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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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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태권도를 보면서 뒤집어지다.
 

올림픽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저입니다만 우연히 태권도 경기 결승을 보게 되었습니다.
뭐 결국 상대와 똑같은 룰에서 하는 것이라 그 안에서 금메달 따신 분들은 대단하시다고 일단 말해두고 싶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태권도 경기 정말 재미없더군요.
돌려차기 계열의 발기술이 주를 이루는 지라 기본적으로 거리를 서로 두고 있어야하는데, 한스탭만 같이 밟아 들어와도 얽히게되고 큰 기술을 쓰자니 동작이 커져서 빈틈이 생기고. 결국 서로 노려보다가 타이밍 좋게 앞돌려차기 계열의 기술을 정확히 한방 몸에 건드려주면 이기는 것 같습니다만. 무술을 제대로 익히기는 한건지 자세가 불안정해서 수도 없이 넘어지는 모습에... 태권도 경기를 보면서 저건 참 무술은 커녕 권투같은 스포츠라고 부르기도 부끄럽구나 싶더군요. 뒤로 밀려서 넘어지면서 발로 툭 건드린게 득점이라니; 한편의 개그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태권도 경기를 좀 더 재밌게 하기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가 지켜져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 고의로 권투의 클린치와 같은 엉키는 상태에 들어서면 감점
   - 현재의 상황을 보니 맞을 것 같으면 한스탭 안으로 들여놓아서 엉키는 것을 노릴 수 있어서 회피 가능인듯하더군요.
(2) 쓰러지면 무조건 감점
   - 무술이 무슨 장난입니까. 다른 무술에는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한 기술도 얼마나 많은데 자기가 발길질 하다가 균형을 잃어서 넘어지면 참 어쩌자는 것인지. 기본부터 제대로 익혀야 할듯한...
(3) 기술이 시작되면 완전히 서로의 기술이 끝날때까지 중지 시키지 말기.
   - 위력에 상관없이 일단 기술이 클린 히트하면 무조건 중지라 현재는 '살을 주고 뼈를 얻는다'라는 식의 기본적인 전략은 먹히지 않는듯 하더군요.





사실 뒤집어진 것은 여기서가 아니라 그 이후입니다.
이기고 나니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문구.

'至尊說話(지존 설화)'
'동양 무술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태권도'


보고 웃겨서 쓰러졌습니다.
아니 무슨 모든 무술을 총망라한 실전 종합 격투 경기도 아니고 올림픽 태권도 이겼다고 지존이라니 너무 오버 아닌가요. 거기다가 금메달 두 명 다 지존이라니 지존이 둘...?;
최강이나 그런거면 모를까 무협물도 아니고 웬 지존;

그리고 설화라니 웬 설화랍니까. 설화의 뜻은 알고 말하는 것인지...

설화 [說話] :
한 민족 사이에 구전(口傳)되어 오는 이야기의 총칭.
(출처 : 네이버 백과 사전. http://100.naver.com/100.nhn?docid=91476)

설화는 일반적으로 신화, 전설, 민담을 총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그냥 평범하게 신화나 전설이라고 하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저런 걸 설화라고 말하는 것은 또 처음 본...



사실 제가 정말 발끈한 것은 그 아래의 문구 입니다.

'동양 무술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태권도'

'제발 국민 좀 그만 속여!!!ㅠㅠ'란 느낌이랄까요.
태권도가 근현대에 만들어진 것은 삼척동자가 다 알던 사실인데 지금 무슨 망언을...


...이라고 생각하고 검색을 해보니 꽤 오래 전 부터 태권도 전통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온 듯합니다. 공식 페이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에 '2천년의 역사'라고 소개되어있습니다. 혹자는 달마 역근경에서 뿌리를 한다는 말씀도 있으시고..

이래저래 검색을 하다보면 반론 또한 많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공식 자료는 조작이 된 듯 하고 끄적끄적 적혀있는 반론은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런 사소한 일로 할 일이 태산인데도 불구! 국회도서관에 들어가서 태권도 관련 논문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누구나 가입만하면 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부터는 내용의 대략의 정리. 물론 많이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대략 논문 7개쯤 봤네요. 저의 주관적인 시각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태권도의 기원이 언제인지는 현재로서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만, 대부분의 연구 논문에서 태권도는 해방 이후에 정립되었다고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900년대 중반 이후에 정립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만. 그 모태를 하고 있는 무술 역시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수박, 택견'과 같은 전통 무술의 맥과 일본의 '가라테'가 태권도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전통 무술'파와 '가라테'파가 서로 싸우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그런 이야기는 여기서는 패스하죠.
논문에서 나오는 태권도의 민족 정통성에 대해서는 참 복잡 미묘한 입장들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중립적이고 발전적이라고 생각되는 의견은 이것이더군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태권도가 우리 전통 무술과 얼마나 많은 유사성을 갖는지를 찾아내는 데에 있다.'

태권도의 소개에서 보이는 수박이라거나 택견과 같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웠다'는 무술들은 태권도와는 엄연히 다른 무술입니다.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에 태권도가 있어왔다는 이야기를 할 때 일반적으로 위의 무술 들을 이야기합니다만, 위의 무술 들은 태권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결코 같은 무술은 아니라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대략 슥슥 보고나서 제가 받아들인 태권도는 '해방 이후 민족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서 추진되어진 여러가지 전통문화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가라테와 택견, 수박 등에 그 근원을 둔다'이네요. 민감한 주제이기에 이 쯤에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태권도 자체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말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만, 실전 태권도라는 따로 분류된 것이 (아마도) 있는데다가 올림픽은 이미 무술이 아닌 완전히 스포츠화 되어가는 과정의 태권도이기에 뭐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부끄러우니 태권도 따위가 2천년 역사를 가졌다고 말하지마'라는게 본심입니다만. 아무튼 간에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 위한 저런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은 좋은 취지이기는 한데 그런것 치고 너무 뻔한 거짓말 아니냐는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제 국민의 프라이드 높이는 프로그램은 그만 돌려도 된다고 생각하네요-_-


2008-08-21 22:45:53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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