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전에 한번 언급했던 분주 30년산을 구했습니다.
중국 3대 국가 명주의 하나이자 청향형 술 중 으뜸으로 꼽히는 술입니다.
사실 중국 술에 명주라는 칭호를 다는 데에는 명확한 기준이 있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서고서 1952년부터 국가 주최의 '전국 평주회'라는 술 품평대회가 5회 열렸는데, 이 때 금장을 수여받은 술에 중국 명주의 칭호를 붙이고 있지요. 중국 백주 중 금장을 받은 술은 17종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애초에 17대 명주라 해야지 왜 3대 명주, 4대 명주, 8대 명주, 10대 명주와 같은 표현을 쓸까요? 그건 5번의 대회에서 몇 번 금장을 탔는지와 관련되어있습니다. 17가지 술 중 5번 모두 금장을 받은 술, 즉 5관왕은 3종류 뿐이기 때문이지요. 요전에 소개한 귀주 마오타이, 이번에 소개하는 행화촌 분주, 그리고 다음에 소개할 노주 노교특곡이 그들입니다.
다시 분주 얘기를 하자면, 분주는 산서성 행화촌의 유서깊은 술입니다. 약 1,5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는데 관련된 시와 같은 여러 문학 작품이 있구요. 중국 술의 으뜸으로 꼽히는 마오타이를 비롯한 많은 술에 영향을 주었거나 기술적인 근간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술입니다.
맛을 이야기 하자면, 예전에 저의 첫 청향형 술인 홍성 이과두주를 마셨을 때 '술다운 술'이란 느낌을 받았었죠. 분주는 그것이 극대화된 느낌이었습니다.
향부터가 고량주라는 술과 알코올의 향이 조화된 진한 향이 납니다. 입에 넣으면 감도는 은은한 단맛과 함께 곡주인 고량주의 구수한 향, 그리고 기분 좋은 알코올 향이 덥쳐오는데 아주 맑고 상쾌한 느낌이더군요. 마시는 내내 술의 단맛과 곡주의 향이 깔려있으며 쓴맛도 있지만 나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삼키고 나서도 은은한 향이 맴도는데, 농향형같은 과일향은 아니지만 감미로운 술 본연의 향이 말 그대로 향기롭다고밖에 할 수가 없네요.
제가 백주의 7가지 향형을 다 마셔본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가장 고량주다운 맛과 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간혹 청향형 술, 그 중에서도 분주를 꼽으며 진정한 술이라고 칭찬하는 말을 볼 수가 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정말 좋은 술이었습니다.
가격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홍성 이과두주와 비교하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지만, 예전에 홍성 이과두주는 '술만으로 즐기기는 부족한 술'이란 이야기를 했었죠. 분주는 술만으로 즐기기에 정말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농향형보다 더 마음에 드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도수는 53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평을 받는 무언가를 실제로 경험해보았을 때도 정말 좋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살면서 많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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