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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자


Category List admin  
아황주
 

예전에 아황주를 시음했다가 괜찮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에 다시 마셔봤습니다.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진, 우리 약주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좋은 술입니다.



아황주는 고려 시대 때부터 마셨다고 기록 되어있는 술로, 농촌진흥청에서 제조법을 복원하고 이를 최행숙 전통주가에서 기술 이전을 받아 생산하는 술입니다.

어떤 분들은 '어? 그럼 원래 술이 아닐 수도 있잔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 이야기를 조금 자세하게 해보죠.

조선 시대의 기록을 보면 술을 대부분의 가정에서 직접 빚었고 그만큼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고 나오는데요. 일제 시대에 허가제를 도입하여 허가받지 않은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는 걸 금지하면서 많은 전통주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2차 대전 때는 일본의 식량 부족으로 쌀로 술을 빚는 걸 금지하기도 했구요. 해방 후엔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군사 정권 때는 먹을 쌀도 없다는 이유로 역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렇게 1916년에 시작된 우리 술의 수난은 약 80년이 지난 1995년에 법이 개정되면서 끝이 나지만 그 세월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됐지요.

더불어서 술을 몰래 빚는 식으로 맥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술을 빨리 빚어야 하다보니 맛과 품질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원래 우리 술의 맛과 향을 실제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한국 전통주들은 사실 현대에 복원된 술이고, 엄밀한 의미의 '전통'주는 아니게 된거죠. 하지만 이렇게 소생되는 술들에는 옛 기록과 현대적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정이 담겨있습니다. 설사 지금이 새로운 첫 발이라도 100년 후의 사람들이 보면 100년의 전통을 갖게 되는 거니 의미가 있는 일이겠죠^^


길어졌군요. 본론으로 돌아오면 아황주는 한자로 갈까마귀 아(鴉)자에 누를 황(黃)자를 쓰는데, 왜 이런 이름인지는 아마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단지 추측하기를 '노란색'을 가진 술로 '술잔에 비친 까마귀가 노랄 정도'라서 그렇다는 설도 있고, '거위 새끼가 알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노랗다'고 해서 아황주(鴉黃酒)라는 설도 있다고 하네요.



빛은 약간 어두운 노랑색으로 맑습니다.
향은 단향과 신향과 알코올향이 비슷한 정도로 조화를 이루면서 기분이 좋구요. 도수는 17도입니다.

마시면 중간 정도의 단맛을 느끼면서 신맛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신맛이 주이고 단맛이 부인데 강한 편은 아니고 조화가 아주 좋습니다. 향긋한 발효향이 잠시 있으나 맛에 진다는 느낌으로 향만을 즐길 정도로 풍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은 느낌은 전반적으로 이어지더군요. 중간부터는 쓴맛이 제법 강해지는데 즐길 수 있는 선입니다. 아래에서는 짠맛이 의식하진 못하지만 무게를 잡아준다는 느낌입니다. 신맛과 단맛, 쓴맛, 그리고 알코올향의 조화가 좋은 술로 마시고 나면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좋은 술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단맛과 신맛이 기본인 우리 약주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술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술은 단맛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황주는 보조였던 신맛을 주연으로 꺼냈기에 전체적인 윤곽을 더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느낌이랄까요? 신맛이면서도 입에 시큼함이 남지 않는 것 또한 좋습니다. 참고로 맛은 신맛 > 단맛 > 쓴맛 순입니다.

도수는 17도이지만 알코올감은 거의 없이 조화된 향만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부담도 거의 없더군요. 정말 편하게 잘 넘어가는 술이었습니다^^ 재료는 맵쌀 30% 찹쌀 14% 누룩 4% 정제수 52%.


개인적인 평가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좋은 술로 약주의 맛을 가볍고 깨끗하게 느낄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단지 맛과 향이 술만으로 즐기기는 좀 부족한 편인 것 같네요. 음식이랑 먹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점에서 마실 때 35,000원 정도의 가격인데 가격 대 성능비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되구요. 30,000원 정도만 됐어도 흠... 또한 약간 있는 쓴맛이 개인 취향을 가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술입니다만 아주 맛있단 느낌은 아니라 약간 아쉽네요. 약주를 잘 모르시는 분이 시도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약주를 잘 아시는 분은 시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참고로 요즘 아황주를 다루는 이탈리안이 있을 정도로 뜨는 술이긴 합니다. 아, 그리고 이 술이 드라이하다는 사람있는데 거짓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아주 달지 않다는 정도네요^^


2015-11-08 18:00:00 | [Comment(0)]




   ☆s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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