건 기회가 될 때 다시 이야기를 해 보겠다.


2022-03-05 00:00:00 | [Commen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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