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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의 기절 (1) : 뒷목을 치면 기절할까?
 

오늘은 원래는 술 연재 차례였지만, 오랜만에 글을 쓰려다 보니 좀 재미있는 소재를 올려 보겠습니다. 만화 등등에서 자주 나오는 목치기(기절)에 대해서입니다. 읽기 전에 아래의 '반드시 읽어 보세요'를 꼭 읽어 보세요.

※ 경고 : 반드시 읽어 보세요 [click]



1. 기절이란 유용한 도구

영화나 만화, 소설, 드라마 등 창작 이야기 속에서 기절이란 매우 편리한 도구다.

선량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혹은 영화나 드라마가 전체연령가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살인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특히 아군이 주인공을 막을 경우 기절은 적이나 아군을 죽이지 않으면서 무력화할 수 있는 정말 편리한 도구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목을 쳐서 기절시키는 장면은 만화나 소설에 정말 자주 등장한다. 너무 자주 나오다 보니까 진짜 같아서 믿고 싶어진다. 반신반의하더라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살면서 목에 충격을 받아서 실제로 기절하는 장면을 본 사람이 있을까? 난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 인간은 왜 기절할까?

세상에 기절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혈압이 오르거나 해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가는 건 종종 들어볼 수 있는 사건사고다. 인간은 제법 여러가지 이유로 기절할 수 있다. 그럼 인간은 왜 기절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간이 기절하는 거의 모든 이유는 대부분 한 가지로 귀결된다. 뇌의 활동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사람을 기절시키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데,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게 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기절하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 기절한다는 건 나를 잡아먹을 적 앞에서 죽겠다는 것과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그렇게 어설프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번 글부터 이 시리즈를 쓸 동안 창작물의 인물이 기절하는 것에 대해 여러 케이스를 다뤄볼 것이다. 그 모든 걸 보면 결국 전부 뇌에 문제가 생겨서 기절이란 결과가 따라오는 거라고 할 수 있다.




3. 사람은 목을 치면 기절할까?

그래서 본론으로, 인간은 목을 치면 기절할까?

만화에서 맨날 나오는 게 목, 특히 뒷목을 수도 같은 걸로 쳐서 기절시키는 장면이다. 소설에도 정말 많이 나오고, 드라마나 영화에도 가끔 나온다. 이건 가능한 걸까?




가능하다. 가능은 한데, 대부분의 만화나 소설처럼 뒷목을 쳐서는 기절하지 않는다. 죽는다.

먼저 기절을 보자. 서울대학교 건강칼럼이나 기타 여러 병원들의 자료들을 찾아보면, 인간이 목에 물리적 충격을 받고 기절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기절을 할 가능성은 경동맥의 한 부위에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경우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naver.com


그림을 보면 경동맥이 턱 아래에서 둘로 갈라지는 부분이 있다. 그 근처를 목동맥팽대라고 부르는데, 저 부근이 물리적 충격을 받을 경우 목동맥팽대반사(carotid sinus reflex, 경동맥동증후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뇌로 향하는 혈액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실신한다.

뇌는 산소를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 기관이다. 산소 공급, 즉 혈액 공급이 끊기거나 적어지면 기절할 수 있고, 단 몇 분만 산소 공급이 끊겨도 죽게 된다. 머리로 올라가는 가장 중요한 동맥은 경동맥이고,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은 기절하거나 죽게 된다.

그럼 이제 베지터와 경동맥을 다시 보자. 위치를 잘 봐라.



경동맥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얼굴 옆쪽, 턱이 끝나는 각진 부분의 아래쪽으로 해서 지나간다. 양쪽으로 하나씩 두 개가 있다. 그리고 목의 옆이지만 굳이 말하면 정면을 향한 옆이다. 즉, 턱의 각진 부분의 아래쪽의 '앞'을 향한 옆을 쳐야 기절할 가능성이 있단 거다.

그런데 베지터를 포함한 수많은 만화/소설/애니메이션/영화/드라마 에서 목의 옆만 쳐도 그나마 다행이고 보통은 뒷목을 친다. 하지만 뒷목은 경동맥이 아니라 척추가 있는 부분이다.

무술을 단련한 사람이 뒷목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4. 뒷목을 치면 어떻게 될까?

죽거나 전신마비 같은 게 된다. 영원히 말이다.


이미지 출처 : 두산백과
https://www.doopedia.co.kr/


인간의 뒷목은 당연하지만 척추가 있다. 그런데 척추는 뇌에서 연결되는 가장 굵은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통로이며, 이 부분을 중추신경계라고 부른다. 특히 머리와 목이 이어지는 뒷목과 뒷통수는 연수와 척수가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권투, 이종격투기 등등, 인간이 만든 모든 현대 격투 스포츠에서 뒷목 치기는 금지된 기술이다. 이유는 뒷목을 잘못 맞으면 소뇌, 연수, 척수 같은 게 끊어지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거나 하면서 그대로 죽거나,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단순히 '운이 없는 사고'로 발생할 것 같나? 아니다.


연수는 뇌에서 뻗어 나와서 척수와 이어진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


무술이란 건 원래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살인 기술이다. 격투기 말고 무술 이야기다. 많은 무술을 보면 뒷목을 공격하는 기술이 존재한다. 그런데 생각해 봐라.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손을 상대방의 뒤로 넘길 정도로 근접해서 뒷목을 친다? 이건 성공하지 못 할 경우 자기 목숨을 내놓는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목치기가 중요한 기술로 들어가 있는 건, 성공할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상대를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현대의 모든 스포츠는 뒷목 공격을 매우 확고하게 금지시켰다. 뒷목을 치면 심각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거다. 간이나 명치(위장)를 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기술이란 것이다. (격투기 스포츠에서 간이나 명치는 쳐도 된다)



이렇게 쳐 봐야 기절하지 않는단 거다. 죽는다.


그러니 위에서 베지터가 트랭크스의 뒷목을 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장면 말이다. 원래 그렇게 되면 트랭크스는 저기서 죽거나 영원히 몸을 움직이지 못 할 장애인이 된다. 운 좋게 장애인이 되면 선두를 먹고 살아날 수는 있겠네. (눈을 뜨고 쓰러진 걸 보니 죽은 것 같다)




5. 목치기 기절의 효과

이렇듯 목치기는 뒷목이든 옆목이든 쳐봐야 사람을 죽이기나 하지 기절하지 않는다. 약간 정면을 향한 옆쪽의 정확한 부위를 쳐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절대로 해 보면 안 된다. 경동맥이 파열될 경우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 그리고 경동맥에 충격을 받고서 반신마비가 된 사례도 있다. 절대 따라하면 안 된다.

아무튼 그래서 기절시켰다고 쳐 보자. 그 효과는 어떨까?

경동맥에 충격을 받고 기절할 경우 약 30초~몇 분 정도 안에 정신을 차린다. 전투 중에 이렇게 기절할 경우 목숨을 내놓은 것이지만, 흔히 만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한참동안 기절해서 주인공을 방해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참고로 빠르게 깨어나지 못 할 경우 심각한 부상이나 영구적인 장애를 가질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기절이 그렇다)

그러니 사실 창작물의 목치기 기절은 모두 완전한 허구라고 볼 수 있다. 애초에 우리는 살면서 목을 맞고 기절하는 사람을 본 일도 없을 뿐더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금방 회복한다는 것이다.




6. 목치기 기절편을 마치며...

의료의 역사를 보면 20세기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수술이 불가능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마취라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수술을 할 때는 몸부림쳐도 꼼짝못하도록 사람을 꽁꽁 묶고 장정들이 달라붙어서 온몸를 붙들고서 칼을 댔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교양서들을 보면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정신을 잃게 하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가 잘 나온다

이미지 출처 : 예스24(yes24.com)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떠올린 게 기절을 시키고 수술을 하자는 거였다.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서 기절을 시키고 그 후에 수술을 하는 거다(목을 치는 것보다 머리를 치는 게 더 현실적인 기절이다). 결과가 어땠을까?

기절한 환자가 고통 때문에 깨어나서 몸부림쳤다. 고통이란 부상이나 목숨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존 능력이다. 칼을 대지 않았으면 더 오래 기절해 있어야 할 환자가, 칼을 대니 훨씬 빨리 깨어나서 몸부림치는 것이다. 극심한 고통은 기절에서 인간을 제정신으로 돌릴 정도로 강력한 자극이다.

그래서 20세기에 마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장시간의 수술이 불가능했다. 인간의 정신을 잃게 해서 오랫동안 무력화시킨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인 것이다.


참고로 격투기 하는 사람들이 목치기를 시연하는 걸 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위험하니까 정말 따라하면 안 된다. 그 사람들이 격투기 전문가라서 그걸 시연하는 게 아니다. 무식해서 하는 거다. 주먹으로 경동맥을 노리고 때린다고? 후... 차라리 낭심을 노리고 때리지 그러나. 최악이라도 죽진 않으니까.



* '창작물의 기절'은 시리즈물입니다. 이후에 창작물에서 자주 나오는 기절에 대해서 몇 번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덧. 각종 무술에 들어 있는 뒷목치기 살인 기술은 제대로 설명하면 굉장히 길어지기 때문에 대충 말하고 넘어갔습니다. 어차피 오늘의 중요한 주제도 아니고요. 뒷목을 치는 목적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2021-11-09 18:00: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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