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국 3대 국가 명주의 마지막으로 노교 특곡의 시음 노트입니다.
앞에서 남겼던 다른 3대 명주인 마오타이와 분주는 각각 장향형과 청향형의 술이었죠.
사천성의 노주노교는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농향형 백주의 대표격인 술입니다.
농향형은 과일을 연상할 수 있는 향기로운 향, 입에 머금었을 때 퍼지는 단맛이 특징적인 향형이죠. 그 맛의 강렬함이 현대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져 붐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국내에서도 (비교적) 선전하면서 알려진 연태고량주가 이 농향형 고량주의 저가판 중 하나이며, 수정방과 오량액 같은 많이 알려진 술도 농향형입니다.
노주노교는 그 중 '농향형 술의 비조', '명대부터의 가장 오래된 발효 구덩이'와 같은 타이틀을 가지면서 3대 명주 중에 유일하게 끼어있는 농향형 백주입니다. 이름 뒤에 '특곡', '대곡', '두곡', '이곡', '삼곡'과 같은 누룩의 급수가 붙는데, '특곡'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삼곡'이 가장 낮은 등급입니다. (일단 읽는 법은 '곡'으로 통일하겠습니다.)
※ 설명 추가 : 제가 이 글을 쓸 당시에 '대곡'이 '특곡'보다 윗급이라고 썼습니다만, 노주노교 제품군에서 대곡은 특곡보다 하나 아랫단계입니다. 제가 이 당시에 특곡보다 윗급이라고 쓴 대곡은 자사대곡(紫砂大曲)이라는 제품으로 대곡과 다른 술입니다.
전국 평주회에서는 '특곡'으로 금장을 4번 받았고 '대곡'으로 1번 받았다고 합니다. 노주노교를 이야기할 때 특곡이 자주 거론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제조사의 가장 고급형 술은 국교(國窖/꿔지아오) 1573이지만 중국명주의 칭호를 받은 건 노교 특곡이기 때문이죠.
국내 마트에서는 대곡과 이곡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대곡이 10만원이 넘는 것에 비해서 이곡은 2천원대인가 하니 어느 정도의 급이 차이가 나는지는 가격만으로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고급형과 저가형의 차이는 전통식으로 술을 제대로 빚냐 현대식 공법으로 급조하느냐의 차이입니다만 오늘은 넘어가겠습니다.
아무튼 맛으로 돌아오면, 노교 특곡은 참 단순 명쾌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향은 강한 편으로 향기로운 농향형 술의 내음과 단향이 퍼집니다. 입 안에 넣으면 농향형 백주 특유의 약간 죄여오는 느낌과 함께 단맛과 향이 퍼지는데, 그동안 마셔본 농향형 중에 단맛이 강한 편입니다. 단맛은 줄지 않고 입 속에 퍼지다가 안정되는데 참으로 풍부하고 그윽하더군요. 삼킬 때의 넘김도 부드럽고, 그 후 남는 여운도 좋습니다. 입 안에 남은 느낌도 불쾌하지 않구요. (누룩향이라 해야할지 그런 냄새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급에서 마셔본 비교할만한 술은 수정방이었는데, 기억에 이것보다 좀 더 복잡한 맛이었던 것에 비해 노교 특곡은 풍부한 향과 강한 단맛의 솔직한 향연이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농향형 백주 특유의 발효향이라고 해야하나 무게가 깔리는 느낌이 수정방보다 적었습니다.
흔히 고급 농향형 백주를 말할 때 오량액, 수정방, 노교 특곡이 나오는데 이 중 노교 특곡이 가장 저렴한 것을 생각하면 특히나 가성비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농향형 백주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주장한다는 점도 마음에 들더군요. 정말이지 후회되지 않는 술입니다.
고수분들은 오량액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시는데 위시 리스트에서 우선 순위를 좀 올려볼까 고민되네요. 일단 다음엔 노교 특곡, 이곡, 수정방, 공부가주를 비교 시음을 해볼까 합니다:)
|
