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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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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해소주
 

지난 주에는 서울의 전통주인 삼해주를 빚으시는 삼해소주가를 방문했습니다.
맨날 전통주하면 무슨 지방 무슨 지방 했는데, 정작 그동안 서울 전통주를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찾다보니 삼해주를 찾게 되었죠. 현존하는 서울의 3대 전통주 중 유일하게 판매되고 있는 술이며, 정말 좋은 술이었습니다.

위치는 삼청동 위쪽의 골목 뒷편으로 서울 사는 사람이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습니다. 단지 차는 공영 주차장이 근처에 없다면 안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골목이 사람이 다니기도 좁을 정도에 민가가 있는 곳이라 외부 차량이 들어와서 주차하긴 힘들어보입니다.


전에는 북촌 민예관이란 곳에서 시음 메뉴를 운영하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공방으로 자리를 옮기셨답니다. 한옥 외관을 가진 가정 주택으로, 방문시 미리 전화를 드리고 방문하는 편이 서로 좋을 것 같습니다.

추석 전이라 주문 물량을 생산하느라 바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한병 한병 수작업으로 빚는 술이다보니 많이 바쁘시다고 합니다. 주문 물량이 꽤 많아보여서 좋으시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잘 알려지질 않아서 평소에는 그러지 못하다고 하셔서 아쉬웠습니다.


한 켠에는 삼해소주와 소줏고리 장식이 눈에 띕니다. 잘 안 보이시겠지만 법고창신이란 글이 쓰인 돌이 있는데, 나중에 김택상 장인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평소 좋아하는 말이라 지인분께서 만들어 주셨다고 하시더군요.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한다는 뜻인데, 술에 있어서도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창조를 해나가되 근본되는 모습을 잃으면 안된다는 자세을 갖고 계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장인님의 동생분께서 맞아주시고 술과 함께 삼해주에 얽힌 이야기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사실상 가정집이라 봐도 되는 데다가 연배 차이도 많이 나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두 분 모두 편하게 환대해주셔서 좋았습니다. 간단한 안주와 함께 탁주와 이화주를 내주셨는데, 추석 전이라 술 자체가 별로 없다고 하시더군요.



삼해주 탁주는 은근한 구수한 맛으로 시작해서 강한 신맛이 있었는데 술이 아직 덜 익어서 드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맛이 자극적이진 않았고 단맛과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누룩향인지 흔치않은 구수한 맛이 깔리면서 향기로운 발효향이 따라오더군요. 짠맛이 있으며 중간 정도의 무게감을 주는 술이었습니다. 제대로 익었을 때 먹어보고 싶군요.

삼해 약주는 꽤 유명한데 이번엔 먹어보질 못했고, 사진에는 없지만 직접 빚으신 이화주를 먹어봤습니다. 살짝 짜면서 구수한 맛이 잠시 있다가 향기로운 향과 중간 정도의 단맛이 어우러지는데, 국순당이나 술샘보다 덜 달면서 은근한 맛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셔본 것이 삼해 소주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바로 샀습니다. 가격은 400ml 38,000원. 소주 한 병에 들어가는 약주의 양을 생각하면 비싼 건 아니죠. 맛은 그동안 마셔본 전통 소주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긴 서론을 끝내고 이제 본론입니다(...)




삼해주(三亥酒)는 정월 첫 돼지날(亥日) 빚기 시작하여, 이어지는 두 번의 돼지날 추가로 덧술을 한다하야 붙은 이름입니다. 총 3번의 덧술을 하니 삼양주에 들어가는 고급 술이지요. 기록에는 고려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 순종의 딸이 안동 김씨 집안으로 시집을 가면서 민간에도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존하는 3개의 서울의 전통주 중 하나이며, 서울 무형 문화재 이자, 거의 유일하게 평소에 구할 수 있는 서울 술입니다.


맛은 음... 기껏 사서 가져온 주제에 정작 마실 당시 기록을 제대로 못해서(...) 100% 정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곡물의 단맛과 구수한 향, 그리고 쓴맛이 강하게 덥치는 첫 맛 뒤에 고도주 특유의 진한 향, 여기서는 쌀 베이스의 주향이 진하고 감미롭게 따라옵니다. 그 후에는 곡주를 증류한 것을 증명하듯 구수한 향이 남다가 사라지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 약간의 짠맛이 두드러지는데, 여기서는 중국의 마오타이가 살짝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단맛, 고소한맛, 쓴맛, 짠맛, 술향이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된 좋은 술입니다.

전통 소주이지만 뒤에 오는 자극적인 쓴 맛인 화근내가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며 좋은 여운을 남깁니다. 도수는 45도이고 실제로 마실 때도 맛에서 강한 느낌을 받지만, 알코올 냄새는 두드러지지 않으며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강하지만 부드럽고, 진하지만 은은한 느낌을 주는 술입니다. 증류주임에도 약주와 같은 무게감이 약간 느껴지는데, 아마도 짠맛 때문일 거라 생각됩니다.


이 술의 장점은 '쌀'입니다. 쌀로 만든 소주임을 온 몸으로 외치는 술이랄까요. 좋은 청향형 고량주가 수수의 맛을 주장하듯이, 삼해소주는 쌀의 맛을 주장합니다.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에서 와인의 포도맛이 여전히 나는 것처럼, 쌀 약주를 증류한 삼해소주에서 약주의 쌀맛이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요.

막걸리나 약주 등 한국 전통주의 주재료가 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쌀 맛을 내는 전통 증류주는 별로 없는데, 삼해소주가 그 빈자리를 채우는 느낌이더군요. 참 친숙하면서도 인상적인 좋은 술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셔본 전통 소주류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며, 소주를 먹고 처음으로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맛있다고 느낀 술입니다. -지금 말하는 '소주'에서 감홍로나 이강주, 죽력고는 일단 빼겠습니다. 그들은 증류 후 재료를 첨가하는 혼성주, 일종의 리큐르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정말 맛있는 소주이고 얘는 정말 종종 사먹게 될 것 같습니다. 삼해소주가를 방문하면 시음이 가능하니 서울 사는 분들 중, 술을 좋아하거나 전통주에 관심이 있거나 증류주를 좋아하시는 분은 꼭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통주도 좋은 술이 꽤 있는데 안 팔리다보니 오히려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 아쉽네요.


삼해소주가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134-6
070-8202-9165


마지막으로, 3병의 다른 병에 담긴 소주가 다 맛있었으니 아마도 맞겠지만, 정신없이 바쁠 때와 바쁘지 않을 때가 맛이 같을까...란 생각도 들긴합니다. 손으로 빚는 술은 병마다 맛이 다르니까요. 이건 다음에 재검증을 하기로 해보죠.


2015-09-14 15:00:00 | [Commen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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